150만 원 아끼려다 ‘잃어버린 20분’...대형 참사 이어져

2014년 04월 23일 21시 52분

진도 VTS ‘지능형시스템’, 세월호엔 발신기 없어 무용지물

선박사고를 막기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해상교통관제센터(이하 관제센터)에 설치된 최첨단 지능형관제시스템이 세월호 침몰 당시에는 전혀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박의 이상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선박은 물론 유관기관에 자동으로 전파해주는지능형관제시스템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세월호에 발신기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2012년 3월 진도와 여수, 2곳의 연안 관제센터에 ‘지능형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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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위치와 운항정보, 기상정보 등을 연계해 선박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해당 선박은 물론 관할 상황실과 구조기관, 정부와 지자체 등 유관기관까지 상황을 자동으로 전파해 주는 시스템이다.

해경은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22억여 원을 투입했고, 완공당시 선주협회와 해운조합 관계자 등 20여 명을 불러 대대적인 홍보 시연회도 열었다.

해경측은 지금도 진도 관제센터에서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정 선박 주변 500미터 내에 다른 선박이 포착될 경우 사전 경보를 발령해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항로 이탈과 ‘갈지자’ 항해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해 경보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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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호의 경우 항로를 크게 이탈하고, ‘갈지 자’를 그리며 표류했는데도 지능형관제시스템은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제대로 작동했다면 초기 구조시간을 실제보다 20분 이상 앞당길 수 있었던 상황이다.

해경 관계자는 지능형 관제시스템의 대상이 되려면 선박마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별도의 발신기를 달아야 하는데 세월호는 이 발신기를 부착하지 않은 채로 운항했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해경은 2011년 말까지 등록된 연안선박 120여 척에는 지능형 관제시스템 발신기를 모두 설치해 줬지만 그 이후에 취항한 선박들에 대해선 선박 회사들을 통해 설치를 권고하기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신기 설치 비용은 한 척 당 150만 원. 그러나 해경은 2013년에 취항한 세월호는 발신기를 처음부터 설치하지 않고 운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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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50만 원을 아끼려던 청해진해운 때문에 22억 원을 들인 최첨단 관제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이지만, 관제구역에 진입한 세월호에 대해 교신을 취하지 않은 관제센터는 물론 국내 최대 규모 여객선에 대해 발신기 설치를 권고하는데만 그친 해경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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