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정유사 ‘족쇄계약’에 소비자도 피해

2013년 07월 04일 12시 56분

본계약(석유공급 계약) 만료돼도 부수계약 기간까지 본 계약 자동 연장해 전량구매 강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정유사-주유소간 '전량구매' 계약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량구매는 계약을 체결한 정유사의 기름만을 100%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2008년 전량구매 계약이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기름값을 높인다는 이유로  SK에너지 등 5대 정유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에 따르면, 정유사는 주유소에 전량구매를 강제해선 안 된다. 자발적 의사로 전량구매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사업주의 의사를 확인해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네트웍스는 ‘본계약(석유공급 계약)이 만료됐어도 부수계약(시설물 계약)이 남아있으면 가장 마지막에 종료되는 부수계약의 기간까지 본계약이 연장된다’는 조항을 두어 사실상 석유 전량구매를 장기간 강요하고 있었다.   

실제 울산의 한 SK주유소 사장인 이상호 씨는 오는 7월 17일로 석유 전량구매 계약이 만료되지만, 셀프주유기 대여 계약기간이 2017년까지로 남아있어 정상적인 계약해지를 못 하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직전분기 매출액의 30%, 즉 이 씨의 분기 매출액(48억)의 30%인 14억원 가량을 위약배상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 씨가 빌린 1억 여원의 시설물의 14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 씨는 “그동안 SK공급가가 타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에 비해 너무 비싸서 주유소 운영하기가 힘들었다”며 “빌린 시설물 값을 변제한다고 했는데도 시설물 계약기간까지 석유를 계속 전량구매하라는 것은 노예계약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약에 공정위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지향 이은우 변호사는 "기름계약은 1년을 맺고서, 뒤로는 주유기 등 시설물 대여를 핑계로 5년, 6년 SK 기름을 전량으로 구매하라는 것은 공정위 조치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며 "공정위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기름값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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