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외면한 ‘폭력’ 몰이

2013년 07월 25일 10시 05분

현대차 희망버스가 보수 언론과 공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력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

지난 7월 20일 2700여명의 시민을 태운 희망버스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 모였다. 희망버스는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데 항의해 조직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7월과 201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현대차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정했다. 당시 노동부가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대법 판결은 이 같은 수사당국의 방관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현대차는 구 파견법(파견 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이 회사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또 대법 판결은 소송당사자 개인에게 국한된 것으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판결 취지를 외면했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소송 당사자인 최병승 씨 등은 지난해 10월 25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 지금까지 280여 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 부분파업 등을 이어가며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현대차 희망버스는 이런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희망버스 참가자와 현대차 사측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자 보수언론은 시민들만 폭도로 몰았고, 물대포와 소화기 등을 동원한 사측의 과잉 대응엔 침묵했다. 검경도 현대차의 고질적인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선 눈감으면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해서만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변 권영국 노동위원장은 “애초에 현대차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희망버스가 울산까지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언론과 수사당국이 재벌의 불법행위는 외면하고, 불법 시정을 요구한 시민들만 폭도로 만들고,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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