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철도민영화 포기 맞나?

2013년 08월 29일 07시 52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철도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철도공사를 지주회사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에 뜻에 반하는 철도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철도관제권 독립 등 경쟁환경 조성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뉴스타파가 입수한 ‘철도산업구조개혁 및 철도발전 계획 수립’ 보고서 초안에는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 관제권을 회수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올 5월에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박근혜 정부의 철도산업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정부의 용역고보서를 직접 작성한  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A씨가 확인했다.       

실제 이 보고서에는 수서발 KTX 운영자로 철도공사 출자회사를 언급하고 있고, 적자노선은 민간개방, 철도공사의 회계를 사업별로 분리한다는 내용 등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과 겹친다. 

교통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철도공사의 관제권을 회수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관제권은 열차의 출발에서 운행, 도착 전까지 전 과정을 통제, 감시하는 업무다. 철도노조는 관제권 회수가 민영화를 위한 최종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회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A씨는 “국토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해 국토부와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이 용역 보고서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토부 내에 비밀스런 TF팀이 가동된 정황도 확인됐다. 총 12명으로 구성된 이 TF팀에는 국토부 담당 공무원 8명과 철도시설공단 직원 2명, 연구 용역 보고서를 수행한 교통연구원과 민간연구기관인 국가경영연구원 관계자도 포함됐다. 

그동안 교통연구원은 철도 민영화와 관련된 정부 정책 논리를 주로 개발해왔고 철도시설공단 역시 경쟁체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교통연구원과 국토부 일부 공무원은 해당 TF팀이 가동됐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또 다른 공무원은 지난 1월까지 활동했다고 인정했다. 또 TF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두 명의 철도시설공단 직원 2명은 올해 5월, 6월께 공단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독일식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최대 환경단체인 BUND 교통정책과 과장이자 철도 전문가인 베르너 레 박사는 “박근혜 정부의 방안은 독일식 모델이 아니라 이름만 그렇게 짓고 독일식이라고 포장을 한 것”이라며 “독일은 국영 철도에서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할 때 부채를 전액 탕감해줬고, 고속철도인 ICE도 이윤을 원칙으로 한 경쟁체제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앵커 멘트>

‘국민의 뜻에 반하는 철도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또다시 철도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철도공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공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조현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현미 기자>

서울 강남구 수서동 고속철도 공사 현장. 

2015년 개통 예정으로 수서발 KTX 역사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4월 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는 이른바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쟁체제는 곧 민영화, 민영화는 철도 요금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마저 반대입장을 보이면서 KTX민영화 추진은 중단되는 듯 보였습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직접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지금과 같은 방식의 KTX 민영화에 대해 반대합니다.” 

하지만 당선 이후 박근혜 정부의 움직임은 이와는 달랐습니다.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의 보고서. '정치권도 경쟁체제 도입과 코레일 경영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나 반대측 정치이슈화로 추진시기를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경쟁체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 5월. 국책연구기관인 교통연구원이 만든 보고서 초안입니다. 이 보고서에도 '민영화 또는 개방과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 구조 개편이 검토될 수 있음'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특히 한 달 뒤인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과 핵심 사안에서 겹칩니다. 둘 다 수서발 KTX 운영자로 철도공사 출자회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 철도공사가 운영을 포기하는 노선은 민간에 개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철도공사의 회계를 사업별로 분리한다는 내용도 똑같습니다. 모두 민영화를 위한 전초단계로 해석되는 부분들입니다.

[김용남 철도노조 정책팀장]

“(이 방안대로라면) 정부 지분은 의지만 가지면 언제든 팔 수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의지만 가지면 팔 수 있다.”

특히 교통연구원의 보고서에는 관제권 회수방안이 들어 있었습니다. 관제권 회수는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위한 최종 단계라고 주장할만큼 가장 민감한 부분입니다. 이 보고서를 만든 당사자도 관제권 회수방안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일단은 관제, 선로배분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니까 코레일에 위탁을 주는 형태가 아니라 독립시키는 방안을….”

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회수한다는 말입니다.  이 연구원은 정부도 관제권 회수 방안에 대해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

(그것은 국토부에서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네 그렇죠.”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관제권을 회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서기관]

“관제는 기본적으로 철도공사에서 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져가는 것이고요. 역사(이용권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교통연구원의 이 용역 보고서는 처음부터 정부 주도로 구성된 TF팀이 추진한 것입니다. TF팀의 총괄반장은 국토부의 철도운영과장이고 전체 팀원 12명 가운데 8명이 국토부 공무원들로 채워졌습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보고서에 반영됐다고 인정했습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철도산업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적인 내용이 연구 용역 내용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인가요?)

“네 그렇죠. 당초에 철도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연구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정치적 변화도 있고 거기에 따라 VIP(대통령) 한테 새로운 사업구조를 6월까지 확정하겠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된 구조를 반영했죠.” 

새정부에서 작성됐지만 “경쟁체제/ 민간개방/ 관제권 회수” 모두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추진방안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국토부관계자는 어찌된 일인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 TF 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사무관]

“(철도)산업팀에서 그런 업무를 한 것이지 국토부에서 TF라는 용어를 한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TF 팀에 참여했던 또 다른 국토부의 공무원은 팀의 존재 자체는 시인했지만, 활동은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지난 1월쯤 끝났다고 강조했습니다. TF팀은 박근혜 정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국토교통부 서기관]

"실질적으로 한 게 금년도 초까지 그 정도 하고 새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합리적 경쟁 방안 요구 있었고 장기비전 얘기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단 스탑된 상태였죠."

그러나 확인 결과 이 TF팀에 소속됐던 철도시설공단 직원 두명은 지난 5월과 6월에야 국토부 파견 근무를 마치고 공단에 복귀했습니다. 

[김아무개 철도시설공단 부장]

(언제 복귀 하신 건가요?)

“6월 경에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추진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독일식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철도 전문가는 독일의 경우 국영 철도청을 지주회사로 만들면서 부채를 전액 탕감해줬다며 박근혜 정부의 방안은 독일식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무늬만 독일식 모델일뿐 철도의 공영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적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베르너 레 박사(독일 최대 환경단체 BUND 교통정책과 과장)] 

“박근혜 정부 방안은 독일식 모델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가 독일식 모델이라고 이름 짓고 포장한 것입니다. 한국의 KTX와 상응하는 독일의 고속철도 ICE는 사기업처럼 민영화되어 운영되지 않으며 거기에는 경쟁이 없습니다.”

뉴스타파 조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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