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은 금기?

2013년 09월 10일 07시 43분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한 독립영화가 영화 개봉 하루만인 지난 6일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정지 통보를 받았다. 특정 단체의 항의로 인해 관객의 안전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한국의 영화인들이 지난 9일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천안함 프로젝트’의 재상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2013년을 관통하고 있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영화인들은 왜 한 목소리로 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뉴스타파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진단해본다.

<앵커 멘트> 여러분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마음 놓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북한 소행일 수도 있지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종북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독립영화가 개봉 하루 만에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특정 단체의 항의로 관객의 안전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단체가 위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천안함 프로젝트''는 어떤 영화길래 사상 처음으로 상영정지 통보를 받은 것일까요?

송원근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송원근 PD> 지난 9월 9일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바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정지를 통보하나 메가박스의 행태를 규탄하고 재상영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지영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사] “메가박스 측에 왜 그렇게 어리석은 판단을 했는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어요.”

[백승우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세상에는 수많은 성경과 수많은 불경이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요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임창재 독립영화협회 대표] “일제 강점기에 임검석이 있었습니다. 공연을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공연을 중단하는 그 과거가 다시 부활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영 중이던 영화가 상영 중지된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합니다.

[정윤철 ‘말아톤’ 감독] “첫째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보수단체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라.”

한 편의 독립영화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우리사회의 표현의 자유 논란. 대체 ''천안함 프로젝트''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소재로 소통의 부재 문제를 다뤘습니다.

[정지영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 “아직도 천안함 사건을 북한소행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 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나도 아직 천안함에 대해 명쾌하게 북한소행임을 믿지 못하고 있는데 나도 저 사람 시각으로 종북주의자가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백승우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그냥 어, 틀린 답이야, 이렇게 대답만 해주면 되는데. 거기다 대고 종북주의자 뭐 빨갱이, 이렇게 해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는 모습을 봤을 때 저는 일종의 폭력을 좀 느낀 것 같고.”

이 영화는 천안함 폭침이라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해 차근차근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로써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정부 발표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갖게 됩니다.

[백승우''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제가 택한 방법은 이제 사건 이후부터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언론의 기사들을 전부 다 스크랩 해서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면서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그거를 바라보다 보니까 전체가 이제 윤곽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 전체 윤곽 속에서 어? 우리 사회가 보이는 거예요.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보이기 시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는 정보를 강요하고 통제하는 사회와 이를 강요당하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백승우''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저쪽에 계시던 한 어, 중년 신사 분 한 분께서 질문이 나쁘네?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끄고 나서 딱 이렇게 쳐다봤는데 아 이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이야. 질문이 나빠. 뭐 아이 그러더니 훅 가시니까 사람들이 다 이제 그 사람 따라 가는 거죠.” (그때 질문이 뭐였어요?) “그때 질문이 천안함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 질문이었거든요.” (다른 얘기는 안 하고) “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천안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의혹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왠지 죄를 짓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사회.

[백승우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대답이 애매모호하게 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해주시길래 머릿속에서 자체편집을 했죠. 아 이거는 쓰지 않을 것 같다. 저도 이제 건성건성 네, 네, 그러고 끄고 카메라를 옮기는데. 그분이 이렇게 막 쫓아오시더니 저, 지금 찍은 거 이거 버려주시면 안 돼요? 그래서 아니 왜요? 그랬더니 아 사실은 제가 지금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부담이 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질문들이 위험한 얘기도 아니고 사실은 굉장히 기본에 가까운 얘기들인 건데 이것 조차도 자체 검열에서 걸려버리는 게 우리 사회를 저는 대변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회분위기를.”

[2013년 8월 7일 KBS뉴스] “천안함 유가족 대표와 해군 장교 등 5명은 오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천안함 사건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심지어 해군 관계자와 일부 유가족은 이 영화로 인해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정지영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 “만약에 이것이 어떤 부분을 트집 잡아서 상영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린다면 사실은 사건은 너무 큰 사건이 되죠. 그렇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 개봉 하루 전인 지난 9월 4일 법원은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신청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면 이를 기각했습니다.

[백승우''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뭐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은데. 첫 번째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그게 이제 주요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군 쪽에서 이제 걸었던 내용이 이제 뭐 폭침인데 왜 폭침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냐, 라는 것에 대해, 대한 것을 반박하려고만 하는 의도로는 볼 수 없다. 뭐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제 영화가 뭐 그렇게 뭐 그런 논쟁을 위해서 만들지 않았었던 거기 때문에.”

그리고 그 다음 날인 9월 5일. 영화는 메가박스를 비롯한 전국 33개의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으로써는 유일하게 메가박스가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결정해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 이틀 동안 다양성 영화 부분 관객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정지영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 “위에서는 소통을 안 하려고 해요. 국민들이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해요. 왜 얘기 안 하느냐. 여러분도 보셨잖아요. 얼마 전에 대한민국 국회, 국민들의 대의기관 국회에서 뻔뻔스럽게 나는 증인선서 안 하겠습니다. 얼마나 한심한 나라입니까? 그걸 여당은 감싸고 있고...”

[백승우''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서도 천안함 사건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다, 라고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 아, 어쩌면 이게 역사성, 역사성이라는 게 아마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비록 몇 년 전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열심히 들여다 보다 보면 아 지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겠구나, 저는 이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러나 영화 상영중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메가박스 측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하루만인 지난 9월 6일 저녁 영화 상영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영화사 측에 통보했습니다.

[백승우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이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상영하기 위해서 법원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 되고 뭐 지금 이런 뭐 말도 안 되는 일까지 경험을 하면서 정말 좀 혼란스럽습니다. 정말 단순한 영화인데. 그냥 영화 보고 나서 맘에 안 들면 아 나 이 영화 되게 재미없어. 이 영화 굉장히 재밌어. 그러고 뭐 보면 끄날 일인데.”

2010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천안함 사건은 3년이 지나서도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의 생생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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