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대통령 위에 나는 관피아

2014년 06월 10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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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관피아’를 지목할 바로 그 즈음, 조달청은 공개입찰을 통해 스포츠 토토 위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스포츠토토는 판매수익금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조 원에 육박하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이권 사업이다.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 현황(기획재정부 보도자료)
5,066억원(11’) → 8,330억원(12’) → 9,400억원(13’)

그런데 뉴스타파가 이 공개입찰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의 명단을 단독으로 확보해 분석해 보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입찰에 참가한 총 6개의 컨소시엄이 가운데 5개의 컨소시엄의 대표업체는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해당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였는데 유독 조달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컨소시엄만, 불과 15%의 지분을 가진 웹캐시라는 업체가 대표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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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컨소시엄에서 가장 많은 35%의 지분은 K-biz,즉 중소기업중앙회의 사모투자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들은 사모펀드에 투자만 한 것일뿐 이 35% 지분의 대표는 아니라고 밝혔다.그렇다면 누가 이 사모펀드의 운용주체일까?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이 사모펀드의 대표격인 운용주체는 여의도에 있는 한 전문투자회사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투자회사의 대표는 2년전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전 차관보 출신이었다. 게다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다른 사모펀드 (K-파트너스:10% 지분) 역시 확인 결과 동일한 여의도의 전문투자회사가 대표자로 되어 있었다.

조달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김현미 의원실에 공개한 자료에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사모펀드가 각각 투자한 것처럼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확인 결과, 결국은 하나의 운용주체가 뒤에 있고, 그 운용주체의 대표는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이었다는 말이다. 이 사람은 공교롭게도 현 조달청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였다.

여기에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KT&G의 지분 10% 역시 기획재정부의 우호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KT&G는 담배사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 때문에 사실상 기획재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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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꼼짝 못하죠.기본적으로 담배에 붙는 세금이 굉장히 많잖아요.또 저희 사업에 관련 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쳐요.잘 보여야죠.

결국 이른바 기획재정부 모피아가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와 기획재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KT&G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5%.이 컨소시엄의 과반 지분이 훌쩍 넘는다. 더구나 뉴스타파의 확인 결과 이 컨소시엄이 스포츠 토토의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그 회사의 대표로 내정된 인물 역시, 지난해 퇴직한 국회 수석전문위원 출신. 이 사람도 입법고시를 합격해 차관보급인 국회 수석전문위원까지 역임한 고위 관료 출신이다. 또다른 관피아였던 것이다.

해당업체의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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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정부기관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던 분은 아무 일도 못하겠네요.그런 (관피아)논리로 해석하면..아무 일도 못하잖아요.뭐하면 관피아다,뭐하면 뭐다…

조달청 대변인실 역시 해당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관피아때문은 아니라면서 협상자 선정에 있어 아무런 법적,절차적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법적,절차적 문제점이 없도록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는게 관피아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우석훈 박사는 말한다.

‘모피아’의 저자이기도 한 우석훈 박사는 이렇게 사모펀드 뒤에 관피아의 대표격인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모피아가 숨어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관피아들이 대통령을 속이려 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판매수익금만 1조원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스포츠 토토 운영 사업자의 우선 협상대상자 뒤에 모피아가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알고 있었을까?

●후속 보도

 └스포츠토토 '관피아'...국회서도 문제제기 2014-06-20

 └법원, “스포츠토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효”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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