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구형... 박정훈 최후 진술"책임있는 자 처벌하는 게 왜 잘못인가"
2024년 11월 21일 17시 40분
3백 건에 가까운 사실 오류와 표절, 친일·독재 미화 등의 의혹이 제기된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9월 23일 한국현대사학회 상임고문 유영익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는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 등이 소속돼 있는 곳이다.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된 유영익 교수는 지난 2008년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라는 저서에서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낸 구약 성경의 유명한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고 기술하는 등 ‘이승만 찬양’에 앞장 서 온 인물이다.
이처럼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파문에 이어 신임 국사편찬위원장까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가 임명되면서,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과서가 이념투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4일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좌장으로 있는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 교실’ 첫 모임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9월 11일 두 번째 모임에서는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강사로 초빙했다. 이날 모임에서 이 교수는 “교육계와 언론계, 연예계도 7대 3의 비율로 좌파가 장악돼 있다며 10년 내에 한국사회의 구조적 전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를 이념 투쟁의 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친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또 다른 역사 교과서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현행 역사 교과서의 왜곡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대안 교과서의 출간으로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다며, 이 책의 출간은 훗날 그 자체로써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안 교과서의 집필 역시 이명희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현대사학회 학자들이 주도했다.
최근 교학사의 ‘뉴라이트 교과서’를 옹호하는 단체들도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친북 좌파 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입장 하에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전략전술에 포섭된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며 기존의 교과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영향력을 받은 진보 역사학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뉴라이트는 일본의 극우 교과서인 후소샤 교과서 편찬, 배포 과정을 그대로 본 따 시연하고 있다"며 "결국 이번 교과서 발간은 보수 세력이 사상과 이념의 기반을 넓혀 장기적인 집권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앵커멘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이명희와 권희영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도했습니다.
당연히 이들 두 교수가 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만 실제 교과서 저자는 모두 6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공동 저자 가운데 3명이 자신들을 저자 이름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집필 과정에서 교과서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두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커진 뒤 심적인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을 뉴스타파가 직접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김경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등장하면서 주저자인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는 바빠졌습니다.
"이명희 교수님 자리했습니다."
하루를 멀다하고 각종 방송에 출연합니다.
교과서를 홍보하기 위해 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립니다.
이명희/교학사 교과서 대표저자
"국민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권당 실세가 주최하는 강연회에 연사로도 나섰습니다.
이른바 유명인사가 된 셈입니다.
교학사 관계자 (음성변조)
"권희영 교수하고 이명희 교수님은 보수의 아이콘이 된 거 아닙니까. 강연 다니시느라고 너무 힘드시잖아요."
이명희 교수는 김무성 의원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학계 인사들이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에 우호적이지 않아 나머지 필진 4명을 겨우겨우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들 가운데 일부가 “중간에 (공동저자에서) 안 빠진 게 후회된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진영에서“갖은 압력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공동저자 3명은 저자 이름에서 빼달라고 출판사에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교학사 관계자
"선생님들에 해당하는 분들은 실속 하나도 없는 거예요. 자기네는 욕만 먹고 이상한 취급도 받고 그러니까. 주 저자들한테 우리 못 하겠습니다라고 얘기 했던 모양이에요. 빠지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은 아 왜 그래 그랬겠죠. 안 먹히니까 교학사에 내용증명을 보낸 모양이에요.
(질문: 저자에서 빠진다고 해서 빠져져요?)
이런 선례가 없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거예요. "
이들이 1년 여 동안 집필한 교과서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희 교수의 말대로 이른바 진보진영의 압력 때문일까.
공동저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현직 역사 교사들인 이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공동저자의 동료 교사
"나가세요. 여기는 괴로움이 있어요.
질문: 그게 어떤 괴로움인지...
그걸 짐작을 못하십니까."
수차례 설득 끝에 이들은 현재의 괴로운 심정을 조심스럽게 털어놨습니다.
"이미 제가 쓴 거고, 죽어서도 아마 남아있지 않겠어요. 제가 죽어서도 이런 책임은....참..."
"애들 가르치는 입장에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라는 거 자체에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을 하고 있죠."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주저자인 이명희 권희영 교수와 여러 차례 갈등이 있었다고 교사들은 증언했습니다.
"틀이 완성이 되고 문장이 구성이 되고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의견이 좀 안 맞는 부분이 제법 있구나, 우리들 일상적으로 가르쳐온 거라든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해온 거와는 다른 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죠.
(질문: 그 때 두분 교수님께서 그 건의를 거부하셨나요?)
거부라고 하는 표현은 그렇고
(질문: 받아들이지 않으신 건가요?)
뭐 우리 의견하고 조금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죠."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어떻게 기술됐느냐는 교과서 집필의 마지막 단계에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할 충분할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5.18도 집어넣어야 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도 집어넣어야 하고 그런데 그거는 나중에 문장의 기술 문제 아닙니까. 똑같은 사료 역사적 재료를 가지고도요. 그 갈등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타이밍을 놓쳐 버렸죠.
(질문:초반에 이렇게 집필될 거라고는 전혀 모르셨어요?)
그렇죠."
검정 절차로 넘어갈 때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교사들은 말했습니다.
"1월 초에 심사본이 들어가기 전에 늦었다는 걸 알았다는 거죠. 고치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가 발을 빼지를 못했구나. 늦었구나..."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최종 검정 전에 진행되는 출판사의 자습서 제작 과정에도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안 갔어요. (자습서) 모임을 안갔다고. 그렇지 않았겠습니까. 마음 한편에 이게 있는데...여러가지로."
교육 현장에 이 교과서가 배포되기 전에 문제를 짚어볼 기회가 생긴 것은 다행이라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검정) 합격하고 쫙 (학생들이) 사용하게 하고 한 거 보다는 지금 저로선 솔직히 백번 나아요. 저한텐 어떤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질문: 솔직한 심정은 책이 나왔음 하는 심정이세요?)
그거는 판단이 가능하시잖아요. 출판사에 저희가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하실 것 같은데..."
교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문제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이명희, 권희영 교수가 주도했으며 교사들이 제기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이명희 권희영 교수와 수차례 접촉했지만 통화를 거부했습니다.
이명희/
"(질문:뉴스타파 김경래 기잔데요? 통화 가능하신가요?)
회의 중입니다.
(질문:그럼 언제 ...뚜뚜뚜...)"
이명희 교수가 재직 중인 공주대 역사교육과 출신 동문 243명은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명희 교수가 있을 곳은 대학 강단이 아니라 세속 정치의 한 귀퉁이라며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교과서 수정을 10월 말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집필진 사이의 갈등으로 수정 보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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