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준설토가 농사 망쳤다

2013년 10월 18일 08시 23분

우리나라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나주평야 옥정지구. 그러나 지난 2010년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시행 이후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쭉정이가 되는 등 수확량이 급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4대강 준설토를 이용해 농지의 지표면을 높여 침수피해를 예방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산성이 강하고 염분이 섞인 준설토가 사용되면서 농경지를 오염시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광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옥정지구 논의 토양을 측정하니 산성도는 PH 3.59였다. 최지연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옥정지구의 토양은 강산성으로 농경지로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의 책임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책임을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떠넘겼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실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국토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라며 “국토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사토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인근 농경지 저지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성토됐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주무 부처끼리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가운데 옥정지구의 농민들은 비옥한 농토가 오염된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상황이다.


<앵커 멘트>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들이 환경적으로 엉망이 된 것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주변 농토마저 망쳐놓은 사례가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영산강에서 퍼낸 오염 준설토를 주변 나주평야에 쌓은 결과 농토가 오염되서 옥정지구의 경우 10%인 1만 2천 제곱미터에서 작물이 말라죽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새봄 피디가 보도합니다.

<김새봄 PD>

우리나라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나주평야입니다. 그러나 이곳 옥정지구는 추수철인데도 황금들판의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쭉정이가 돼 버린 곳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모내기를 하자마자 죽어버린 논도 있습니다.

[이동탁 / 현지 농민]

“모내기를 한번 했는데. 원인 모르게 다 죽어버린 거예요, 뿌리가 고사해서. 여기 모내기를 3번했어요. 마지막 세 번째 하고 이렇게 놔두었는데, 그것마저도 다 고사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거죠.”

올해 이동탁 씨가 논 한 필지, 약 1200평에서 거둔 쌀은 불과 쉰 네 가마니. 평년에 비해 수확량이 30%가량 줄었습니다.

[이동탁 / 현지 농민]

“문제가 있는 토양이다 보니까 농사짓는 과정에서 농자재 값이 다른 논보다 2,3배는 더 들고 인건비도 그렇고. 그렇게 다 계산하면 1/3정도 피해를 본 거죠.”

현재 이곳 옥정지구에서 농경지의 작물이 말라죽거나 열매가 제대로 맺지 않은 지역은 농어촌공사가 확인한 면적만 만 2천 m2(평방미터)에 달합니다.

비옥했던 농토에 이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면서 부텁니다.

당시 정부는 4대강에서 나온 준설토로 농지의 지표면을 높이면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옥정지구에서도 9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돼 농지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4대강 강바닥에서 퍼낸 흙을 깔고 난 이후부터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준설토에 염분이 섞여 있는데다 산성토양이기 때문으로 추정됐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광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이 곳 논의 산성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측정 결과 PH 3.59가 나왔습니다. 농경지로는 부적합한 강산성 토양입니다.

[최지연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산성도나 염분이나 이런 봤을 때 농경지 리모델링으로는 부적합했다. 준설토 처리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검토 되지 않고 준설토를 빨리 처리해야 하니까 농지에다 일종에 퍼부은 결과가 된거죠.”

4대강 유역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책임졌던 농어촌공사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소영표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정비처 사업관리팀 차장]

“그러니까 저희들은 하천시공사에서 한 용역결과를 저희들이 보고받기로는 문제가 없다, 조치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보고서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면서 농어촌공사는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도 내비쳤습니다.

[소영표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정비처 사업관리팀 차장]

(리모델링 공사 자체가 너무 급하게 진행됐던 게 아닌가요?)

“그 점은 저희들이 인정합니다.”

(어떤 부분 때문에?)

“아주 빨리, 기간이 짧았다는 것. 그런 분야는 정책적으로 하다보니까 저희도...”

[송기헌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정비처 사업관리팀 차장]

“리모델링 사업은 저희 사업이 아니고, 사실은 국토부가 주관하는 사업입니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사토처리를 해야 하는데 사토처리과정에서 인근 저지대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되도록 성토를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저희들이 관리하는 농경지에 흙을 반입하는 절차가 진행된 겁니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어 강바닥을 파고 물을 가둔 4대강 사업. 그러나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들녘에서는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동탁 / 현지 농민]

“저희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하기 전엔 농사를 수월하게 지었어요. 쉽게 말해서 모만 꼽아 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크는 식으로. 왜냐하면 땅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그런데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난 뒤로 그 좋았던 땅심이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예요.”

뉴스타파 김새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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