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증인 “검사가 오천만 원 들더라도 유우성 기록 입수 추진 지시” 진술

2014년 07월 17일 13시 09분

▲ 유우성 씨 항소심을 담당했던 이문성 (왼쪽), 이시원(오른쪽) 부장검사

유우성 씨 간첩사건 항소심 과정에서 담당 검사들이 거액이 들더라도 유 씨의 북중 출입경 기록 등의 증거를 확보하라고 국정원 측에 지시했다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이 나왔다.

이같은 진술은 지난 15일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의 비공개 증인 신문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을 써서라도 유 씨 관련 기록을 입수하라고 검사가 지시했다는 증언이 사실이라면 위조를 포함한 불법 행위까지 동원하라는 지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담당 검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서 국정원 측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직원 김 모 씨와 최 모 씨 등을 상대로 당시 담당 검사와 국정원이 유 씨 관련 증거 확보에 대해 협의한 내용을 자세히 물었다.

국정원 측 증인으로 나온 김 씨 등은 유우성 씨 사건의 수사와 공판을 맡았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들과 국정원 사이의 업무 연락을 직접 담당했던 직원들로 지난 3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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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윤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과 이인철 영사

담당검사, 국정원 수사팀장에게 “비용이 오천만 원이 들더라도 유우성 기록 입수 추진"

국정원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9월 이문성 검사가 이재윤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과 통화하면서 “비용이 오천만 원이 들더라도 유 씨의 출입경기록 입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 물었고, 증인인 김 씨 등은 그 같은 통화 내용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검사가 먼저 국정원에 중국 내 협조자를 통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 입수 추진 상황을 물어왔고, 국정원 수사팀은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확보하려면 비용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돈이 문제가 아니라며 적극 추진하라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사건 관련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국정원 수사팀과 검사들은 지난해 6월 중국 지린성 공안청을 상대로 유 씨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입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항소심 초기부터 국정원 김보현 과장을 중심으로 중국 내 협조자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김 과장은 지시에 따라 지난해 10월 중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유 씨 출입경기록을 구해왔지만 결국 발급권한도 없는 기관인데다 관인도 전혀 다른 위조된 기록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후에도 이 기록이 진본임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로 위조 문서들을 계속 제작했다.

국정원 변호인단, “협조자들 컨설팅 비용 말하는 것" 유우성 변호인단,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증거 위조 지시나 다름없어”

국정원 직원들의 변호인단은 뉴스타파와 전화 통화에서 “돈을 쓰라는 의미는 중국 내 협조자들의 도움을 받고 활동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을 말하는 것이지, 검사들이 위조를 의미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우성 씨 변호인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맛에 맞는 증거를 위조해 오라고 명시적인 지시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검사들이 법정에서 공식적인 경로나 정보 협력 차원이라고 주장했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돈을 들여서라도 추진하라’는 담당 검사의 언급은 지난해 12월 국정원 김보현 과장을 통해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 씨에게도 그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싼허변방검사참 답변서를 위조하기 위해 중국 내 도장방에서 문서와 관인 위조에 필요한 4만 위안(당시 8백만 원 가량)을 요청했고, 국정원은 이 돈을 지급했다.

당시 국정원 수사팀은 협조자를 통한 문서 입수 때마다 건 당 천만 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이 유 씨 항소심 과정에서 문서 위조에 투입한 비용은 적어도 오천만 원에 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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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진짜 출입경기록 2건도 검찰에 냈지만 정작 검사들은 ‘위조 증거’만 제출

증거위조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보현 과장이 이미 알려진 허룽시 공안국 외에 단둥시 공안국과 연변주 공안국의 협조자를 통해 유 씨 기록 입수를 추진했다는 진술도 이번 공판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유우성 씨의 진본 출입경기록 2건 이상을 확보했지만 검사들은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2012년부터 보관하던 유 씨 출입경기록 화면 출력물과 지난해 10월 중순 연변주 공안국에서 입수한 2006년 출입경기록도 담당 검사에 전달했지만 검사들은 관인이 없거나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로 법정에 증거로 내지 않았다. 두 기록은 유 씨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세번 연속 입경한 것으로 돼 있어 북한에 재입북한 사실이 없다는 유 씨 진본 출입경기록 내역과 일치한다. 결국 검사들은 진짜 출입경기록은 숨기고 유 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위조된 기록만 골라서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뉴스타파는 큰 돈을 써서라도 추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두 담당 검사들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이시원 부장검사는 답변을 피했고, 이문성 부장검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두 검사들이 위조를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국정원 직원들과 달리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지난 5월 초 확인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만 물어 정직 1개월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당 검사들이 특별변호인을 선임하며 연기를 요청해 두 달 넘게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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