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아들 사상처음으로 국감증인 출석

2013년 10월 22일 09시 28분

김우중 삼남 김선용 씨도...해외계좌는 인정, 탈세는 부인

지난 21일 열린 국세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재국 씨는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 명의의 해외비밀 계좌를 통한 자금은닉과 역외 탈세 의혹을, 김선용 씨는 유령회사 노블에셋 등을 통해 베트남 번찌 골프장을 소유하는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 등을 받아왔다. 

 이들은 국감에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과 해외 계좌 운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역외탈세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왜 굳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야 했는지,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한편 여당 국회의원들은 국감에서 김선용 씨에 대해 감싸기 식 질의를 해 그 배경에 의문을 자아냈다.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 감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선용 씨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해외에 비밀계좌를 운용하는 등 역외 탈세와 외국환 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과 조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질의는 그가 2004년 만든 유령회사에 집중됐습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 / “(유령회사 설립 당시) 그때 수입이 있으셨나요?”

전재국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 “수입은 별도로 없었습니다.”

최재성 / “유학하고 남은 돈이 70만 달러였나요?”

전재국 / “제가 학비 받은 것들을 남겨 놓은 게 있고요. 주변으로부터 저희 외조부(이규동)도 그렇고 제가 받은 돈이 있었습니다.

최재성 / “그 쪽은 집안은 자금출처가 다 외조부가 되시나요?”

전재국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습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 “국내 은행도 있었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라는 방식을 거치지 않고 외국에 다른 은행에도 예금을 예치할 수가 있었어요. 굳이 왜 그런 방식을 택했습니까? 절세 목적이었습니까?”

전재국 / “그런 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싱가포르 출장 다니면서 편리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유령회사 설립은 인정했지만, 정작 설립 이유와 자금 운용 규모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회피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 / “왜 15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그 때(2004년) 갑자기 그랬을까요? 그러면 증인의 유령회사 설립과 동생(전재용) 및 아버지의 수사가 무관하다,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전재국 / “우연의 일치입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 “김00씨 아시죠? 싱가포르 아랍은행 부행장 지내셨던 분요? 이 분이 언론에 나와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우리 전재국 증인께서 내 명의가 드러나지 않게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싶다.”

[김00 / 싱가포르 아랍은행 전 부행장]

“전재국 씨가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다 하던데요. 뭐...자기가 그냥 다 우리 직원들하고 그 쪽 부서 사람들하고 가서 다 알아서 하던데요. 내가 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박원석 / “그런데 아까 계좌 계설은 그쪽(아랍은행)에서 원해서 한 것이고 증인은 전후사정은 잘 모르고 했다고 하는데, 지금 김00씨와의 증언과는 배치가 되요. 어떻습니까?”

전재국 / “직설적으로 말씀드린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드린 적은 없고 법인 명의로 하면 제 이름이 직접 나타나지 않아서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4시간 남짓. 질의가 계속됐지만, 추가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박원석 / “역외탈세가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서 지금 증인이 생각하시기에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고,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십니까?”

전재국 / “모르겠습니다.”

전 씨에 이어, 증언대에 선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 김씨는 600억 원 대 베트남 번찌 골프장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유령회사와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 / “뉴스타파에서 이야기한 데레조프스키라는 이름이 있고요. 이거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김선용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삼남 / “제가 2000년도에 개설을 한 계좌입니다.”

홍종학 / “데레조프스키 이름으로 개설을 했습니까?”

김선용 / “네 맞습니다.”

홍종학 / “그러면 데리조프스키한테 2500만 불을 김우중씨가 송금한 건 인정하십니까?”

김선용 / “대우관련 투자금이 잠시 들어왔던 것이고요. 몇 개월 후에 반환되고 계좌는 폐쇄됩니다.”

홍종학 / “그러니까 그게 정상적인 거래이냐 말이죠. 부친(김우중)께서 회사가 망해가는 과정에서 돈을 빼돌려서, 자기 아들 계좌에 넣은 거죠.”

김선용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우와 관련해서는 제가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방콕 은행을 통한 자산 해외 은닉 여부가 야당 의원들의 주요 질의였던 반면, 이한구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김선용 씨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 “김우중 회장님에 대한 추징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뭐가 다른지 아세요?”

이한구 의원은 김우중 회장 시절 비서실 상무를 거쳐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대우그룹 출신 정치인입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김선용씨 감싸기에 가세합니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 “‘돈세탁’ 내지는 ‘빼돌렸다’는 이런 말씀을 쓰시는 것 자체는...그런 단어를 쓰지않고서라도 얼마든지 질의하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단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 “두 분에 신분이나 이런 것들이 언론이 주목을 받는, 그 점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참고 있었습니다만, 정말 이게 수사인지 조사인지 그리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탈세여부를 국세청에 인지시키기 위한 도움 되는 말인지, 애매하기 때문에 위원장님께서는 앞으로 증인에 대한 질의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수사가 되지 않도록 잘 좀 해주십시오.”

이날 김덕중 국세청장은 늘 하던 대로 조세정의를 강조했습니다.

김덕중 국세청장 /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에 세정역량을 더욱 집중하여, 조세정의를 확립해나가겠습니다.”

하지만 전재국 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내역은 비공개로 일관했습니다.

최재성 의원 / “이 사안 관련해서 지금 현재 국세청이 자료를 포함하여 조사를 하고 계십니까?”

김덕중 국세처장 /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개별사안이라는 점을...그 부분은 직접적인 언급을 안 하고 있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최재성 의원 / “혹시 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은 적 있어요?”

전재국 / “현재 검찰 조사 때문에, 국세청 조사는 잠시 연기돼 있는 상태입니다.”

한 때 재계 서열 2위였던 재벌 총수의 아들. 천문학적 액수의 부정축재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아들.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증언대에 오른 올해 국세청 국정감사.

조세 정의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