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소투표의 함정...누군가 투표권을 훔쳤다

2014년 07월 18일 21시 40분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기간 강릉의 한 시골마을에서 누군가가 특정 후보를 위해 노인들의 투표권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집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우편을 통해 선거를 할 수 있는 거소투표제도를 악용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한 할머니 집에 투표용지가 도착한 날, 이웃집 주민이 와서 대리투표를 해주겠다며 이 할머니의 투표용지를 가져가 버렸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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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거소투표 대상자인 한 할아버지는 동네 후배가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했지만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투표용지에 다른 후보를 찍었다가 귀중한 한 표의 권리를 상실했다. 그 동네 후배가 할아버지 대신 투표용지가 든 봉투를 우편함에 넣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봉투를 가져갔지만 이 할아버지의 투표는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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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거소투표 대상인 어르신들에게 접근한 마을 주민들이 누구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한 것인지, 그리고 이런 부정투표 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벌어졌는지 여부. 뉴스타파 취재진은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이 사건과 관련 여러 제보자를 만나 이 지역에서 이런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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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4 지방선거의 거소투표자 수는 강원도 6600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12,159명. 언뜻 봐서는 많지 않아 보이지만 적은 표차로도 선거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넘겨 받은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특히 이런 부정행위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관도 없는 상황이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거소투표 제도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7.30 재보궐 선거의 거소투표 신고기간은 지난 7월 8일부터 12일까지였다.

*거소투표제도: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를 위해서 자신이 머무는 자택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거소투표를 하려면 거소투표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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