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을 상대로 한 사이버심리전 안된다”

2013년 11월 15일 12시 19분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전략과 사이버심리전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한 이른바 ‘대내심리전’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전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국민을 상대로 한 사이버심리전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사이버전력을 운용하는 미국도 자국민을 대상으로하는 심리전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등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이 한국보다 안전해서 그런 심리전을 하지 않는 것일까?

각종 사이버 공격과 해킹에는 번번이 사이버영토를 내주면서도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을 과대포장하면서 사이버 안보와는 상관없는 댓글활동을 정당화하는 식의 궤변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앵커멘트>

이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도 국방부는 남북이 정전상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버심리전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상 테러의 공포속에서 전쟁까지 불사하는 미국도 자국민을 상대로는 심리전을 벌이지 않습니다.

최기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기훈 기자>

[보이스오브아메리카] “이것은 미국의 소리 방송입니다. 전쟁 중에 보내는 방송입니다.이 방송은 뉴욕에서 보내는 것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기 위해 처음 보낸 미국의 소리 방송입니다.

냉전시대에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미국체제 홍보에 주력하다 지금은 미 국무부 산하 방송위원회의 독립기구로 재편돼 전세계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1948년 제정된 이른바 스미스-먼트 법에 따라 자국에서 이 방송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부가 내보내는 선전 방송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돼 지난 7월2일부터 미국에서도 시청과 청취가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넷시대에 기술적으로 더이상 제한 조치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개정된 법에도 국무부나 방송위의 예산이 미국 안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데 쓰여서는 안된다고 못박아 놨습니다.

또 국방부가 해외를 대상으로 생산한 미디어는 여전히 미국에서 접촉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의 미국 루이지애나의 사례는 군의 여론개입에 미국사회가 얼마나 엄격하게 대응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미 루이지애나 4WWL TV 뉴스] “뉴올리언스에 있는 미 공병대 사무실 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카트리타 홍수 피해가 발생한 실체를 은폐하는데 납세자들이 낸 돈이 사용됐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병대를 비판하는 시민에 대해 조직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미 공병대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홍수피해가 커졌다고 뉴올리언스의 주민들이 주장하자 미 공병대가 시민단체의 블로그에 와서 집단적으로 댓글을 단 것입니다.

[뉴스멘트] “그래, 홍수벽 실패는 공병대 탓 맞다. 그런데 당신이 멍청해서 그런 상황에 가족들을 몰아넣은 거지 누구 탓을 하는가?” “당신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이게 전국적인 홍수라고 설득하기 위해 공병대 때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국민들이 뉴올리언스에 헛돈을 쏟아붓게 될 것이다.”

일반 시민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아이피를 추적해보니 미 공병대 아이피였고 공병대는 휴식시간에 개인적으로 올린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심리전이 주 업무도 아닌 미 공병대의 행태는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심리전에 대한 태도는 어떨까? 2006년에 공개된 미 국방부의 2급비밀문서입니다. 2003년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서명한 정보작전 로드맵인데 심리전은 국방부 정책과 미국법령에 따라 미국인과 미군, 언론기관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2010년에는 미 육해공해병이 공동으로 구체화된 심리전 정책을 내놓습니다. 심리전의 대상은 외국의 정부기관, 군대, 기관, 개인임을 분명히 하고 어느 경우에도, 세계 어디에서도, 어떤 환경에서도 미국 시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쳐선 안된다고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김관진 국방장관] “심리전은 적의 심리전을 차단하고 적의 심리전으로부터 선동되고 선전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굳이 대내심리전이라고 교리적으로 표현을 합니다만 이건 분명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일부 알려진 미군의 사이버심리전은 우리와는 전혀 딴 판입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2년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한 명이 여러명의 가상인물을 조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중동 분쟁지역의 웹사이트에서 심리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도 영어를 사용한 심리전은 하지 않습니다.

국무부의 경우에도 별도 팀을 만들어 아랍의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며 심리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이버심리전 계정은 홈페이지에 공개해놨습니다. 우리처럼 시민 속에 숨어 자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진 않습니다.

[김광진 민주당 국방위 의원] “공식적으로 국방부 트위터나 이런 공식 계정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어떤 계정은 북한의 계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라고 하는 것을 발표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그 계정과 관련해서 리트윗하지 마십시오. 라고 한다거나 하면 되는것인데 공식계정을 통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으면서 심지어는 육아를 전문으로 하는 트위터인 것처럼 하면서 육아맘이라고 하면서 그런 계정으로 계속 심리전을 펼치고 하는 것들이 온당하고 정당하냐”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정부기관인지도 모르고 군사령부인지도 모르고 마치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기대서 국가가 왜곡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국정원이나 군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인터넷 선동매체는 대부분 차단돼 있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3백개나 된다는 북한의 선전선동용 트위터계정도 자세히 보면 팔로워는 거의 외국인들입니다. 때문에 국방부가 저지하고자 하는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효과는 오히려 정보당국과 보수언론이 나서서 더 확대시켜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건 뭐냐하면 북한이 남한에 심리적 겁주기라는 것의 거의 뭐 200% 300% 거두는데가 지금 우리 정보기관이에요 또 보수언론들이고, 그거는 가만히 있으면 그냥 북한의 심리적인 선전선동이 효과가 소멸될 걸 가지고 한마디 했다고 해서 여기서 10마디 20마디로 이걸 확성기로 틀어제끼면 아 그 심리전은 누구를 돕는 심리전이냐 이거죠. 그건 북한의 심리전 부서를 돕는거죠. 그런면에서 북한의 심리전 부서와 남한의 심리전 부서는 거의 동업자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북한의 디도스 공격과 계속되는 해킹에 번번히 사이버영토를 번번히 내줬던 군 당국은 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키스 알렉산더 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사우디 아람코에서 2012년 8월에 일어난 일을 보세요. 3만개가 넘는 데이터 시스템이 파괴됐습니다. 한국에서 3월(방송사 다운)에도 그랬고 6월(청와대 등 정부기관)에 다시 피해가 있었죠. 이건 파괴적인 공격이죠. 우리도 월스트리트에 수백번의 디도스 공격이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네트워크를 방어하는데 치중해야합니다. 그게 우리의 첫번째 임무죠. 그래서 국가와 네트워크 보호를 위한 팀을 우선 구성했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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