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변상욱 칼럼_공권력, 그 존재의 이유

2012년 03월 17일 05시 54분

힘으로 남을 제압하는 무력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율적인 무력입니다. 이것은 스스로 힘을 키워서 자기 책임 하에 휘두르는 겁니다. 뭐 조직폭력배의 무력이 여기에 속합니다. 밤거리의 이권을 위해서 다른 조직하고 싸우기도 하고 자기 조직 내에서 보스가 되기 위해서 뒤집어엎어 버리기도 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또 다른 무력은 타율적인 무력입니다. 이것은 자기가 키운 것이 아니고 남이 자기에게 위임해 준 것이고 일정한 목적을 위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통제를 받아가면서 쓰도록 한 무력이 타율적인 무력입니다.

그러니까 타율적인 무력은 조직 내에서 자기가 잘 되려고 뒤집어엎는데 쓰면 안 됩니다. 그런 것이 바로 쿠데타이고 그런 것이 바로 반역입니다. 우리 시대의 군과 경찰이 대표적인 타율적 무력에 속합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난주 뉴스타파 시간에 강정마을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군과 경찰을 부여잡고 “살려줍소.” 하면서 빌고 있었습니다. 왜 이 시대의 국민이 우리 군과 경찰에게 “이 마을을 살려줍소, 이 목숨들을 살려줍소.” 하며 빌고 있어야 하는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또 왜들 그렇게 끌려가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며칠 전에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강제진압이 자기네들의 훌륭한 치적 베스트5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참극이 왜 훌륭한 치적 베스트5에 들어가야 되는지 그것도 참 답답한 일입니다. 참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1936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 미시건주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시위 농성을 벌였습니다. 그랬더니 회사 측에서는 불법 깡패들을 돈으로 사서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그걸 본 시민들이 분노해서 노동자 편을 들었습니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경찰이 개입을 했는데 경찰은 회사 편을 들면서 불법적인 폭력을 저지르는 용역 깡패들을 못 본 척 외면하고 오히려 노동자와 시민들을 계속 잡아갔습니다. 사태는 점점 악화돼서 결국은 주 방위군이 투입됐습니다. 주 방위 군은 현장에 가자마자 총구를 불법 폭력을 저지르는 용역 깡패와 경찰에게 들이댔습니다. 국민에게 향한 폭력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때 주방위군이 내 건 선언은 이랬습니다. 우리 군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거였습니다. 우리 군과 우리 경찰도 자신들의 존재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무력의 원천에 대해서 다시 성찰할 때가 왔습니다.
허수아비도 주인이 꽂아준 자리를 지키면 새로 쫓고 곡식을 지킨다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 경찰은, 우리 군은 도대체 어디에 꽂혀있는 겁니까. 어느 방향을 보고 꽂혀있는 겁니까. 누구를 보고 꽂혀있는 겁니까.

군과 경찰,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자신들의 힘이 원천에 대해서 뼈 아픈 성찰이 있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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