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교수들, 제자 논문 베껴 연구실적 ‘꿀꺽’

2014년 08월 19일 23시 56분

 

김종욱 전 한국체육대학교 총장과 정영희 현 총장 대행을 비롯한 한체대 교수 수십여 명이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베껴 연구실적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정 총장 대행과 일부 교수들은 교내외에서 연구자금을 지원받은 뒤,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요약 정리한 연구 결과물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 연구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가 한체대 교수 95명이 지난 93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251편을 검증한 결과, 절반 가까운 120편이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 발췌했다고 출처를 밝힌 논문은 단 1편에 불과했다. 또 실제 저자인 제자를 제1저자로 올리고, 지도교수가 아닌 제 3자를 저자로 끼워 넣지 않은 논문은 고작 16편, 전체의 1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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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도교수가 자신을 제1저자로 등록해, 제자의 연구실적을 가로챈 경우는 33건이나 됐다. 특히 김종욱 전 총장의 경우 제자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자신을 제1자로 등록한 게 모두 7건으로, 전체 교수 중 가장 많았다.

정영희 현 총장 직무대행은 동료 교수 제자의 논문을 이용해 교내 학술 연구비 3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연구비를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대행은 ‘남자 볼링 선수의 형태학적 특성’에 대해 연구하겠다며 2009년 하반기 한체대 자체 학술지원비 35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같은 대학 차정훈 교수, 백보민·엄현섭 연구원 등과 함께 공동으로 2010년 한국발육발달학회지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공동저자로 등재된 백보민 연구원의 석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백 연구원의 논문은 정 대행이 연구비를 신청한 시점보다 1년 안팎 앞섰다는 점에서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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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보민 연구원의 석사논문(위)과 정영희 현 한체대 총장대행이 제출한 논문(아래)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요약 정리한 논문이 분명한데 지도교수와 제자외 제 3자가 공동저자로 들어간 경우도 많았다. 연구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한체대 교수 31명이 모두 75개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연구 실적을 챙겼다.

한편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중 한 명인 임오경 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임 감독은 지난 2011년 2월 ‘구술사를 통해 본 스포츠 영화의 팩션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나, 임 감독의 논문이 통과되기 3달 전인 2010년 11월 한국체육학회지에 ’구술사를 통한 스포츠 영화의 팩션 분석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이 실렸다.

두 논문은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마치 일란성 쌍둥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거의 똑같았다. 서론은 서로 조금씩 달랐지만 본론인 ‘역사화의 가능성으로 본 스포츠 영화’와 논문의 핵심인 ‘영화 우생순의 팩션 분석’ 은 마치 복사라도 한 듯 동일했다. 임 감독의 논문에서 ‘자기면담’과 ‘나’라고 표현된 것이 각각 임오경 면담, 임오경으로 바뀐 것과 서술어 3곳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A4지 10장 반 분량이 정확히 일치했다.

임 감독의 논문과 거의 똑같은 논문을 제출한 학자는 바로 임 감독의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하용웅 한체대 교수다. 제 2저자로 기재된 정형균 교수는 임 감독의 논문을 심사한 심사위원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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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이 제출한 논문과 하용웅 한국체대 교수가 제출한 논문

임 감독은 “하 교수가 비슷한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하 교수의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자신의 논문은 다른 사람이 모방하기 어려운 논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감독은 “제 말 한마디가 그 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 교수는 임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시절부터 감독으로 10년 넘게 인연을 맺은 사이고, 하 교수는 임 감독의 석사와 박사 학위 지도교수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정 교수는 “자신이 실제로는 논문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하 교수로부터 논문 표절 여부를 확인을 하기 위해 1주일 넘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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