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中 싼얼병원에 휘둘린 제주도…승인 재촉까지

2014년 09월 15일 15시 21분

▲ 싼얼병원 사업을 추진한 CSC의 제주사무소가 차려진 서귀포시의 한 건물. 내부는 문이 잠겨져 있고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있다. ⓒ 제주의소리

[초점] 투자자 적격성 문제 1년전 이미 공유...뭔가 다른 의도 있었나?

국내 1호 외국 영리병원 후보인 싼얼병원이 결국 제주에서 좌초됐다. 투자자 적격성 기준을 넘지 못하고 업체 대표 구속과 부도설까지 불거지면서 정부가 사업계획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자적격성을 갖추고 있고 사업실현이 가능하다며 중국투자 자본의 옥석을 가리겠다던 제주도는 결국 공신력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중국자본인 차이나스템셀(CSC)이 제주도에 요청한 외국의료기관(싼얼병원) 사업계획서를 불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불승인 사유는 투자자 적격성과 응급의료체계, 줄기세포 시술 등 크게 3가지다. 복지부는 싼얼병원의 모기업 대표자 구속 등 재정적 어려움으로 투자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CSC가 S-중앙병원과 맺은 응급의료체계 업무협약이 9월15일자로 해지된 점도 문제 삼았다. 줄기세포 시술 문제에 대해서도 제주도의 상시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하다고 봤다.

이중 복지부가 불허사유 1순위로 제시한 투자자 적격성은 제주도 입장에선 치명타에 가깝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후보시절부터 투기성 개발과 천혜의 자연경관 훼손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자본 투자유치과정에서 옥석을 가려내겠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물론 싼얼병원 관련 업무는 대부분 전임 도정 때 처리됐다.

제주도는 CSC가 2013년 2월 외국의료기관 지정을 요청하자 사업계획서 타당성 검토를 벌였다. 계획서는 투자 규모와 재원조달방안, 토지 이용계획, 의료사업 시행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제주도는 투자 적격성과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복지부에 사업계획서 승인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CSC가 한라병원과 맺은 업무협약이 파기되자 2013년 8월 승인 보류를 통보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복지부의 업무처리다. 싼얼병원의 모기업인 톈진화업그룹 자이자화(翟家華) 회장은 복지부의 불승인 통보 한달 전 중국에서 경제사범으로 구속됐다.

복지부는 투자자측의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2013년 10월 제주도에 자이자화 회장의 신변 등 관련 내용의 확인을 요청했다. 국내 언론보도 1년 전부터 이미 관련내용을 파악했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자체 확인을 거쳐 그해 11월 자이자화 회장의 신상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후 싼얼병원은 사업계획서 줄기세포를 빼고 S-중앙병원과 MOU를 체결한다.

▲ 국내 영리병원 1호 후보인 싼얼병원 조감도. 정부는 15일 공식적으로 싼얼병원 사업 승인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의소리

복지부가 승인을 계속 미루자 제주도는 5월22일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외국 의료기관 사업계획서의 조속한 승인 여부 결정을 재촉했다. 복지부는 이를 사업승인 요청으로 판단했다.

투자유치의 기본인 투자자 재정능력 등 안정적 재원조달 문제를 뒤로하고 제주도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주무 부처의 승인 여부를 타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월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복지부는 싼얼병원 승인 여부를 9월중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싼얼병원 설립계획서 재검토 사유를 묻는 질문에 “싼얼측이 먼저 요청한 것은 아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검토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발언이 싼얼병원 승인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영리병원 국내 1호 등장이 점쳐졌으나 단 한달만에 싼얼병원은 국내의료시장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싼얼병원 모기업 대표 구속 등의 문제를 1년 전 인지했는지 모르겠다”며 “복지부의 설명과 달리 우리는 관련 문서를 복지부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관계자는 이에 “공문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담당자를 통해 구두로 관련 내용을 전파하고 보고 받았다”며 양측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난 10년 정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을 내세워 추진하려다 실패하자 성과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나선 탓으로 봤다.

이 교수는 “정부가 세계 유명병원 유치를 얘기했지만 투자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영리병원은 국내 의료환경에 맞지 않다”며 “조급증이 싼얼병원 퇴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의료투자는 재무적 문제와 더불어 의료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점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최종 불승인 결정으로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 영리병원 후보였던 중국계 싼얼병원의 제주도내 설립이 좌초되면서 불거졌던 영리병원 논란은 우선 일단락 됐다.

그러나 정부가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고, '보건의료 글로벌화'의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의료영리화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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