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피아’, 그들만의 잔칫상...20조 원전 산업

2014년 09월 18일 20시 00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원전 확대 정책을 펴면서 원전 산업은 한해 매출액만 20조 원(발전사업체 포함)이 넘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이 거대 산업은 이른바 ‘핵피아’로 불리는 소수의 이권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폐쇄성과 비밀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4091803_01

▲ 9월 17일부터 사흘동안 서울 강남에서 2014 세계 원자력 방사선 엑스포가 열렸다. 조석 한수원 사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원전 정책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원전 확대정책에 힘입어, 원전산업 20조원대 초고속 성장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원전 산업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원전 확대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2007년 2조 5천억 원 수준이던 원자력 공급업체의 매출액은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2년에는 5조 2천억 원대로 커져 두 배 이상 고속성장했다. 또 한전과 한수원의 발전 매출액을 합산할 경우, 2012년 기준으로 원전 산업 전체의 매출액은 21조 원에 이른다. 5년 전보다 60% 증가한 것이다.

2014091803_02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원전 산업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핵발전소 16곳을 새로 건설해 모두 39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올해 초 심의 확정했다. 2011년 최악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전 가동 중단과 추가 증설 철회 등 탈핵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2014091803_03

여기서 나오는 막대한 이권은 소수의 원전 업계가 독차지한다. 한수원과 정부 등 원전 당국과 기업 사이에 이익공동체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원전 정책과 운영 과정에 대한 폐쇄성과 비밀주의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2014091803_04

원자력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 시장은 굉장히 크지만 폐쇄적이에요. 별다른 경쟁없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입니다. 원자력 산업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나 고위 임원은 한전과 한수원의 특수 관계 또는 전직이거나 이런 관계가 있음으로 인해 부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죠. 더군다나 감시와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는 단지 한국 원전의 특수성만이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원전산업체들이 갖고 있는 이익공동체로 인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30년 설계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 논의 과정은 원전 당국의 비밀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수원이 작성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등 3개의 기본 보고서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지만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원전당국의 폐쇄성, 비공개가 원전 불신 더욱 키운 셈

심지어 수명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에게도 사본 열람만을 허용하는 등 정보 접근을 제한했다. 열람 방식으로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제대로 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비밀주의로 인해 핵 발전소 내 중대 사고는 은폐와 축소로 이어지기 일쑤다. 2012년 2월, 고리 핵 발전소 1호기에서 일어난 12분 동안의 ‘블랙아웃’, 즉 전원 완전중단 사고 은폐가 대표적 사례다. 냉각수 작동이 멈춰 자칫 후쿠시마 원전처럼 핵 연료가 녹을 수도 있는 중대 사고로 이어질 뻔 했지만, 한수원은 운행일지를 정상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등 사고 발생 사실을 철저히 감췄다.

2014091803_05

우리나라 원전 안전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은폐하는 거에요. 밀실에서 소수의 관계자들끼리 모여서 그들만 결정하는거에요. 그것에 대한 결과는 수백만 명, 수천만 명 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건데도 불구하고 그 결정과정은 백 명도 안돼요. 열 명, 이십 명도 안될 거에요. 그 사람들(핵피아)이 모든 걸 다 결정을 해요. - 양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뉴스타파 2개월 동안 원전당국과 업계, 정계, 학계 등 유착실태 추적

뉴스타파는 지난 2개월 동안 원전 납품 기업의 매출액 추이와 한수원의 납품계약 현황을 입수, 분석해 원전 산업을 둘러싼 정부 당국과 업계, 그리고 정계와 학계 등의 유착 실태를 입체적으로 살펴봤다. 또 최근 3년 동안의 원전 비리 사건 관련 판결문 150여 건을 분석해 그들만의 내밀한 비리 구조를 들여다봤다. 이권으로 뭉친 이른바 ‘핵피아’의 이익 공동체 구조가 대한민국 원전 안전과 정책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9월 18일부터 특별기획 ‘원전묵시록 2014’ 연속 보도

2014091803_06

이번 원전산업 탐사보도 프로젝트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좋은예산센터, 나라살림연구소 등 에너지와 기업회계, 정보공개 및 예산 전문 시민단체 5곳이 뉴스타파와 함께 했다. 뉴스타파는 특별기획 ‘원전 묵시록 2014’를 9월 18일부터 매주 연속해 보도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