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민간인 불법사찰 2탄_민간인 불법사찰 - 임태희와 이동걸

2012년 03월 24일 06시 25분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이른바 입막음 용으로 전달됐다는 돈은 모두 1억 원이 넘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제가 느끼기에는 아 내 입을 막으려고 (돈을) 주는 거구나. 그렇게 느꼈어요. 저도 입을 막으려면 막으려는 이유가 있겠지. 그걸 확인하자는 그런 심정으로 받은 거죠.”

장 전 주무관은 먼저 지난 2010년 9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서울 서초역 인근에 나가 4천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돈을 전달한 사람은 단지 고용노동부 직원으로만 알려졌을 뿐 이름도 직함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최종석 행정관이 전화 통화가 돼가지고 (돈을) 받아온 거죠. (돈을 준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를 (모르는 거예요.)” ((돈을 받은) 날짜는 정확히 언제인지 아세요? 혹시.) “9월 16일로 돼 있어요.”

과연 누구였을까. 뉴스타파 취재팀의 확인 결과 돈을 전달한 사람은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노동부 장관을 보필하는 정책보좌관이 지휘체계와 계통이 전혀 다른 총리실 직원인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건넨 이유는 뭘까.

취재팀은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동부 정책보좌관실을 찾아갔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실 직원] “어제 퇴근하면서 출장간다고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동걸 보좌관은 KT 노조위원장 출신입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임명됐고 지금까지 현직에 있습니다. 이 보좌관이 모셨던 노동부 장관은 모두 4명. 이영희, 박재완, 임태희, 그리고 이채필 장관 등입니다.

그런데 이동걸 보좌관이 보좌한 이들 노동부 장관 가운데 이번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인물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입니다. 임태희 전 실장 역시 민간인 사찰 관련자 2명에게 금일봉을 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임 전 실장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노동부장관에 재임했습니다. 이후 노동부장관 직을 마친 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터지고 관련 공무원들이 경찰에 소환되던 2010년 7월 16일, 청와대 대통령 실장에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10년 9월. 임 전 실장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총리실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과장의 가족에게 현금으로 금일봉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돈을 전달할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 인멸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의혹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임 전 실장은 노동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구속돼 가족들이 힘들어한다고 해서 위로금을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액면 그래도 믿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임 전 실장은 이씨와 진씨 등 두 사람과 노동부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 (민간인 불법사찰로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과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2010년 추석 때 실장님께서 위로금을 전달하신 이유는 뭡니까?) “다 얘기했습니다.” (그 당시 범법 행위자로 두 사람이 구속돼 있는 거 아닙니까?) “예정되지 않은 사항은 하지 맙시다.” (대통령실장이라는 중요한 위치에서 돈을 준 것이 어떻게 해석된다고 보십니까? 정말 중요한 사안입니다. 중요한 위치에 있으셨던 만큼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해명을 해주시는 것이.. 올바른 언론에 대해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자, 됐습니다. 그거는 언론에 다 내용을 밝혔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도 아시는 사실인가요?) “약속되지 않은 것은 하지 맙시다.” (대통령실장이 공직자로서 범법행위를 한 사람에게 돈을 전달한 행위는 어떤 겁니까?)

2010년 9월 추석 즈음. 민간인 불법사찰로 구속된 당사자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같은 시기 사찰 관련 증거 인멸 당사자에게 돈을 전달한 이동걸 정책보좌관. 그렇다면 임 전 실장과 이 정책보좌관은 어떤 관계일까.

취재팀은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적했습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임 전 실장은 성남 분당 을 지역에 총선 후보로 나섰고. 이 정책보좌관은 분당에 본사를 둔 KT의 노조위원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보좌관이 임 전 실장을 지지하는 등 가까운 사이였다는 증언이 당시 KT 노조 관계자로부터 나왔습니다.

[당시 KT 노조 관계자] “2000년 선거 시기에 이동걸 전 위원장이 노조 간부들을 (국회의원) 선거 운동하는데 당시에는 옥외 연설회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간부들을 데리고 가서 참가하면서 임태희 나오면 와 박수치게 하고 임태희 연호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 대단히 밀접한 관계구나.” 이 관계자는 또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 보좌관이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탁된 배경에 임태희 전 실장의 도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KT 노조 관계자] “그때 공공연히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임태희 국회의원의 추천에 의해서 노동부 정책 보좌관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들었어요. 그 당시 KT 노조 간부들 사이에서는 다 그런 거로 인식하고 있었죠. ”

2009년 임 전 실장이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이어졌습니다. 이후 임 전 실장이 2010년 7월. 대통령 실장으로 옮긴 이후에도 둘의 관계는 지속됐다고 말합니다.

[당시 KT 노조 관계자] “임태희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 자기가 청와대로 들어가야 되는데 현재 자기 급수에 맞는 자리가 아직 없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다.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취재팀은 이동걸 보좌관이 2000년 총선 당시 임 전 실장을 지원했고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발탁 배경에도 임 전 실장의 도움이 있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정책 보좌관은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해 보내왔습니다.

2009년부터 노동부장관과 정책보좌관으로 같이 일했던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민간인 사찰 당사자에게 각각 돈을 건넨 배경은 뭘까.

취재팀은 지난 21일 경남의 한 대학에서 임태희 전 실장을 만났습니다. 임 전 실장은 이 날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취재팀은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임 전 실장을 만나 이 정책보좌관과의 관계 등을 물어보려 했지만 임 전 실장은 일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 (해명을 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통령께서도 아십니까? 대통령 실장이 금일봉을 전달했다면...) (대통령께서도 아세요?)

(청와대가 은폐 공작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에서 말씀을 안 하시면...) “좀 순수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먼저 해명을 해주십시오.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만.)

거듭된 질문에도 임 전 실장은 답변을 피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실장님 해명 좀 하시죠.)

지금까지 장 전 주무관 등 민간인 사찰 사건 관련자들에게 돈을 건넸거나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청와대에서 대통령 실장, 공직기관 비서관, 행정관까지 그리고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과 총리실 간부 등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은폐 기도가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임태희 전 실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이어진 특강에서 정치와 언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을 강조했습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 “대한민국의 정치, 언론인처럼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고 충분히... 이런 상황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정말 이제 국민들이 분별할 수 있어야 된다. 저는 이 부분이 과연 국가 사회적인 책임을 제대로 다 하고 있는가? 하는데 대해서 국민들이 묻자 이거죠. 이젠...”

2010년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그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해명이 없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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