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인사로 부적격자 교수 임용...한체대 망가져”

2014년 10월 23일 19시 25분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산실인 한국체육대학교에 임용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연구윤리를 위반한 사람들이 다수 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교수 임용 이후 결격 사유가 드러난 경우에도 임용이 취소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실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한체대 기획처장 겸 연구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권 교수는 박사학위 없이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 9월 임용된 장 교수는 4년이나 지난 2010년 2월에야 박사학위를 땄다.

한체대 전임교원 임용규정 제5조는 임용자격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하고 있다.물론 전문 실기와 특정분야에서는 석사 또는 학사 학위 취득 후 일정 기간 경력을 쌓으면 박사 학위가 없어도 교수로 임용할 수도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하지만 장권 교수가 임용된 태권도학과 전공실기 담당은 반드시 박사 학위가 필요한 자리다.

연구윤리위원장은 동료 교수들의 연구부정을 감시 감독하는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임용된 교수가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장교수는 이미 지난 2003년에 연구부정이 드러나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바 있다. 장 교수는 “당시 연구실적으로 제출한 논문에 대해 상대방이 의혹을 제기했고, 스스로 경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체대는 연구윤리를 위반한 전력이 있고, 박사학위도 없는 사람을 2년 뒤에 교수로 채용한 것이다. 그동안 해당 분야 교수 자리는 공석으로 놔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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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총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쪽은 신규 교수 임용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의 ‘청소년지도자론‘ 분야에 응모한 서경화 교수는 심사위원회에서 1순위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당시 김종욱 총장은 그를 임용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교육공무원법 위반으로 교육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서 교수는 총장 선거 당시 김 전 총장과 경쟁관계였던 안 모 교수의 제자였다.

이후 김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안 교수의 측 인물인 정영희 교수가 총장 대행을 하면서 서 교수는 체육학과 연구교수로 임명됐다. 청소년 지도자 분야에 1순위로 꼽혔던 서경화 교수가 2년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분야의 교수로 임용된 것은 총장 선거 이후 논공행상의 결과물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탕 논문으로 교수에 부당 임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06년 생활무용학과에 임용된 백현순 교수는 2005년 한국체육학회지에 발표한 '송동숙의 별신굿춤 연구' 논문을 실적으로 내 교수에 임용됐다. 하지만 이 논문은 그가 1986년 대한무용학회지에 게재한 '동해 별신굿춤 연구'와 비교할 때 접속사만 바꾸고, 각주를 달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똑같다.

백현순 교수가 2005년에 발표한 논문(위)은 1986년 발표한 논문(아래)와 큰 차이가 없다
▲ 백현순 교수가 2005년에 발표한 논문(위)은 1986년 발표한 논문(아래)와 큰 차이가 없다

백 교수가 20년이나 지난 논문을 이중 게재한 이유는 한체대 전임교원 신규채용 규정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임교원 신규채용 규정은 연구실적물 심사시 최근 3년 이내에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중 제1저자 이상의 논문이 100% 이상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적이 필요했던 백 교수가 최근 연구 실적을 급조하기 위해 20년 전 논문을 재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체대는 이를 묵인하고 넘어갔다.

그런가 하면 자녀를 입학시켜 주는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교수가 재임용되기도 했다. 한체대 정형균 교수는 체육특기생을 선발하면서 17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01년 징역2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정 교수는 지난 2006년 12월 재임용됐다.

성동진 한체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총장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을 뽑다 보니 임용 부적격자들이 당당히 교수 자리를 꿰차게 됐고, 이 때문에 학교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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