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유출사고 빈발해도 안전장치 요구 묵살"
2014년 10월 23일 19시 26분
울진 제2 핵발전소에서 수년 동안 필수적인 안전장치인 감압밸브 없이 고압의 수소 가스 충전작업이 이뤄졌다는 핵발전소 작업자의 증언이 나왔다. 감압밸브 없이 수소 가스를 탱크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호스가 터져 수소가 유출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뉴스타파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소송을 취재하던 중 울진 원전 2발전소에서 수소 가스 충전을 담당했던 복수의 현장 작업자와 수소 운반 차량 운전자 등으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했다.
핵발전소를 가동시키려면 수소 가스가 필수적이다. 발전소는 주기적으로 수소 충전차량을 불러 저장탱크에 수소를 채워야 한다. 이 때 충전차량의 고압가스가 압력이 낮은 저장 탱크로 들어가기 때문에 압력을 낮추기 위해 감압밸브가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울진 제2핵발전소에서 수소 가스 충전을 담당했던 복수의 작업자들은 이 감압밸브를 제거하고 수년 동안 수소 충전 업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울진 원전 2발전소에서 2010년까지 6년 동안 일했던 현장 작업자는 감압밸브를 달고 충전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울진 제2핵발전소에 수소를 운반한 차량 기사도 감압밸브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압밸브 없이 작업을 하다보니 고압을 견디지 못한 호스가 터져 수소가 유출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 작업자들의 추가적인 증언이다. 한 현장 작업자는 “평균 한 달에 한번 꼴로 터졌고, 한번 터질 때 많게는 5개 호스가 터진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만 돼도 폭발 가능성이 있다. 울진 제2핵발전소에는 92개의 수소탱크가 있다.
문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만약 점화원이 있으면 폭발할 수가 있고, 하나가 폭발을 하면 그 옆에 있는 가스통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체가 다 폭발하면 어마어마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발 위험이 있는데도 감압밸브를 제거한 채 충전작업을 하는 이유는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현장 작업자는 “예전에 감압밸브를 달고 작업했는데 시간이 하루 넘게 걸린다는 걸 들었다”면서 “시간 절약을 위해 한수원이 감압밸브를 제거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울진 핵발전소 관계자는 “감압밸브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이 증언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확인을 요구하자 “홍보팀을 통해 질문을 해달라”고 말했다. 홍보팀에 공식적으로 문의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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