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쇼’ 의 막전막후

2014년 10월 31일 23시 03분

그들은 왜 ‘삐라 쇼’에 집착하나

남북고위급 회담까지 무산시키며 삐라를 살포한 일부 보수단체들이 사실상 북한인권보다는 후원금 확보 등을 위한 홍보 이벤트로 삐라 살포를 강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여전히 이런 단체들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부 방침에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삐라를 살포하는지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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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삐라는 정말 북으로 날아갔을까

지난 25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 박상학)과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대표 : 최우원) 등은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과 오두산 통일전망대서 삐라를 살포하려다 저지에 나선 파주 주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들은 같은 날 저녁 김포로 이동해 삐라 2만여 장을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날린 삐라가 실제로 북한으로 날아갔을지는 미지수다. 10여 년간 비공개로 삐라를 살포해 온 이민복 북한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25일 바람은 서에서 동으로 불었기 때문에 삐라가 북이 아닌 강원도를 통해 강릉 앞바다로 날아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최근까지 삐라를 살포했던 납북자 가족모입의 최성룡 대표도 “파주는 바람 방향이 맞지 않아 북한으로 삐라를 날려보내기 가장 안 좋은 장소”라며 “과거에도 경기도 양평, 서울 관악산 등지에 삐라가 떨어져 주민들 항의를 받고 쓰레기 비용 80여 만원을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북으로 갈 가능성도 낮은 삐라를 대대적인 이벤트를 하면서 날려 보내는 이유에 대해 “언론에 떠들석하게 공개하면서 삐라를 날리는 이유는 북한의 반발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유명세를 타는 만큼 후원금도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삐라를 보내려면 “조용히 보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2.삐라 살포 단체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 박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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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결과, 이날 삐라 살포를 주도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2007년 북한민주화운동본부라는 탈북자 단체의 대표를 맡았을 당시 공금유용 문제로 퇴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보도자료에는 박 대표가 “공금유용 등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하지 못하고, 얼굴내밀기 식 폭력시위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사회 만장일치로 사퇴를 결의한다”고 적혀있다.

박 대표가 이 단체에서 퇴출된 뒤 따로 차린 곳이 바로 자유북한운동연합이다. 통일부에 등록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 대표를 제외하고 7명의 이사가 등재돼 있다. 하지만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5명은 자신이 이사로 등재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거나 이사회 한번 개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잘 갖춰진 법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개인법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단체는 작년에만 적어도 6400여 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단체 홈페이지에는 미국 인권재단에서 2만 달러, 국내 유명 입시학원과 입시학원 대표가 2500만 원, 지난해 안행부 정부지원금 4700만 원을 받은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도 5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나와있다. . 삐라 10만장 살포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만 원 남짓이다. 그러나 후원금이 모두 삐라 살포에 쓰였는지, 총 후원금은 얼마나 되는지 이사회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박상학 대표에게 물었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아래는 박상학 대표의 답변이다.

박상학 대표 : 너 뭔데 남의 단체를 캐고 다니고 그래 당신 스파이야? 간첩이야. 기자? 아니 어디 이딴, 너 고소해 이제 기자 : 후원금 관리는 혼자서 하시는 거에요? 박상학 대표 : 걱정 끄라고 관심 끄라고.

3.삐라 살포 단체②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 최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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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학 대표와 25일 삐라 살포를 주도한 또 다른 인물은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인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다. 그는 18대, 19대 총선에서 각각 자유선진당, 대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적 있는 극우 성향 인사다.

2012년에는 철학과 학생들에게 ‘종북좌파를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조갑제닷컴’ 에 실명으로 게재하는 과제를 제출해 학교로부터 정직처분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측에 최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으며 대규모 수업 거부로 최 교수의 수업 전 강좌가 폐강됐다.

학생들은 최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산대학교 측 관계자는 “국립대의 경우에 정년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저도 괴롭다”고 말했다. 아래는 최 교수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최우원 대표 : 정의는 절대 숨지 않아요. 기자 : 하태경 의원도 그렇고 하지 말아 달라고 여당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최우원 대표 : 누군지 그 조무래기들하고 상대를 안 해요. 기자 : 삐라 때문에 (북한이) 총격을 가한 것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우원 대표 : 저 총격은 이때까지 수 없이 많았던 거 아니에요? 우리 6.25전쟁 이후에 불안과 위협 없이 산 적이 있었나요?

4.삐라 쇼, 못 막나 안 막나

이러한 단체들의 삐라 살포 강행으로 남북간 총격전은 물론 지난 30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 회담도 무산됐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여전히 이들 단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삐라 살포 등의 표현의 자유를 막을 법령이 없다는 게 정부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일부가 단체를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직무법 등으로 단체를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조민행 변호사는 “2012년, 2013년 삐라 살포에 대해 경찰 직무법 등으로 저지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막지 않는 것은 법의 문제가 아닌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은 대박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정책기조로 삼던 박근혜 정부가 사소한 삐라 살포 문제로 남북고위급회담까지 무산됐는데도 이런 활동을 막지 않는 것은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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