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② 엇갈린 판결들...진짜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뉴스타파 취재로 최초로 드러난 원자력 학계 교수들의 핵발전 관련 기업의 주식 보유 사례는 장순흥 총장과 성풍현 교수뿐만이 아니었다.
박군철 한국전력 원자력대학원총장(서울대 교수)과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포스텍 교수), 정창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 제자들이 설립한 원전 안전진단 평가 업체인 <미래와도전>의 주식을 수년째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창현 명예교수 18.81%(16,099주), 정 교수의 아들 16.53%(14,149), 박군철 교수와 김무환 원장은 각각 0.93%에 해당하는 800주를 갖고 있었다. 또 서울대 출신의 김신 중앙대 교수도 6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모두 서울대 지도교수와 제자로 연결돼 있다. 이들 교수들은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주식을 취득했다.
이 가운데 박군철 교수와 김무환 원장은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군철 교수는 취재팀을 만나 “창업 초기 제자 업체에 기술 컨설팅을 해줬고, 지금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2005년부터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해오다 지난해 10월 재산공개 대상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에 임명되면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장은 취재팀과 만난 자리에서 “원자력 관련 규제 기관장으로 가게 되면서, 적은 액수라도 원전 사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취임 전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김무환 원장은 특히 “원자력 분야 중에서 규제와 관련된 분야는 절대적인 도덕성이 필요한 분야이고, (관련주식 보유 사안에 대해) 도덕적 기준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자가 설립한 원전 관련 업체 주식을 보유한 교수들은 대부분 원자력 안전위원회 위원과 자문위원을 맡는 등 원전 관련 공직을 맡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상충’ 논란과 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미래와 도전>과 <액트>는 원전 안전 진단과 평가 용역 전문 기업으로 지난 2000년과 1999년에 각각 설립됐다. 두 회사가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한수원과 한전기술 등과 맺은 용역 계약 금액은 각각 370억 원, 358억 원에 이른다. 원전 안전 진단과 평가 용역 분야에서 업계 1, 2위 업체이다.
뉴스타파가 만난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성장 배경에는 교수들의 일정한 영향력이 있었고, 한수원 간부 등에 이 업체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교수들은 “제자들이 초기에 회사를 만들 때 그저 기술자문을 해줬을 뿐 이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고, 제자 업체가 용역을 따내는 데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업체 두 곳 역시 “자신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영업을 해 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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