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재벌 폭주... 막을 법이 없다

2014년 11월 21일 21시 58분

지난해 국회가 중소상인과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경우, 해당 기초자치단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해당 서류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만 제출하도록 돼있어 실질적으로 상권을 보호하는데 미흡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통 재벌의 지역 상권 잠식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규제는 없는 형편이다.

내년 상반기 개장을 앞두고 공사 막바지에 접어든 현대프리미엄 아웃렛 김포점의 경우 현대백화점 측은 이미 지난 2012년 김포 아라뱃길터미널 부지를 매입했고, 지난해 7월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개장을 앞둔 현 시점까지도 상권영향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상권보호 대책인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는 개장하기 전에만 내면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불과 10Km 떨어진 김포 패션로데오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포 패션로데오 사업협동조합 상인들은 수차례 김포시에 상가보호를 요청했지만 김포시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포시청 경제진흥과 담당자는 “이미 다른 법에서 대규모점포 진출의 출구를 다 열어둔 상태에서 지자체의 단순한 등록업무만으로 대규모 점포를 제재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지난 2011년 중소상인들이 만든 여주 375아웃렛의 경우 지자체가 상권보호를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선 바 있다.

375아웃렛 설립 당시, 여주시청은 기존의 지역상인들과 중복되는 의류브랜드를 취급하지 말도록 중재했다. 이를 위해 합의서를 작성하고 법적공증까지 받았다. 해당 합의서에는 ‘상가 소유권이 이전 될 때에도 효력을 승계한다.’고 돼 있어 초법적 각서가 만들어진 셈이다.

신세계 아웃렛이 확장 공사에 들어가면서 여주 375아웃렛 상인 측이 지자체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여주시의 태도는 달랐다. 서광일 여주 375아웃렛 상가 번영회장은 “우리 브랜드와 30~40여개 브랜드가 겹치기 때문에 신세계 측에게 공증각서를 여주시청에서 요구해 받아달라고 요구했는데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여주시청 지역경제과 방영철 팀장은 “쌍방간에 협의를 해서서 합의 결정을 찾아야지 왜 여주시에 대부분의 것을 요구하면 시가 어떤 내용을 해줄 수 있냐”고 되물었다.

대기업 쇼핑몰을 유치한다며 지자체가 나서 개발사업을 벌이고 그린벨트까지 해제하고 있는 지방정부를 바라보며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중소상인들의 분노와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몰은 사실상 주변상권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지만 정부 역시 여전히 대규모점포의 등장을 유통산업의 선진화로 받아들이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뒤늦게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재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가장 큰 문제는 등록제”라며 “현재 대형 유통기관들이 아웃렛 등 대형 복합쇼핑몰의 진출입이 자유로운 등록제를 정부가 더 규제하는 형태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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