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삼성, 또 하나의 죽음
2012년 05월 12일 06시 33분
구름이 잔뜩 낀 낮은 하늘...곧 비라도 쏟아질 기세였다.
조그마한 교회 옆의 2층 짜리 다세대 주택. 1층에서 나오는 ‘슈욱 슈욱’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바깥에서도 들렸다. 이현종 씨의 입 속에 고인 침이나 이물질을 의료 기구로 제거하는 소리였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과 방 한 칸에 주방과 화장실도 바로 옆에 붙어있다. 비좁은 집안 한 가운데는 대형 침대와 각종 의료 기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현종 씨는 초점없는 눈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TV도, 디지털 시계도, 전화기도...모두 삼성전자 제품이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마와 싸우기 직전까지 이 씨는 근 18년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기사로 근무했다. 혼수도 모두 삼성전자 제품으로만 했다.
거실 한 쪽 벽걸이 TV 위에 걸려있는 사진에는 단란했던 가족의 한 때가 담겨 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성실한 남편이었던 사진 속 이현종 씨의 모습에는 생기가 넘친다. 평소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병마는 갑자기 찾아왔다.
2012년 2월 갑자기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루게릭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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