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변상욱 칼럼_청산없이 언론이 설 수 없다

2012년 03월 31일 05시 57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 지성인들에게는 사회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나서는 것이 지식인들의 책임입니다.

19세기 프랑스는 우파 지식인은 지식인, 좌파 지식인은 지성인, 끌레르, 인텔렉스, 이렇게 나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프랑스 지성인 사회는 자존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지성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치욕스런 오점도 남나 있습니다.

독일에게 굴복해서 지식인들이 괴뢰정권을 만들어서 독일에게 협력을 했습니다. 프랑스는 이 치욕스러운 역사를 씻기 위해서 전쟁이 끝난 뒤 아주 엄하게 이 부역한 지식인들을 처벌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언론인, 시대의 양심이자 시대의 도덕의 표본인 언론인들이 어떻게 민족과 조국을 배신할 수 있느냐며 부역한 언론인들에게는 사형, 무기징역, 강제 노동 등 중형을 내렸습니다.

미국사회도 지성사를 살펴보면 치욕스러운 오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940년대에 시작된 매카시 선풍입니다. 공산당의 끄나풀을 찾아낸다는 핑계로 이웃들을, 동료들을 고발하고 폭행을 휘두르며 약자를 괴롭혔습니다. 지금도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이때 매카시 선풍에 동조했던 사람들을 선배로 여기지도 않고 지식인으로 취급도 안 하는 비판적인 여론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성사를 한 번 살펴보면 어떨까요. 마치 누더기 같습니다. 친일이 있고 친미가 있고 친독재가 있고 친군부정권이 있습니다. 그렇게 지식과 지조를 팔아서 우리의 지식인들은 자기의 기득권을 지켜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언론, 언론인들이 가장 교활하게 변신하며 자기의 기득권을 누려왔습니다.

이번에도 선거가 다가오니까 그 언론들은 종북 좌파론이 어떻고 색깔론이 어떻고 하면서 다시 우리사회를 어지럽힙니다. 뭐 경기도에 동편제가 있고 서편제가 있고 그렇다는데 기사를 읽어보면 논리도 부족하고 근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강이라고 하는 게 항상 똑바로 아래로만 흐르는 게 아닙니다. 역류라는 게 있어서 쓰레기가 역류를 타고 거슬러 오를 때도 있습니다. 역사도 제대로 나아가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반동이라는 게 있어서 가다가 주춤거리기도 합니다. 강은 역류를 포함해서 강이라고 하고 역사는 반동을 포함해서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러나 강이 시작된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듯이 역사도 순리를 언제까지나 거스르지는 않습니다. 몰락하는 종편 채널들을 보면서 또 언론노조의 파업투쟁과 시민노조의 격려를 보면서 저는 우리 사회의 반지성, 반동의 역사가 거의 끝에 이르렀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거쳐서 2013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입니다. 그래서 성큼 다가온 봄이 더욱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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