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 맡겨놓고... 위탁운용사 배불려주기?

2014년 12월 26일 21시 03분

국민연금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의 보유 부동산을 시세보다 높게 매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투자를 강행한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2010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소니센터를 8,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미국 부동산투자회사 하인스를 위탁운용사로 정해 투자 자문부터 부동산 운용, 관리까지 위임했다. 하인스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소니센터 매입이 국민연금과 유럽 지역 부동산 투자를 위해 맺은 ‘전략적 파트너쉽’의 첫 거래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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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하인스와 구체적인 계약 형태나 기간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지만, 소니센터 투자 이후에도 국민연금과 하인스의 ‘전략적 파트너쉽’의 일환으로 보이는 부동산 투자는 계속됐다. 국민연금의 2013년 7월 프랑스 부이그 텔레콤 본사 건물 투자, 같은 해 9월 독일 뮌헨 지멘스 본사 사옥 투자 때도 하인스가 참여했다.

비슷한 시기인 2013년 5월, 국민연금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BG 그룹 플레이스 건물을 4억 8,000만 달러, 한화로 약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BG 그룹 플레이스 건물은 ‘하인스 캘퍼스 그린 펀드’ 소유였는데, 이는 ‘하인스’가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부동산 개발 목적 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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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 그룹 플레이스 건물의 시행사였던 하인스는 2011년 건물 준공 후 운용과 관리도 맡았다. 즉, 하인스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로 수임인의 지위를 영위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 자신이 개발한 부동산을 국민연금에 매각한 것이다. 하인스가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입장이면서 동시에 국민연금을 상대로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매도자 입장이 되면서 이해관계 충돌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하인스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자기의 이해관계에 있는 물건을 국민연금과 거래하는 건 원칙적으로 피해야 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다른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인베스코’를 통해 하인스 자산을 매입했다. 당시 이 부동산을 놓고 국내 기관 투자가들 간 경쟁이 벌어져 매입가격이 시세보다 높았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BG 그룹 플레이스 건물 투자에 관해서 하인스가 아닌 다른 운용사가 국민연금의 투자를 대리해주고, 경쟁적 구도까지 형성돼 국민연금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사들일 수밖에 없게 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이해관계 충돌을 회피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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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국민연금의 이런 행태가 공적기금 운용의 이익 실현이라는 목표보다는 외국의 위탁투자사들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대가로 국민연금의 보수를 받는 위탁운용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국민연금이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국민연금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과 외국 위탁운용사와의 관계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부동산 투자 행태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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