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소망교회도 비정규직 줄줄이 해고

2015년 01월 09일 22시 37분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곳이 성당이라면서요. 엄동설한에 왜 해고하는 지 설명도 없이 쫓아낼 수가 있어요? 용역업체 소속이었지만 명동성당에서 일한 거잖아요. 그런데 한 마디 사과도 없이...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아요” (명동성당 전 경비노동자)

“교회에서 강조하는 게 믿음 소망 사랑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낮은 임금에도 꾹 참으며 20년 간 일했어요. 정직원이었는데 3년 전부터 용역 소속으로 바뀌더니, 새해가 되기 5일전,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잘 가란 인사 한 마디 없이...” (소망교회 전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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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소망교회 등 국내 대표적인 종교기관에서 새해 벽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종교기관에서 일하지만 용역업체 소속인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지난해 말로 재계약이 만료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약자를 돌본다는 종교기관의 이중적인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명동성당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12명 가운데 8명이 올해 1월1일부로 일자리를 잃었다. 명동성당은 그동안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직원을 고용해오다 올해부터 직접 고용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경비원들 대부분을 고용 승계하지 않은 것이다.

명동성당은 고용승계 대신 교회 주보에 새로 채용공고를 냈다. 기존 용역회사에서는 요구하지 않았던 ‘교적사본’을 채용 조건으로 달았다. 명동성당 측은 “직접고용으로 고용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 직원을 모집한 것”이라며 “기존 경비원들이 해고 됐다기 보다 새로운 구직자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무조건 기존 경비원들을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교회 주보에 공고를 낼 때는 통상 가톨릭 신자여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지만 그게 필수 조건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규 채용된 직원은 모두 가톨릭신자로 채워졌다. 5년 넘게 명동성당 별관에서 경비로 근무한 구교원 씨는 “모든 종교를 포용한다는 게 추기경님 말씀 아니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 씨 등 해고된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대교구 교구청 본관의 염수정 추기경실을 찾아 “해고를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아직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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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신자를 둔 대형교회인 소망교회에서도 올해 1월 1일,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 4명이 사실상 해고됐다. 소망교회는 3년 전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 경비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소망교회 신자이자 20년 간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A씨는 3년 전, 교회 측 제안에 따라 용역회사 직원이 됐다. 그 사이 용역회사가 2번 바뀌었고, 3번째 바뀐 올해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할 때 최소 1달 전에는 고지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소망교회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새해를 닷새 앞두고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다른 청소, 경비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소망교회의 한 집사는 “소망교회는 맘에 안 드는 직원들은 어떤 이유나 기준없이 쉽게 해고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열악한 처우나 부당한 대우에도 교회라는 특수성 탓에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그래서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더 노동여건이 안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종교기관에서도 비정규직 고용불안 문제가 만연해 있지만, 실태가 어떤지 통계조차 나온 것이 없다. 노조설립을 금지한 기독교 내부의 교회법 영향으로 노동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에야 한국노총을 통해 3개의 종교기관에서 노조가 설립됐을 정도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국장은 “교회 등 종교기관은 노동권의 사각지대”라며 “종교기관의 존립 근거는 철저하게 약자를 돌본다는 것인데 오히려 내부에서는 약자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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