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인사로 부적격자 교수 임용...한체대 망가져”
2014년 10월 23일 19시 25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와 조교 등 116명이 연구윤리 위반과 연구비 횡령 혐의로 무더기 징계를 받게 됐다. 이들은 또 2009년 12월 이후 부당 수령한 연구비 1억8000여 만원을 추징당하게 됐다.
뉴스타파의 한국체육대학교 비리 보도 이후 이 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한 교육부는 최근 한체대 교수 등 116명을 징계하고, 이들에게 지급된 연구비 1억8325만 원을 회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학교 측에 통보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체대 교수 65명이 제자들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베껴 학회지에 발표하고 이를 교내 연구과제 결과물로 제출하는 방법으로 연구비 2억7000여만 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한체대 교수 83명이 자신이 지도하거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석·박사 학위 논문을 요약한 뒤 단독저자 또는 주저자 등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교내외 학술지에 191편의 연구물을 부당게재했다고 지적했다.
유종만 복싱 담당 교수 등 교원 19명은 연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면서도 공동연구자로 이름만 올리는 방법으로 연구비 9000만 원을 부당수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한체대 교수 116명을 징계하도록 대학 측에 통보했다. 이는 현재 한체대에 재직중인 교수 112명보다 많은 숫자다. 최근 5년 간 한체대를 퇴직한 교수가 10명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직 교수 거의 전부가 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 학교에서 100명이 넘는 교수들이 한꺼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것은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특히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즉 ‘우생순’의 주인공인 임오경 교수의 논문을 가로챈 하웅용 교수 등 비리 정도가 높은 교수 5명에 대해서는 중징계하도록 했다. 중징계에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이 포함된다.
78명은 감봉 또는 견책 등의 경징계, 나머지 33명은 경고 또는 주의 대상에 올랐다. 교육부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한체대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해당 교수들이 부당 수령한 연구비는 모두 3억6000여만 원. 교육부는 이 가운데 법적 환수 시효 5년이 지나지 않은 1억8000여만원을 회수하도록 한체대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 감사는 한체대의 뿌리 깊은 임용비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한체대가 봅슬레이 분야 전문실기 교수를 특별 채용하면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 전임교원 임용규정을 완화해 특혜를 준 사실을 확인했지만 김종욱 전 총장 등 관련자 3명에 대해 주의를 주는데 그쳤다.
특히 레슬링의 김용호 교수 등은 다른 사람의 학위 논문을 표절해 교수로 임용된 의혹을 받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감사에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부터 석 달여 동안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연구 부정과 연구비 횡령, 교수 채용비리 등 각종 비리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특히 한체대 교수들이 성적을 미끼로 학생 들을 대상으로 공공연하게 생체검사를 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교육부는 즉각 감사에 착수했고, 100여일 만인 지난 9일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