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군 참모총장, “군대 일 외부 발설 말라”
2014년 08월 08일 00시 22분
부하를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상관이 보낸 음해성 메일을 삭제했다가 징계를 받은 가혹행위 피해자 공군 부사관이 결국 강제 전역됐다. 징계가 부당하다며 군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렸다는 것이 강제 전역의 근거다. 성추행과 가혹행위가 드러난 상관은 경징계를 받았지만, 피해자는 강제 전역되면서 평생 꾸어온 헌병 수사관의 꿈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진혁 하사(28세, 가명)는 2008년 경기도 양주에서 복무하던 중 선임 간부들로부터 폭행과 성추행, 집단 따돌림 등 가혹행위를 받았다. 이 하사는 이 같은 사실을 군 내부에 고발했으나 가해자 8명 중 3명 만이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이 하사는 전북 군산으로 부대를 옮겨야만 했고, 지난 2012년 경기도 수원의 한 부대로 전출됐다. 2009년 이 하사 폭행사건 당시 가해자 중 한명이었던 양 상사는 지난 2013년, 수원으로 전출된 이 하사의 직속 상관에게 “이 하사는 살모사 새끼처럼 지 애미 살 파먹고 올라간다”라는 등의 음해성 내용이 포함된 메일을 보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이 하사는 해당 이메일을 캡쳐 후 임의로 삭제한 뒤 직속 상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헌병대 수사관 양성 과정을 밟고 있던 이 하사는 지난해 ‘양성 수사관’에서 해임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5월 부하에게 성추행,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간부들이 경징계를 받은 뒤, 내부고발자인 이 하사를 음해하는 행위를 하는 등 이 하사에 가해진 2차,3차 피해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가고 8개월 뒤인 지난 달 공군은 내부의 부조리를 세상에 알린 이 하사를 강제 전역시켰다. 공군 징계심사위원회는 이 하사가 군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려 조직에 위해를 가했다며 현역 복무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지난해 5월 뉴스타파의 첫 보도가 나간 직후 공군 참모총장은 예하 부대에 군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 이 지시사항을 추가로 보도했다. 당시 공군은 “참모총장의 이 지시가 이진혁 하사와 관련된 보도 때문에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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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공군 참모총장 지시사항’ 관련 보도를 하자 공군은 문건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유출자로 이 하사가 지목됐다. 공군은 곧바로 이 하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공군 측은 비밀 문서가 아니더라도 군 내부 절차에 따라 외부에 제공해야한다는 시행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 하사가 속한 부대의 인사위원회는 이 하사가 군내부 문서 관리에 소홀했다는 명목으로 이 하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얼마 뒤 상급부대가 재심을 열어 감봉 3개월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로 조정했다. 재심에서는 보통 징계 수위가 완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군은 이 하사의 징계가 정직 3개월로 결정되자 곧바로 군복무 부적합 심사를 열었다. 공군은 정직 3개월 이상의 경우 군복무부적합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공군은 지난 달 6일 군인사법규칙에 따라 이 하사에게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군 측은 “군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이 하사에게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하사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지난해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강제전역조치까지 하는 것은 군이 잘못된 점을 시정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군 내부의 일을 문제 삼는 사람은 누구든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일병 사건의 변호를 맡은 남성원 변호사는 “군대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상관에게 보고해 구제 받기 힘들기 때문에 언론에 알리거나 가족에게 얘기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처벌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식의 군 문화가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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