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이 된 ‘불법 새마을 골프장'

2015년 02월 27일 21시 2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로(율동)에 가면 거대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지가 나온다. 이 부지 안에는 연수원과 새마을운동중앙회 직원들을 위한 사택, 그리고 3만6천 제곱미터가 넘는 골프연습장이 있다. 비거리 350야드(약 320미터)로 수도권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골프연습장에 속한다. 어떻게 연수원 부지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 참고 기사 : 더불어 살자더니…새마을중앙회, 임차인에 ‘갑질’

새마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골프연습장을 짓다

200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중앙회(회장 심윤종)는 수익 사업을 위해 새마을 연수원의 놀고 있는 땅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골프연습장을 짓기로 한다.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혔다. 이 법에 따르면 연수원 시설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마음대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4년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우회로를 택한다. 제3자에게 연수원 땅의 일부를 임대해 주고 골프연습장을 짓게 한 것이다. 당시 ‘제3자에게 땅을 분할해 매각하거나 임대해 연수원과 관계없는 별개 운동시설 등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연수시설에 속하지 않는다'는 건설교통부의 유권해석이 건축 승인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의 범위도 애매할 뿐더러 개발 주체에 상관없이 골프연습장을 짓는 것은 연수원 내로 인구 집중을 유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 승인 당시에도 논란이 컸다. 뉴스타파는 성남시청 측에 당시 건축 허가를 내 준 근거 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관련 서류도 없고 담당 공무원도 누구였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10년 뒤 골프연습장을 무상으로 받는 조건

새마을운동중앙회 측은 단순히 토지를 임대해서 임대 수익만 올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골프연습장 사업자인 파라다이스 골프랜드 측이 체결한 최초 토지임대차계약서를 보면 새마을 측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다. 매달 최소 1억 원 이상 토지 임대료를 내고 계약 기간 10년이 지나면 골프연습장 사업자가 새마을에 무상으로 시설물 일체를 조건 없이 기부 채납(무상 양도)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법망을 피해 제3자를 통해 골프연습장을 짓게 하고 10년 뒤에는 자신들이 소유할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

▲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직접 골프연습장을 짓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골프 사업자에게 땅을 임대해 주고 골프연습장을 지어 10년 후 무상으로 인수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직접 골프연습장을 짓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골프 사업자에게 땅을 임대해 주고 골프연습장을 지어 10년 후 무상으로 인수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새마을, 10년 만에 골프연습장 인수

현재는 제3자라고 보기 어려운 ‘사실상 당사자’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파라다이스 골프랜드로부터 골프연습장을 인수받은 후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주식회사 유주)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 대표이사는 현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인 조명수 씨가 맡고 있고, 자회사 사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 노조 위원장 출신 퇴직자다. 자회사 이사들은 현직 새마을운동중앙회 간부들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골프연습장 부지에 있는 국유지를 이용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직접 계약도 체결했고, 골프연습장 건물 안에 있는 상가들에게 각종 공문도 직접 발송하고 있다. 골프연습장 인수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아 현재 전 골프연습장 대표들과 각종 고소 고발,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연녹지지역에 건축 승인 내 준 성남시청

허가 과정에서의 의혹도 여전하다. 골프연습장이 들어선 땅은 자연녹지지역이다. 자연녹지는 50센티미터 이상 땅을 파거나 쌓을 때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 개발 행위가 1만 ㎡로 제한된다. 그런데 새마을 골프연습장의 총 면적은 3만6천 ㎡미터. 어떻게 제한 규모의 세 배가 넘는 골프연습장을 짓는데 허가가 날 수 있었을까.

골프연습장 건축과 사용 승인이 난 것은 성남시청의 전임 시장인 이대엽 시장 시절인 2005년이다. 건축 허가 당시부터도 잡음이 많아 언론에서도 계속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2007년 결국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애초에 건축 승인은 물론 사용 승인도 내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징계와 원상복구, 사업자 고발 등의 구체적인 처분도 관할 관청에 요구했다. 하지만 성남시청과 분당구청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당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이행된 사항은 공무원 징계였지만 주무 과장 2명을 감봉 1개월과 견책 처분하는데 그쳤다.

▲ 2007년 새마을 골프연습장 관련 감사원의 성남시 기관 운영 감사 조치 요구 내용
▲ 2007년 새마을 골프연습장 관련 감사원의 성남시 기관 운영 감사 조치 요구 내용

성남시청, 분당구청 “불법으로 운영될 리가 없다"

전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당시 시정 명령 전부를 이행하면 골프연습장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 관계자는 “원상복귀를 다 못했는데 한 것으로 도면을 만들어 구청에 제출했다"며 “현재의 건물 자체가 아예 준공도면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할 관청의 공무원들이 현장 조사 한 번 나오지도 않고 서류상으로만 이행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은 해당 골프연습장 사업자를 고발 조치하라는 감사원의 조치 요구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남시청과 분당구청은 “불법인 상태로 현재까지 운영될 리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 저수지를 불법으로 매립해 만든 홀이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 저수지를 불법으로 매립해 만든 홀이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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