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지역정치인, '갑을' 관계 여전

2015년 03월 05일 10시 35분

data_header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지역 정치인들이 사실상의 공천권을 갖고 있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선거전에 정치후원금을 집중적으로 내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총리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현역 정치인에게서는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던 이완구 총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2014년 국회의원 후원회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 명단’과 2014년 6회 지방선거 후보자 명단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됐다.

지방선거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 지역구 국회의원에 후원 집중

뉴스타파 분석결과 2014년 한 해 동안 2014년 지방선거 후보자에게서 연간 300만 원이 넘는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모두 20명, 이들이 받은 후원금 총액은 1억 3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제6회 지방선거 후보는 모두 27명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후원금을 제공한 시점이다. 후원은 지방선거가 실시된 지난해 6월 이전에 집중됐다. 2014년 1월부터 5월말 까지 5개월 동안 지방선거 후보들이 국회의원에게 보낸 후원금은 모두 7,9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한 해 동안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후보에게 받은 후원금 총액의 58%에 이른다.

반면 2014년도 전체 고액후원금 103억 7천만 원 가운데 1월부터 5월까지 후원된 금액은 약 37억 3천만 원으로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이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사실상의 공천권을 갖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의식해 선거 전에 정치후원금을 내는 행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5030500_01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에게서 정치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모두 23명의 지방선거 후보들로부터 1억 1,360만 원을 후원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4명은 4명의 지방선거 후보로부터 2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030500_03

2015030500_04

2014년 한 해 동안 2명 이상의 지방선거 후보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모두 6명이었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김해시)은 김해시 제6선거구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된 서종길 도의원 등 3명의 지역구 정치인들에게서 총 1,500만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포항시)도 포항시 선거구의 경북도의원 후보 3명에게서 1,50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새누리당 이완구, 김을동, 노철래, 김한표 의원도 각각 지방선거 후보 2명에게서 후원을 받았다.

‘현역 정치인에게서 후원 받은 적 없다’던 이완구 의원, 거짓말로 드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에게서 후원금을 받는 행태는 일종의 정치적 ‘갑을' 관계를 상징하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지난 2월에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부여군청양군)도 2013년에 5명의 새누리당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당시 이 후보자는 ‘현역 정치인으로부터는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고, 받았다면 돌려줬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2015021201_01

그러나 이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뉴스타파가 2014년도 고액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유병기 충남도의원이 2014년 1월 28일 이완구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정치인에게서는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던 이 의원의 해명과는 맞지 않는 사실이다.

이완구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창원시의창구), 이병석 의원(포항시북구), 이장우의원(대전 동구), 이종진 의원(대구 달성군)과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이 지역구 현역 정치인들에게서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8명의 지역 정치인들은 모두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각 소속 정당에 공천을 신청했고, 이들 중 5명은 실제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눈밖에 날새라'...너도나도 후원경쟁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려는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경쟁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청양군수직에 출사표를 던진 지역 정치인 4명이 모두 당시 이완구 의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청양군수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복철규 후보, 공천에 떨어진 뒤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선한 이희경 후보, 그리고 청양군수 예비후보에 등록한 다른 지역 정치인 2명이 모두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이완구 총리 후원 대열에 나섰다. 이들의 후원은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초에 집중됐다.

포항시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지난해 경상북도 도의원 3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 1선거구 한창화 도의원, 포항시 2선거구 김희수 도의원, 포항시 3선거구 장두욱 도의원은 모두 현역 도의원 신분으로 이병석 의원을 후원했고, 2014년 같은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은 선거 전인 지난해 3월 초에 각각 300만원, 당선 이후인 6월 중순에는 각각 200만원을 후원하는 등 후원 시기와 액수가 거의 동일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