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5년②] 엉터리 근거로 어뢰 공격 단정한 합조단

2015년 03월 25일 20시 53분

천안함 사건이 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여전히 이뤄져 있지 않다.뉴스타파의 여론조사 결과, 47.2%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48%는 불신 해소를 위해서라도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아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재검증했다. 그 결과, 수많은 과학적 오류와 근거 없는 추정이 발견됐다.


 “침몰 5년..다시 천안함을 말하는 이유”

 2. 엉터리 버블 주기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가 발견되기 전에 이미  “TNT 250kg의 폭발력을 가진 북한 어뢰가 수심 6-9미터에서 폭발해 천암함을 침몰시켰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중 폭발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는 별개로, 합조단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엉터리였다.

이 결론을 내리는 데 있어 합조단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 조사팀의 토마스 에클스(Thomas Eccles) 준장이었다. 에클스는 수중 폭발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버블 주기 1.1초’ 를 핵심적인 근거로 삼았다. 버블 주기란 물속에서 폭발이 일어날 때 생기는 버블이 ‘생겼다 허물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다른 조건이 같으면 폭발 에너지가 클수록 버블 주기가 길어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양의 폭약이 터졌는지 이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이 논리로 버블주기 1.1에서 TNT 250kg을 산출해낸 것이다.

그렇다면 ‘버블주기 1.1초’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에클스는 버블 주기를 사건 당시 백령도에서 관측된 공중 음파에서 찾아냈다고 말했다. 즉 천안함 침몰 당시 1.1초 차이로 두 개의 공중 음파가 관측됐는데, 첫 번째 것은 폭발 시점에서 나왔고 두 번째 것은 버블이 허물어질 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과연 물속에서 일어나는 버블 현상이 음파로 기록될 수 있을까? 버블이 허물어질 때의 소리까지 공중으로 나와 전달될 수 있을까?

 뉴스타파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결과, 공중 음파를 통해 버블 주기를 도출한 전례는 세계적으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어떤 뛰어난 전문가가 있어서 세계 최초로 이 같은 연구를 해낸 것일까?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버블 주기 1.1초를 산출해낸 장본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천안함 사건 당시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이어었던 이희일 박사였다. 놀랍게도 이 박사는, 한 번도 수중 폭발 현상에 대해 연구한 적이 없었다.

 최승호 피디 :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거죠, 제 질문은. 어떻게 아냐, 그게  만약에 그전에 많은 이론적 검토가 있어 가지고 실험도 여러 차례하고 해서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이희일 박사: 저희는 그런 연구 해본 적 없어요

최승호 피디 :그러시면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외국에서 이렇게 공중음파..

이희일 박사: 그런 사례 없어요

최승호 피디: 외국에도 없고 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해 보신 적이 없고..

 이희일 박사는 이렇게 ‘세계 최초’의 방식으로 산출한 ‘버블 주기 1.1초’와 ‘수심 10미터에서 260kg의 폭발물이 터졌을 것'이란 내용을 국정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원이 합조단으로 이 내용을 통보했고, 미국팀이 이것을 근거로 250kg의 폭발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에클스는 이 250kg이라는 폭발량이 정해짐으로써 폭발량이 아주 작거나 너무 크지 않은 중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무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에클스가 2010.8.5 언론에 천안함 사건을 브리핑하면서 밝힌 내용]

그래서 우리는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폭약량이 아주 작거나 바다 밑바닥에서 터져 피해를 줄 만큼 아주 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폭약량 250KG의 전형적인 중어뢰와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터진 수심은 4,5,6에서 10미터 정도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간 크기의 폭약량을 가진 무기가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So we could right away say it isn't the littlest ones and it isn't the biggest ones that are on the bottom. It's something that was in the water column around where I've labeled the 250 kilogram charge size, which is typical of many heavy weight torpedoes. And it's somewhere in the four, five, six to ten-ish

meters. That's beginning to ball park it for us. So we said mid-size charge, seems to make sense from the physics.

뉴스타파가 만난 지진파 전문가 조봉곤 교수(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공중음파로부터 버블주기를 계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버블 주기는 버블이 커졌다 작아질 때의 변화하는 압력이 지표로 전달돼 기록되는 지진파를 통해 계산하는 것이지 공중 음파를 통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지진파 전문가인 김소구 박사(지진연구소 소장)는 공중음파가 아닌 지진파를 근거로 ‘버블 주기 0.99초’를 도출했다. 그리고 합조단과 같은 공식을 적용해 ‘136킬로그램의 기뢰’가 수심 8미터에서 터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희일 박사와 함께 버블주기 산출에 관여한 한 연구원은 이 박사와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그 때 관측된 공중음파가 버블주기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군 조사팀이 엉터리 버블주기를 근거로 250kg의 중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 뒤 합조단은 어뢰추진체를 인양했다. 북한의 cht-02d 중어뢰라는 이 어뢰의 폭발량은 고성능 폭약 250kg이었다.

천안함 조사단이 엉터리 버블주기를 근거로 일찌감치 250kg 폭발량의 중어뢰를 지목하고 있었던 것은 조사단이 얼마나 전문성 없는 성급한 조사를 했는지를 웅변하는 사례다. 조사단 내에 버블주기라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1.1이라는 수치 하나를 받아 손쉽게 중어뢰라는 결론을 내린 과정은 조사단의 무능과 무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미국 워싱턴에서 방위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에클스 전 미 해군 제독은 뉴스타파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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