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5302...학생들 통장은 교수님 사금고
2015년 03월 06일 23시 03분
새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대학생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고민, 등록금. 하지만 정작 자신이 낸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
자신이 낸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위해 학교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 대학생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총장님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들고 뉴스타파를 찾아온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4학년 문준영 씨. 총장님은 과연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오는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준영 씨가 다니는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의 한 학기 등록금은 170만 원 정도. 3분의 2가 넘는 약 130만 원이 기성회비다. 총장님의 업무추진비는 지난해까지 학생들이 내는 이 기성회비에서 충당했다. 준영 씨는 학교에 총장님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비공개 통보. 이후 총장실에서 학과 사무실로 이상한 전화도 했다고 한다.
비서실에서 전화 왔어. 너 어떤 학생이냐고 물어봐서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업무추진비 관련 얘기를 하더라고. ‘우리 학과에서는 모범적인 학생이다’라고 얘기를 했지. 자꾸 책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른 얘긴 안 했어. -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조교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끝에 결국 자료를 받아냈지만 중요한 정보는 모두 지워져 있었다. 다른 정보도 복사가 잘못 돼 보이지 않는 것도 많았다. 다시 열람 신청을 해서 결국 영수증 액수를 비롯한 일부 정보를 받아낼 수 있었다.
준영 씨는 총장님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고 나서 왜 그렇게 공개를 꺼렸는지 알게 됐다. 2014년 총장님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4천 3백만 원. 카드로 3천만 원, 현금으로 1천 3백만 원을 사용했다. 이 중 2700만 원을 밥값으로 썼다. 하지만 누구랑 몇 명이 밥을 먹었는지는 가려져 있어서 알 수가 없다. 아래는 제주대 총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이다.
※ 2014 제주대 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카드)※ 2014 제주대 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현금)
총장님이 가장 애용한 식당은 제주도에서 유명한 고급 와규 전문점. 지난해 7번을 갔다. 소고기 1인분에 3만8천 원. 총장님은 이곳에서 식사 한 번에 135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공휴일에도 업무추진비로 자주 식사를 했다. 토/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로 밥을 먹은 횟수는 9번. 기획재정부는 증빙자료 없이는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장 측은 기관장은 그 규정에서 예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정과에 확인해보니 총장 예외 규정은 제주대 자체적으로 정한 것이었다.
불명확한 현금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1300만 원에 이르는 현금 사용 중 경조사비 지출은 모두 124건으로, 665만 원이다. 경조사비도 정확한 대상을 적어 놓지 않아서 총장님의 사적인 인맥인지 업무로 맺은 관계인지 명확하지 않다. 참고도서 구입 비용은 87만 9천 원, 한 번에 몇 십만 원씩 지출한 유공 직원 격려금도 모두 225만 원이 나갔다.그러나 어떤 책을 샀는지, 누가 격려금을 받았는지 아무런 내역이 없다.
총장님은 오름회라는 모임의 회비 36만 원도 해마다 업무추진비로 내고 있다. 오름회는 제주도 기관장들의 친목 모임이다. 총장실에서는 오름회가 업무상 만나는 모임이라 업무추진비로 회비를 내고 있다고 밝혔지만 도지사와 교육감 등 다른 구성원들은 사비로 회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준영씨는 총장실을 찾아갔지만 총장님을 만날 수는 없었다. 총장 비서실장에게 왜 그렇게 비싼 식당을 이용하는지 물었다.
총장님은 격이 장관 급인 것 알고 계시죠? 일반인들처럼, 우리처럼 그냥 아무데서나 가서 식사하고 하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 총장 비서실장
총장님을 직접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총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운이 좋게 식사를 하러 가는 듯한 총장님과 마주쳤다.
(너무 비싼 식당 많이 가시는데) 그게 뭐가 비싸. 안 비싼 것 같은데. 우린 다 싸구려 먹으니까.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낸 기성회비로 쓰는 건데) 근데 지금 총장이 그보다 더 많은 예산을 따려고 노력하거든요. - 제주대 총장
준영 씨는 대학 4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벌어 왔다. 돈을 낸 사람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준영 씨는 그래서 총장님의 답변에 만족할 수가 없다.
(정보공개 청구를 계속할 건가요?) 당연히 해야죠. 근데 이거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제가 학교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잖아요. 잘못된 걸 지적하는 건데. 잘못된 걸 지적을 하면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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