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엉터리보고서로 하베스트 투자 유도

2015년 04월 02일 10시 10분

하베스트는 한국석유공사에 인수되기 2달 전인 2009년 8월 경영 공시를 통해 ‘향후 정제 마진이 축소될 것’이라며 2000억 원 상당의 영업권 전액을 상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베스트가 자체 정유사업의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석유공사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하베스트가 정유부문에서 2조 원의 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우량기업라고 평가해 석유공사의 투자를 부추긴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하베스트사는 2009년 2분기 경영 공시를 통해 ‘하류(정유 및 판매)부문의 영업권을 완전히 상각했다’고 밝혔다. 상각된 영업권 가치는 2억600만 달러로 우리 돈 2000억 원에 해당한다. 하베스트는 영업권 상각의 이유로 향후 정제 마진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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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09년 하베스트사 정유부문의 영업 실적은 계속 나빠졌다. 특히 같은 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매출 총이익은 31%나 감소했다. 5월에는 석유제품의 정제 원가가 판매 가격보다 높아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역마진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장부 상 2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됐던 영업권을 모두 손실 처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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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의 경영 공시자료는 2009년 8월 10일 공개됐다.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에 하베스트사에 대한 최종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기 2달 전이다. 하베스트사의 경영 공시는 홈페이지 공개돼 주주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따라서 메릴린치가 하베스트의 이런 암울한 상황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메릴린치가 몰랐다면 석유공사의 주 자문사로서 이미 일반에 공개된 경영 공시자료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어서 직무 유기에 해당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하베스트가 정유부문에서만 2조 원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며, 기업 가치를 과대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하베스트사의 운영 비용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정유 사업 부문의 수익 창출 능력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하베스트 공시자료에는 운영비용이 1억1676만 캐나나 달러였으나 메릴린치의 하베스트 평가 보고서에는 미화 5700만 달러로 기재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당시 환율을 감안하면 운영비용을 1억400만 달러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회사 규정상의 이유를 들어 해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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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의 하베스트 운영 비용 축소를 통해 하베스트의 2009년 2분기 법인세 차감전 영업이익은 7100만 달러가 아닌 1억1800만 달러로 66%나 부풀려져 보고서에 담겼다. 이 보고서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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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부실기업이라고 공개한 하베스트를 우량기업으로 분식처리해 석유공사의 투자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날리게 만든 메릴린치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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