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노조 안 돼”...소망교회의 두 얼굴

2015년 04월 13일 20시 07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망교회에는 노동조합이 있다. 지난해 3월, 일부 관리직 직원과 경비, 청소 노동자 등 30여 명이 설립한 노조다. 경비원이 새벽부터 목사가 마실 생수를 준비하고, 겨울에도 목사 차량을 손세차해야 하는 등 부당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다.

노조를 설립한 뒤 조합원들은 교회 측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청소노동자 조합원은 목사님 연단에 지렁이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썼다. 노조지부장은 전화를 다른 곳에서 받았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받았다.

조합원 가운데 1명은 교회 간부의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아무도 근무하지 않는 수원의 텅 빈 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경비노동자 조합원 2명은 지난해 말 사실상 해고됐다.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경비노동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가 자신들에게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망교회, 앞에서는 ‘노사화합’ 뒤에서는 ‘협박 회유’

소망교회 측 간부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노조 탄압은 없다. 노조를 끌어안고 가려고 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노조원과 교회 간부들이 나눈 대화는 딴판이었다. 지난해 초 노조가 설립될 무렵, 이 간부는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솔직하게 얘기를 할게요. 이 교회에서는 직원 노조를 못 냅니다. 전국기독교노동조합이 했지만 불행한 상태로 갔거든. 전부다. 어떤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이쯤에서 노조를 안 할 수가 있겠는가. 노조라는 말은 빼고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 소망교회 간부

한 장로는 협박과 폭언을 했다.

지금 헌금도 3년째 4년째 줄어드는 판인데 봉급을 깎아야 하는 판인데… 내가 수습위원장하면 여럿 죽어. 장00하고 전00이 두 놈 (노조 집행부)만 죽이고 말아버릴 것 같으냐? 나더러 칼 들으라는데 지금. 지난번에 10명 징계해 놨잖아. - 소망교회 장로

소망교회 김지철 담임목사도 지난 1월 18일 예배 설교에서 교회 내에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적으로도 교회 안에 노조가 있다고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교회는 섬기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지철 담임목사

소망교회는 앞에서는 끌어안겠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전형적인 노조탄압 수법인 협박과 회유를 일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립 당시 30명이 넘던 소망교회 노조원 수는 현재 10여명 정도로 줄었다. 소망교회 측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배후에 교회 내 ‘불순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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