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없이 대학갈 수 있어요?"
2015년 04월 08일 17시 55분
두산그룹에 인수된 중앙대가 교비회계 수입으로 잡아야 할 임대수익 등을 매년 수십억 원 씩 법인 수입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법인 직원 인건비 등 법인이 부담해야 할 지출을 교비로 부담한 정황도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대학교육연구소>는 두산그룹에 인수(2008년)된 이후 현재까지 중앙대의 회계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편법 회계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 사립학교법(29조)은 학교의 회계(‘교비회계’)와 법인의 회계(‘법인회계’)를 엄격히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 여건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돼야 할 교비를 법인이 다른 목적으로 빼 쓰는 일을 막기 위한 취지다.
중앙대는 학내에 있는 식당과 매점, 문구점, 서점, 부속병원 편의시설 등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13조)에 따르면 이 같은 ‘학교시설의 사용료 및 이용료’는 교비회계(부속병원 수익은 별도)의 세입에 해당한다. 하지만 2013년 중앙대가 공시한 결산서를 보면 이 항목에 해당하는 임대료수익 27억 원과 임대보증금수익 9억 원이 법인회계의 수입으로 잡혀있다.
중앙대는 2009년 이후 지속해서 학교 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법인회계의 수입으로 빼돌렸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까지 포함하면 지난 7년간 중앙대가 법인회계의 수입으로 처리한 교비는 총 203억 원에 이른다.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학내 시설에서 나온 수익을 법인 회계로 처리한 것은 명백히 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심할 경우 고발 조치까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지출 항목을 교비로 처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중앙대는 정관을 통해 법인 사무처와 처장 이하의 직원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회계가 교비회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 법인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건비는 법인회계에서 지출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2013년 중앙대 법인회계 결산서에서는 법인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대 법인은 2009년 사무처 직원 인건비 항목으로 약 6천만 원을 지출한 이후 점차 지출 규모를 줄여갔다. 2012년부터는 아예 이 항목에 대한 지출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인 사무처 직원의 인건비를 법인 예산이 아닌 교비에서 지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취재진은 중앙대 측에 잘못된 회계 편성 사실을 지적하고 해명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황이다.
두산은 중앙대를 인수한 뒤 적지 않은 돈을 대학에 출연했다.
2009년 200억 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출연한 데 이어 2010년에는 400억 원을 설립자 기본금으로 출연했다. 이후에도 150~300억 원을 매년 출연해 2009년 이후 중앙대에 투입된 두산의 자금은 총 1,73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늘어난 대학 재정의 혜택이 학생과 연구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다시 두산의 매출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지난 7년간 중앙대 캠퍼스에는 기숙사와 교수연구동, 에듀하우스, 100주년 기념관 등이 새로 들어섰다. 그에 따라 2008년 158억 원 수준이었던 중앙대의 자산적 지출(자산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지출)도 두산그룹 인수 뒤인 2009년 451억 원으로 2배 이상 크게 올랐다. 2009년 이후 중앙대가 이 항목에 대해 지출한 총액은 3,282억 원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08년 인수 이후 중앙대로부터 기숙사(278억 원)와 병원(145억 원), 100주년 기념관(999억 원) 등 2,457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 금액은 두산그룹의 중앙대 전체 출연금 1,730억 원 보다 700억 원 가량 많은 액수다.
반면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이후 지난 7년간 중앙대의 교육 지표는 대체로 퇴보하는 중이다.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학교의 주인으로 들어오면 교육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처음의 기대와는 크게 다른 결과다.
학생 1인당 기자재 구입비는 2009년 25만 원에서 2013년 15만 원으로 10만 원 줄었다.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도 2009년 19만 원에서 2013년 12만 원으로 7만 원 감소했다.
학교부지 부족 문제도 심화됐다. 2011년 본교(서울 흑석동 캠퍼스)와 분교(안성 캠퍼스) 통합 당시 중앙대 본교의 교지확보율(학생 수-학교 부지 비율)은 교육부가 권고하는 100%에 크게 못미치는 40.5%였다. 당시 중앙대는 본-분교 통합 조건으로 교지확보율을 유지하겠다고 교육당국에 약속했지만, 교지확보율은 2014년 35.6%로 더욱 악화됐다. 본교 학생수가 362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교원 1인당 학생수’와 ‘학생 1인당 실습비’ 등 교육 여건과 관련된 지표에서는 미미한 개선을 보였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009년 32.4명에서 31.8명으로, 학생 1인당 실습비의 경우 2009년 16만 8천 원에서 2014년 17만 원으로 소폭 변동되는 데 그쳤다.
중앙대는 지난 2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존의 학과제를 폐지하고 비인기 전공을 점차 통폐합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였다. 사실상 취업 경쟁력이 없는 학과는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중앙대는 학과제를 유지하고 국어국문학과와 철학과, 역사학과, 자연과학대학 4개 과에 대해서는 희망학생 수와 상관없이 존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앙대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10%대에 머물던 중앙대의 국고보조금 의존율은 두산이 출연금의 규모를 줄이면서 올해 17.2%까지 치솟은 상태다.
학교 돈을 법인으로 가져다 쓰고, 출연금은 모기업의 건설 회사로 다시 흘러들어 가고, 등록금을 학교 빚을 갚는데 끌어다 쓰는 사이 중앙대의 교육지표와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떨어진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학과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 피해가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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