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33톤...’세월호 고립작전’의 전말

2015년 04월 30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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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시민들 머리로 쏟아진 33.2톤의 물대포

6중의 차벽, 그리고 이 차벽을 세우기 위해 동원된 477대의 경찰버스, 33톤의 물대포, 500리터의 캡사이신, 121대의 채증 카메라, 100명의 연행자.

세월호 참사 1주년이었던 지난 16일에서 18일 사이, 경찰이 추모 집회 참가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사용한 장비들과 그와 관련된 숫자들이다.

국회 정청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찰은 3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33.2톤의 물을 퍼부었다. 최루제인 파바(PAVA, 합성 캡사이신)가 0.03% 비율로 희석된 물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간 살수차가 발사한 물의 양을 모두 합해도 18일 하루 동안 사용된 양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지난 2011년 한미 FTA 반대 시위 때보다 10톤 가량 더 사용됐다.

500리터가 넘는 캡사이신 분사액이 사용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사용된 캡사이신의 양이 193리터인데, 그 두 배가 넘는 양이 18일 하루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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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집회 통제를 위해 지켜야 할 규정들은 무시됐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18일 밤 교통용 CCTV를 보며 진압작전을 지휘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법 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운영 제한)에 따르면 경찰은 교통정보 획득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고속도로 CCTV를 이용해 집회참가자를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경찰이 또 한번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경찰청 ‘살수차 운용지침’은 경찰 살수차는 직사살수를 할 때 사람의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물대포의 물길은 여러 차례 집회 참가자의 얼굴을 향했고, 실제 집회를 취재하던 한 언론사의 기자는 근거리에서 얼굴에 물대포를 맞고 홍채 근육 손상을 입었다.

경찰의 무차별 채증 역시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은 바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유례없는 ‘세월호 고립작전' …경찰청장 “최소한으로 운용한 것”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차벽 설치를 최소화하겠지만 불법 행위가 예상되는 집회에 대해선 계속해서 차벽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전히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차벽 설치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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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강신명 청장에 대한 의원들의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교통용 CCTV를 불법 운용한 점, △집회가 불법일 것이라고 예단해 차벽 설치를 계획한 점, △소방 당국의 허가없이 소화전의 물을 사용한 점 등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에서 벌어진 경찰의 불법 행위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논란이 된 부분들에 대해 차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농성 중 화장실 이용에 제한을 받은 유가족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차벽 설치 등 진압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차벽 설치를 최소화하겠다’ 수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강 청장은 행안위 전체회의 직후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6일과 18일) 불법행위가 예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차벽 등의 진압 장비를) 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집회로 예단할만한 근거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이 없었다. 또 강 청장은 “향후 차벽 설치 시에는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통행로와 통행안내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경찰의 과잉 진압이 오히려 집회 참가자를 과격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박주민 변호사는 “ 25일 집회에서 경찰이 차벽을 없애고 유족과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허락하니 평화로운 집회가 이뤄졌다”며 “이미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차벽 설치와 같은 강경한 대응이 집회의 과격화를 부른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고 말했다.

헌법을 전공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모 성격의 집회는 집시법 적용에 예외로 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과잉 대응을 한 것은 헌법과 집시법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화도 못한 유족 "아이가 없어진 것 말곤 달라진 게 없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었던 지난 16일,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 광장 앞은 차벽으로 가로 막혔다. 아이의 분향소에 꽃 한송이를 바치겠다는 부모의 작은 뜻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유족들과 추모객들은 인근 골목을 이용해 광화문 광장에 진입하려 시도했지만 가는 곳마다 경찰의 방패벽이 막아섰다. 일부 경찰이 헌화를 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유족들에게 모욕적인 말과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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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광장에 유족들은 사흘 밤낮을 주저 앉아있었다. 헌화만 마치면 집으로 발길을 돌리겠다고 마음먹었던 이들이었다. 유족을 둘러싼 경찰의 방패벽과 차벽, 반복되는 경고방송과 시선들. 심신이 지친 유족들은 극한에 몰렸다. 격렬하게 항의하고 경찰버스 위에 오르고 바퀴 사이를 기어가는 유족들을 경찰은 연행하기 시작했다. 18일에 총 21명의 유가족이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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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도 추모와 위로가 필요했던 세월호 참사 1주년. 유족들은 아이들이 죽어갈 때도,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도 자신들에게 국가는 없었다고 말한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 5.18을 겪었어요. 나이를 먹고 나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눈 앞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김미현 / 세월호 희생자 박성빈 양의 어머니

1년이 다 됐는데도 계속 노숙이고 똑같잖아요.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변한 게 하나도 없고 그냥 변한 게 있다면 애가 없어졌다는 것. 애만 없어졌다는 것. 박유신 / 세월호 희생자 정예진 양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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