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파說破]‘빚’내는 청춘 - 1983년生 대한민국 서른셋
2015년 06월 24일 16시 29분
요즘 청년들을 일컬어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인데요, 여기에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로 포기한 ‘오포세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모두 청년들의 힘든 현실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이 용어들은 주로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런데 요즘에는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이라는 신조어도 나올 정도로 청년들의 신용등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신용불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학자금 대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대학은 ‘높은’ 등록금 문제를 ‘낮은’등록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금대출이라는 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빚을 내도록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가압류, 소송, 강제집행 등의 법적 조치를 당한 학생들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 제도를 시작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6개월 동안 총 412만여 명이 대출을 받았고, 대출금액은 총 14조 원 가량입니다.
<연도별 학자금 대출 현황>
구분 | 합계금액 | 총인원 |
2009년(2학기) | 12,014 | 331,470 |
2010년 | 27,661 | 761,391 |
2011년 | 26,853 | 733,534 |
2012년 | 23,264 | 727,667 |
2013년 | 25,520 | 784,800 |
2014년 | 24,217 | 783,722 |
총합계 | 139,529 | 4,122,584 |
▲ 출처 : 한국장학재단(단위 : 억 원, 건)
이 가운데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법적 조치를 받은 학생들은 14,000여 명에 달하며, 연체 금액은 1천억 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 학자금대출 장기 연체자 법적 조치 현황>
유형 | 가압류 | 소송 | 강제집행 | 합 계 | |
---|---|---|---|---|---|
2009년 | 인원 | 311 | 337 | 1 | 649 |
채무액 | 1,938 | 1,731 | 5 | 3,674 | |
2010년 | 인원 | 968 | 374 | 6 | 1,348 |
채무액 | 6,609 | 1,775 | 42 | 8,426 | |
2011년 | 인원 | 600 | 362 | 37 | 999 |
채무액 | 4,665 | 1,999 | 267 | 6,931 | |
2012년 | 인원 | 694 | 1,056 | 35 | 1,785 |
채무액 | 6,181 | 4,439 | 340 | 10,960 | |
2013년 | 인원 | 525 | 3,210 | 7 | 3,742 |
채무액 | 5,215 | 20,289 | 90 | 25,594 | |
2014년 | 인원 | 458 | 6,086 | 8 | 6,552 |
채무액 | 4,839 | 40,483 | 74 | 45,396 |
▲ 출처 : 한국장학재단 (단위 : 명, 백만 원)
특히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행 첫 해인 2009년엔 가압류, 소송, 강제집행 대상자가 649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6,552명이나 됐습니다. 5년여 만에 10배나 급증한 것입니다. 연체금액도 12배로 늘었습니다.
2014년에는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대출의 장기연체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기 위해 시효가 도래한 채권의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하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장학재단으로부터 사들인 채권 추심을 다시 제3 금융기관에 위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 연체 학생들이 신용불량이라는 멍에에다 ‘약탈적 채권추심’의 대상으로 전락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학자금대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보면 학자금 대출 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고려하거나, 연체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습니다. 연체 요인을 줄이자는 것인데 본질적인 문제는 ‘높은’ 대학등록금입니다.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 등록금은 많은 청년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도저히 여유를 꿈꿀 수 없는 ‘삼포, 오포, 칠포세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와 대학은 대학등록금 문제를 ‘대출’로 풀 것이 아니라 현실성있는 등록금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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