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는 없다...신분세습 갈수록 심해져

2015년 11월 19일 20시 24분

‘헬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 조선’

왜 ‘헬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 조선’일까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부(富)’뿐만 아니라 신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자조가 반영된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자수성가로 부자 되기, 필리핀 보다 어렵다

우리나라의 10대 부자 가운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는 3명에 불과합니다. 각각 7, 8, 9 위에 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김정주 넥슨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이 그들입니다. 나머지 7명은 지겹도록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이건희, 서경배(아모레 퍼시픽 회장), 이재용, 정몽구, 정의선, 최태현, 이재현이 그들인데요, 7명 가운데 6명이 범 삼성 가문과 현대 가문, SK 가문 출신입니다.

글쎄, 10명 가운데 3명이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시겠죠? 그래서 뉴스타파는 해마다 전세계 부자들의 명단과 순위를 발표하는 포브스 자료를 토대로 13개 나라의 30대 부자들 가운데 자수성가형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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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 치고, 자본주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일본이나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자수성가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부의 세습과 양극화가 큰 사회문제가 돼서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나라인데도요.

충격적인 것은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고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보다도 우리나라의 자수성가 비율이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이 나라들보다도 자수성가로 부자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봐도, 10억 달러 즉 1조 원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 1,926명 가운데 자수 성가형은 1,191명, 65%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왜 헬 조선과 ‘금수저’, ‘흙수저’가 유행어가 됐는지 이해할 만 하죠?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막힌 사회

계층 상승의 가능성은 거의 막힌 반면 하락은 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나름대로 먹고 살만했던 ‘중간 계급’ (신광영 교수는 논문에서 학력과 직업,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 ‘중간 계급'이라고 정의했다)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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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중간 계급이었던 사람들 가운데 처지가 그대로 이거나 나아진 사람은 56%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4%는 처지가 더 나빠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포자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81%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했습니다.



박근혜 내각 자녀들의 직업...신분 세습의 단면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 즉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의 자녀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 집단인만큼, 그 자녀들의 직업을 보면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만드는 신분 세습의 단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자녀는 77명으로 파악됐습니다.이 가운데 미성년자와 학생이 32명이었고 나머지 45명 가운데 31명의 직업이 확인됐습니다. (공개 거부 7명, 미확인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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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직위자녀이름관계생년나이현직장분류입사일최종학력특이사항유학여부지역
강병규전 행자부 장관2남강*훈아들8531미확인미확인용강중 용산고2010.5.23 전역서울용산구
강병규전 행자부 장관2남강*훈아들9422학생학생
강호인국토부장관1남강*현아들8828네이버 계열사대기업 계열사?2011.8.26 전역경기도과천
김관진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3녀25 이상 추정미확인미확인서울중랑구
김관진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3녀25 이상 추정미국 유학 (음악 전공)유학유학
김관진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3녀25 이상 추정미국 유학(공학 전공)유학유학
김영석해수부 장관1녀1남김*슬8828미국 플로리다 연방법원법조하버드대 로스쿨유학경기도고양시
김영석해수부 장관1녀1남김*광아들9224학생학생?2015 제대
김종덕문체부 장관1녀1남김*우아들8927학생학생홍익대학교2012.12.20 전역서울마포구
김종덕문체부 장관1녀1남28미국 유학유학유학
김현웅법무부 장관2녀1남김*희아들9026장애인 재활센터중소기업서울서초구
김현웅법무부 장관2녀1남공개거부공개거부
김현웅법무부 장관2녀1남공개거부공개거부
김희정여가부 장관1녀1남권*준아들124미성년미성년부산연산동
김희정여가부 장관1녀1남미성년미성년
류길재전 통일부 장관2녀류*솔0214미성년미성년경기도 성남시
류길재전 통일부 장관2녀류*솔9026중소기업중소기업
문형표전 보건복지부장관1남아들10미성년미성년서울서초구
박인용안전처 장관1녀박*25 이상 추정쇼핑몰 운영자영업경희대 경영대학원(2010졸)유학
방하남전 노동부장관3녀방*영8333미국 박사과정유학유학서울 서초구
방하남전 노동부장관3녀방*영8531(주) 000 에듀케이션중견기업유학
방하남전 노동부장관3녀방*진9125미국 유학유학유학
서남수전 교육부 장관2녀서*윤8333미확인미확인경기도과천시
서남수전 교육부장관2녀서*진8531미확인미확인
서승환전 국토부장관1남1녀서*지8531삼성전자 사내변호사법조서울대 (대원외고)부인이 사교육 대가
http://news.donga.com/rel/3/all/20130219/53129205/1
경기도성남시
서승환전 국토부장관1남1녀서*선아들892700 병원 레지던트의사아주대의대(분당태원고)
유기준전 해수부 장관1남2녀유*현9422학생학생23세 이하서울강남구
유기준전 해수부 장관1남2녀유*식아들9620학생학생25세 이하
유기준전 해수부 장관1남2녀유*연9026학생학생
유일호전 국토부장관1남유*혁아들8234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외국계 금융회사고려대학교2005.6.7 전역서울송파구
유정복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3녀1남유*령8729미국 유학유학유학경기도김포시
유정복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3녀1남유*령9422미국 유학학생
유정복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3녀1남유*연0214미성년미성년
유정복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3녀1남유*호아들0214미성년미성년
유진룡전 문체부 장관1녀1남유*은8531(주) 유00중소기업서울광진구
유진룡전 문체부장관1녀1남유*진아들9224학생학생
윤병세외교부장관1녀윤*영882800 타임스 기자언론이화여대유학서울성동구
윤상직산자부장관1녀1남윤*아9422학생학생서울서초구
윤상직산자부장관1녀1남윤*석아들9026학생학생2013.2.18 전역
윤성규환경부장관2남윤*욱아들8630학생(석사과정)학생서울강남구
윤성규환경부장관2남윤*환아들8927미학인미확인
이기권노동부장관2녀1남이*리8333중학교 교사교사서울동작구
이기권노동부장관2녀1남이*운8729(주) 유00중소기업
이기권노동부장관2녀1남이*민아들9917학생학생
이동필농림부장관2남이*희아들8531미확인미확인2008.4.5 전역서울서초구
이동필농림부장관2남이*희아들9224학생학생
이완구전 국무총리2남이*현아들7937미 위스콘신대 졸업 뒤 현지취업유학 뒤 현지취업위스콘신 대학교유학서울강남구
이완구전 국무총리2남이*인아들8135김앤장 변호사법조미시건 대학교유학
이주영전 해수부장관2녀1남25 이상 추정네이버 사내 변호사법조경북대 로스쿨경남창원시
이주영전 해수부장관2녀1남이*희아들8432군법무관법조연세대 로스쿨 (대원외고)
이주영전 해수부장관2녀1남미확인미확인
정종섭행자부 장관2녀1남정*은25이상 추정디엘에이 파이퍼 UK법조유학서울서초구
정종섭행자부 장관2녀1남정*원아들9026학생학생유학
정종섭행자부 장관2녀1남정*은학생학생유학
정진엽보건복지부장관2녀정*윤8333공개 거부공개거부서울성남시
정진엽보건복지부장관2녀정*수8828공개 거부공개거부
정홍원전 국무총리1남정*준아들7838서울중앙지검 검사법조2006 사법시험합격서울대 전기공학부서울서초구
조윤선전 여가부 장관2녀박진성9422학생학생서울서초구
조윤선전 여가부 장관2녀박*연9719학생학생
진영전 보건복지부 장관1녀1남진*헌아들8828미확인(서울대)미확인용산고/서울대 전기공학과2010.1.24 전역서울용산구
진영전 보건복지부 장관1녀1남진*영8927미확인(서울대)미확인대원외고/서울대 심리학과
최경환기재부 장관1녀1남최*형아들84322011 (주) D00 - 2013 삼성전자대기업2013 입사이중국적유학서울서초구
최경환기재부 장관1녀1남최*지89272012 (주)인00 - 2013 (주)휴000 - 2014 골드만삭스외국계 금융회사2013-2******이중국적유학
최문기전 미창부 장관2남최*환아들7838미국 뉴욕대 졸업 뒤 현지 취업유학 뒤 현지취업2001.10.22 전역 - 2003 미국 유학 - 2012 현지취업유학대전유성구
최문기전 미창부 장관2남최*환아들803600 케미칼중소기업2002.5.19 전역
최양희미창부 장관1녀1남최*수83공개거부공개거부2013 결혼서울서초구
최양희미창부 장관1녀1남최*호아들8630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원유학 뒤 현지취업2012.7.2 전역(병역특례 : LG전자 기술연구원)유학(2.5억 송금)
한민구국방부 장관1녀1남한*훈아들8234 (주)에00중소기업서울동작구
한민구국방부 장관1녀1남한*희83332009 (주) 제00000000-2011 00여대 교직원대학 교직원
현오석전 기재부 장관1녀1남현*희8036인천지법 판사법조(판사)2002 사법시험 합격연세대 법학과(대원외고)이중국적유학경기도성남시
현오석전 기재부 장관1녀1남현*승아들8432미국 조지아텍 박사과정유학조지아텍이중국적유학
홍용표통일부 장관1남홍*재아들9818미성년미성년경기도성남시
황교안국무총리1녀1남황*진아들84322009 00케미칼-2012 KT대기업2012.1연세대 법학과서울서초구
황교안국무총리1녀1남황*희8630우리은행금융권2010.2
황우여교육부 장관2녀1남황*라7937큐레이터문화계2011.7.16 결혼인천연수구
황우여교육부 장관2녀1남황*세아들8036재미 목사종교2011.5.21 전역유학
황우여교육부 장관2녀1남황*결8531대학원생학생
윤진숙전 해수부 장관미혼










최다수를 차지한 직업군은 법조인이었습니다. 31명 가운데 8명으로 25%가 넘습니다. 이밖에 대기업 혹은 대기업 계열사가 4명, 외국계 금융회사가 2명, 유학 뒤에 현지 취업한 경우가 3명이었습니다. 그밖에 기자와 교사, 대학교 교직원 등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장을 가진 자녀가 31명 가운데 24명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나머지는 중소기업 6명이었고,인터넷 쇼핑몰 1명이었습니다.



장관들의 자식 농사 성공 비결

박근혜 정부의 총리와 장관들이 이렇게 자식 농사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비결은 유학으로 추정됩니다. 대학생 이상이거나 직업이 파악된 58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2명이 유학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반 서민의 자녀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입니다.

두 번째 비결은 사교육입니다.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 가운데 22명, 즉 60%가 서울 강남 3구와 경기도 분당 또는 특목고에서 자녀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실제로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은 지난 2004년 발간된 한 사교육 관련 지침서에 자녀의 합격 수기를 기고했는데, 10년이 지난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꾸준히 철학 교실에 다녔고, 서울대 심층 면접을 앞두고 특별 과외를 받았다.

엄마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 그날부터 수시로 학원 설명회에 쫓아다녀서 정확한 정보 입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 전략 중

마지막 비결로 볼 수 있는 것은 잘 나가는 부모의 영향력입니다. 실제로 총리나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 때마다 심심치 않게 자녀의 취업 특혜 의혹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최경환 기재부 장관입니다. 최 장관의 딸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2년 사이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 입사해 26살 나이에 890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됐습니다. 최 장관의 아들 역시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합니다. 이 중소기업의 사장은 최 장관의 고교 후배였습니다. 그리고 최 장관의 아들은 2년 뒤 삼성전자로 이직합니다. 최 장관의 자녀들이 이직한 시점은 모두 최 장관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을 때입니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딸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학교 추천 형식으로 네이버에 입사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신분 세습 →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의 악순환

박근혜 내각의 자녀들이 이렇게 ‘잘 나가는’ 것, 이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신분 세습의 단면을 보여준다거나 최상류층의 반칙을 시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더 중요한 함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특정 계층이 독식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 그리고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이 과거에는, 고도 성장기에는 대부분 농촌이나 어려운 계층에서 많이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평등 지향적인 의식이 있었어요. 그것이 한국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런 분야에 굉장히 유복한 계층의 자녀들만 진출을 하게 되다 보니까 아예 공공 정책에서 그런 배려가 점점 없어지는 거에요. 악순환이죠. 그러다 보니까 정책이 더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그런 정책이 되고 계층 간의 격차는 더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더 힘들어지고..빨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앞날은 정말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 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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