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지나는 마을 주민 35 %가 암

2013년 11월 19일 12시 46분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4개 마을에는 총 21개 철탑, 5.8km에 이르는 송전선이 지나간다.

1994년에 송전탑이 설치 된 이후 이 마을을 지나는 송전선로 100m이내에 거주한 주민 73명 중 25명이 암에 걸렸다. 암 환자 25명 가운데 17명은 사망했다. 주민들은 암 발병 원인이 송전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녹색당 공동위원장인 하승수 변호사와 함께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고 있는 팔봉면 마을을 현장 취재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해주는 초고압 송전선입니다. 하지만 이 송전선의 모든 구간이 바다를 거쳐, 산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논과 밭, 심지어 마을도 관통합니다.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4개 마을에는 총 21개 철탑, 5.8km에 이르는 송전선이 지나갑니다.

대황1리에 사는 김민호씨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그의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이겠다며 집으로 안내합니다.

[인터뷰 / 김민호 대황1리]
"보이는 게 이것만 보이니까. 학교 앞에도 이게 있어요. 오고 가고 맨날 철탑만 보이니까. 애가 자폐끼가 있어갖고 철탑에 너무 애가 박힌 거 같아."

마을을 통과하는 송전선이 김씨 아들의 정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초고압 송전탑은 마을 곳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앞 마당에 들어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택가와 인접해있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집 주위의 거대한 철탑때문에 늘 심기가 불편합니다.

[인터뷰 / 문옥향 덕송1리]
"저놈의 철탑 보기 싫어 들어와있으면 지붕에가 있어. 여기서 다 보여 저 큰 철탑이. 여기 들어와서 보면 집에서 다 보인다고."

[인터뷰 / 안순옥 덕송1리]
"없애야 해 다. 파고서 땅 속에다 묻든지...철탑 때문에 땅도 못 팔지 그 놈의 것 없애야 살아. 다 아주 분질러 내버리든지. 어디로 실어가든지."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이런 식으로 일상 생활하는데 등 뒤에 눈앞에 엄청나게 큰 시설물이 원치 않는 혐오시설이죠. 이것이 있다는 건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거거든요. 이 경관피해가 말도 못합니다."

농지, 주택 가리지 않고 울려퍼지는 송전선의 소음이 편치않다고 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안중관 / 덕송1리]
"웅~하고 바람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이에요. 바람 세기에 따라서 귀신 우는 소리 같아요."

방에서도 방음이 잘 돼 있어도 세게 나면 들립니다. 도시 사람들이 방에서 그러면 당장 민원 들어가지 민원 안 들어가요?

무엇보다, 팔봉면 주민들은 송전탑이 암을 유발한다고도 주장합니다. 안상일씨는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에 지장이 있습니다. 지난 2000년에 발병한 위암 수술 후유증때문입니다.

[안상일 / 덕송1리]
"부대끼고 배도 끓고 그리고 그럴 때는 틀림없이 설사 나오고..."

안씨는 집 앞을 지나가는 송전선을 의심합니다.

[안상일 / 덕송1리]
"그런 원망을 갖고 있어요. 철탑으로 인해 내가 이렇게 피해를 보지 않나 그런 원망을...아무것도 모르고 못배운 사람이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송전탑과 인접해 있는 또 다른 집. 이 곳에 사는 김경순씨도 암에 걸렸었습니다. 김씨의 시부모님은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김경순 / 양길2리]
"포크롬세포종이라고 하더라고요. 포크롬세포종은 부신에 있어서 수술을 했죠. 담당의사가 말씀하시길 암의 일종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님 아버님도 그거로 인해 돌아가셨죠."

김씨의 생활은 대부분 송전탑 주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김경순 / 양길2리]
"논이고 밭이고 철탑 밑이잖아요. 집도 그렇고. 지금도 머리가 띵하니 계속 아파요. 애들은 시골이 좋다고 나중에 직장생활 끝나고 시골에 와서 산다고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살겠어요. 우리 대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여기서 산다고 하지만 애들은 여기서 못살아요. 저는 반대에요."

팔봉면 주민들은 1994년 송전탑이 설치 된 이후로 암이 급증했다고 말합니다. 송전선로 100m이내 거주하는 주민 73명 중 25명이 암에 걸렸다고합니다. 주민들은 암에 걸린 이유가 송전탑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후진 / 덕송1리]
"암 환자가 많이 발생해서 사망했고 지금도 투병 중인 분이 계시고..."
(그게 철탑 때문이에요?)
"철탑이라고 우리는 생각을 하죠. 다만 과학적으로 근거를 대라면 우리 실력으로 댈 수 없지만 그렇게 추정을 하는 겁니다."
(그 이후 암 발생이 많아졌나요?)
"심해졌죠. 그 전에는 노인들이 정확한 진단을 내려서 돌아가신 분은 없지."

[최예용]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많은 암환자가 발생하는 지역이라고 봐야 할 거 같아요. 고압 송전선로에 전자파 노출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이냐. 이런 의문을 던졌을 때 누구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그런 상황인 거죠. 게다가 이러한 사례가 여기에만 있느냐 아니면 다른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는 인근 지역에 여기 저기에서 그런 문제 제기가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정밀한 역학조사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고, 이런 식의 건설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기껏해야 몇백만 원 보상하고 더는 이런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면 안 되죠."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뒤편에 보이는 거처럼 논 한가운데 송전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주민들은 거의 삶 터를 빼앗겼다고 표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일부 돈을 갖고 보상을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대도시와 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 된 송전탑, 그로 인해 삶과 생명을 위협 받는 주민들이 있다면 이제 당국은 그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신동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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