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검찰 "카메라 꺼주세요"

2012년 06월 16일 05시 33분

@ ‘민간인 사찰’ 수사결과 발표 6월 13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상 수사기관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서울 중앙지검 1차장 검사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재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섭니다.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방송사 생중계까지 진행됐지만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검찰의 일방적인 발표에 한정됐습니다.

수사 결과에 대한 문답은 생중계 카메라를 비롯한 영상 취재진이 모두 퇴장한 뒤에야 이루어졌습니다. 검찰이 카메라 앞에 서길 꺼려한 이후는 문답이 시작된 직후 바로 드러났습니다.

15쪽의 발표문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됩니다. 민간인 사찰 1차 수사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현 법무장관입니다.

@ 카메라 꺼진 뒤

“서면 관련해서 한 가지 제가 확인해 드릴게요. 어제(6월 12일) 오후에 법무장관께서 서면 진술서를 보냈어요. 6월 8일자 서면으로 확인서가 왔어요.” ((보도 자료에 나온) 서면조사 12명에 포함 안 돼요?) “포함됩니다.” (질의서를 보내서 응답이 온 겁니까?) “아니, 질의서 안 보냈어요.” (질의서를 안 보낸 걸 서면조사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겁니까?) “아, 진술서 형식으로 왔으니까...”

조사 시도도 안 했는데 권 장관이 알아서 해명해 왔다는 코미디 같은 검찰의 답변. 장관 대변인이나 변호사로 착각이 들 정도로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나옵니다.

“(VIP 보고 관련) 비선 그 부분은 민정수석과는 관계가 없죠. 불법 사찰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원래 없었고...(서면진술서) 내용은 그런 겁니다. 민정수석실에서는 관여한 게 없다는 사실이죠. 검찰 수사 결과가 사전에 청와대 측과 조율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옵니다.

(청와대 언론 담당들이 과거 정부 (사찰) 사례도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서 나올 거다, 오전에 다 알고 있던데. 이 보도 자료는 보고하셨나요. 사전에?) “우리는 보낸 바가 없고 나머진 모르겠어요.”

실제롤 검찰이 배포한 15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 중 과거 정부의 사찰 수사 내용이 두 페이지에 달했습니다. 검찰은 처벌할 수 있는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까지 친절하게 넣어놨습니다.

반대로 집중적인 불법사찰 증거와 구체적인 피해까지 드러나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 됐지만 이번 수사 결과에서는 아예 누락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방송사에 대한 사찰 내용입니다.

특히 YTN의 경우 노사문제와 경영진 교체에 정권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일 다소 확인되었고. 심지어 특정인이 현 정부에 충성스럽다고 평가하며 사장 선임을 건의한 사실이 문건으로 수사 초기부터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마치 그러한 사찰 문건이 없는 듯이 말합니다.

“그 당시에 떠도는 동향을 정리한 거 외에는 다른 증거물이 없다는 겁니다.”

언론사에 대한 경찰 수사에 정권이 개입하려 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도 수사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마지못해 무시하는 투로 말합니다.

“(사찰) 팀장의 얘기에 의하면 YTN 파업을 할 때 경찰에서 파업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첩보가 있어서 확인을 해봤다. 그 정도입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따져 묻자 검찰 자질이 의심스러운 답변까지 나옵니다.

“지금 거론되는 그런 분들 (이사 등 사장 선임 관련자들)이 우리가 확인을 구했을 때 무슨 얘기를 해줄 것인지도 사실은 기대난망이고...(그 문건에서 사장을 교체하고 이 사람을 사장을 시키라고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을 (사장) 시키라는 건 모르겠고...” (아니, 문건이 있지 않습니까? 왜 모르십니까. 그걸... 작성돼 있잖아요. 그걸 차장님 모르세요?) “아니, 아니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YTN) 사장 보고 나가라고 그랬습니까?”

처음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2010년 7월 초. YTN 불법사찰 장본인인 원충연이 검찰 수사 직전 일주일 동안 YTN 간부들과 수십 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하고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은 그러니까 증거인멸 관련이 아니기 때문에...” (왜 증거인멸이 아니라고 단정하시는 거죠?) “아니, 총리실의 문건 파기에 YTN 간부가 관련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결국 검찰은 YTN 노조가 별도로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로 얼버무렸습니다.

“어찌 됐든 YTN 측에서 고소를 해가지고 우리가 수사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특별히 제가 밝혀드릴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문건이 있어도 수사를 제대로 안 한 검찰이 제목만 있는 사찰 사례를 제대로 수사했을리 없습니다. 요란하게 꾸며진 보도자료의 내용과는 달리 검찰이 수사에 밝힌 내용은 없다시피 합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이 분은 그야말로 목록만, 제목만 있습니다. 경기도 지사 김문수 지사 부분도 진짜 내용이 없습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팀원들도 관여한 사람이 안 나옵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이름 석 자만 딱 있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관봉 5천만 원의 출처에 대해선 검찰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들고 나왔습니다.

“5천만 원을 찾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어요. 주변 인물 계좌 다 보고 (일반인까지) 목돈이 나간 걸 다 스크린 하고. 그리고 류충렬 장인이 5천만 원 줄 정도가 되느냐. 친인척도 불러 조사했습니다.” (줄 정도가 되던가요?) “저희는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를 못하는데 하여간 결국 류충렬은 입을 닫았어요”

결국 검찰은 한 가지 사안을 두 번이나 수사하고도 실태를 규명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최강욱 변호사] “무고한 시민을, 그것도 국가 폭력으로부터 그렇게 철저하게 희생당한 사람(김종익 씨)에 대해서 그렇게 가혹하게 수사를 해서 자살을 결심하게 이를 정도로 몰아붙이던 조직이 이런 (불법사찰에 개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하니 더 이상 수사할 게 없다? 지금 이 얘기 아닙니까? 관봉(5천만 원)도 심지어는 돌아가신(류충렬) 장인이 줬다고 하니 더 이상 우리는 할 게 없다?”

스스로 몸통을 자임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윗선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청와대 인사들은 아예 조사를 안 하거나 서면조사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못 밝힌 것이 아니라 안 밝힌 것이라는 비난을 검찰이 자초했습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차관급)] “현장 부재 증명을 뒤엎을 수 있는 것을 가져오세요.”

왕차관 박영준씨에 대한 증거도 극히 일부밖에 찾지 못해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조차 가능할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검찰이 수사한) 5백 건을 박영준 차관이 개인적으로 개인적인 목적에서 2년 동안 했다고 인정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인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개인적으로 청탁을 받고 몇 개, 몇 건을 할 수 있어도 5백 건에 달하는 이런 자료들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겠느냐? 그런 걸 생각할 때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어딘가에 또 보고를 한다든지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수없이 되풀이 된 증거가 없다, 모른다는 말에서 검찰의 존재의 이유를 곱씹게 됩니다.

“(청와대)가 알았다는 증거는 우리는 못 찾았어요. 그거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건 모르겠는데? 그건 모르지. 저간의 속사정은 난 모르겠고... 증거를 못 찾았습니다. 그런 부분은 확인 안 했어요.”

재수사 초기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던 검찰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해집니다.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여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의 부실한 수사가 검찰 역사에 씻기 힘든 치욕으로 남을 것이란 비판이 쏟아집니다.

[최강욱 변호사] “정말 막강한 힘을 가진 거악을 상대로 그 심장부에 칼을 겨눌 수 있어야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이고, 국민이 검찰을 믿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수사하는 내용이나 방식을 보면 약간의 힘만 있으면 철저하게 그 앞에서는 칼이 구부러지는 이런 현상을 너무 많이 봤죠.”

@ KBS 9시 뉴스 6월 10일(일)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수사 착수 8개월 만에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발표한 이른바 내곡동 MB 사저 수사결과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이나 수사를 끌어 오던 검찰은 청와대가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게 6억 원에 달하는 금전적인 이익을 줬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시형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검찰은 촬영 없이 보도자료 3장으로 수사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검찰은 주말 휴일에 보도 양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한 듯 금요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기자들이 보도 시점을 뒤로 늦추기로 해 그나마 비판적인 보도가 어느 정도 나올ㄹ 수 있었습니다.

[김태규 기자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 간사] “오후 12시 좀 넘어서 전화가 왔고 오후 2시에 발표를 하겠다, 그렇게 연락이 온 겁니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주목도가 떨어지는 토요일 자로 소화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저희가 확인한 건 아니지만 검찰이 대통령과 관련된 이런 중대한 사안을 조금 조용히 처리를 하고 싶어 하는 의도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이 보도를 오히려 반대로 더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기자단이 협의를 해서 월요일 자 조간부터 그러니까 일요일 오전부터 보도가 되는 거죠, 방송에는. 그렇게 협의를 했습니다.”

실체적 진실은 전혀 찾지 못한 채 조금이라도 비난 여론을 피해보려 애쓰는 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내곡동 사건. 최근 이 두 사건은 수사 내용은 물론이고 수사 내용을 발표하는 검찰 태도에서도 철저한 개혁의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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