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변상욱칼럼_공포는 나의 힘

2012년 06월 16일 06시 07분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종북 정치인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후미에, 라는 것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후미에는 일본 애도막부 시대 때 가톨릭 신자들을 색출해서 처형하던 방법입니다. 예수 십자가상이나 성모마리아상을 발로 밟고 모독하면 살려주고 주저주저하면 기독교인이라고 간주하고 처형하는 겁니다.

매년 한 번씩 이렇게 사상 검증을 해서 250년 간 30만 명을 처형했습니다. 일본의 야만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죠. 우리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신사로 끌고 가서 강제로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굴욕을 준 그 뿌리도 바로 이 후미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후미에라고 하는 사상 검증은 사상 검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감시해야죠. 조사 심문 해야죠. 그러다 보면 고문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발각이 되면은 그 가족과 친지, 이웃 주민들까지 함께 연대 책임을 물어서 처벌하는 연좌제도 실시해야 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게 되고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집단적으로 감시를 하게 됩니다. 일본의 이지메. 그 집단 따돌림의 뿌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죽어도 자기의 속내를 내놓지 않는 혼내 정신. 집단자살, 집단학살, 일본의 병리적이 사회현상과 이상하게 배배 꼬인 일본인들의 심리가 상당 부분 이 후미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후미에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하자고 하니까 참 가지가지 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사상 검증이 불가한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사상검증이란 인간의 내면을 찢어발기는 행위입니다. 자유주의를 수호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비자유주의적인 칼을 빼들어서 헌법이 자유롭도록 보장한 인간의 내면을 찢어발길 수가 있습니까.

두 번째, 사상검증은 야당정치인 몇 명만 하고 끝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여당 정치인도 해야 되고, 대통령도 해야 되고, 국정원장도 해야 되고, 국무총리, 장관들도 해야만 되게 됩니다. 벌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고, 북한은 여당 지도자들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얼마나 살갑게 굴었는지 폭로하겠다, 그러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 정국의 주도권은 북한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참 우스운 일입니다.

세 번째, 사상 검증은 이번 한 번만 하고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한 번 하게 되면 선거 때마다 해야 되고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해야 되고 어쩌면 공무원 임용 때도 해야 되고 교사 임용 때도 해야 될지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신뢰라고 하는 토대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훌륭한 정치인이란 사회 속에 좋은 관계, 굳건한 신뢰를 쌓아가는 겁니다. 물론 그 반대로 이야기 한 정치지도자도 있습니다. 가상의 적을 만들고 공포를 극대화해서 국민들의 관심을 그쪽으로만 쏠리게 해라. 이것이 정치 지도자의 능력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이 있죠. 그 사람의 이름이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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