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특별판 - PD수첩의 눈물

2012년 08월 03일 17시 48분

올림픽이 한창인 7월말 PD수첩 작가 6명이 전원 해고됐습니다.

분위기 쇄신이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한 프로그램의 작가 6명이 짤린 것은 방송사상 유래가 없습니다.

그 야만스런 해고사태를 취재했습니다.

지난 7월 30일 MBC 사옥 앞.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12년 재직)] “제가 서 있는 이 뒤쪽에 제가 17년 동안 제 일터였습니다.”

MBC 노조의 파업이 잠정 중단된 직후 MBC 사측은 PD수첩 정재홍 작가를 포함해 여섯 명을 전원 해고했습니다. 이렇게 한 프로그램의 모든 작가를 한꺼번에, 사전 통보도 없이 자른 것은 한국 방송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12년 재직)] “파리 잡듯이 날려버리는 구성작가 일을 누가 같이 하겠습니까.”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작가생활 30년 해온 작가로서 이런 사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꺼번에 전혀 예고도 없이 한 프로그램의 작가를 이렇게 느닷없이 해고시킨다는 것은 이거는 사설 방송국도 아니고 국민이 다 보고 있는 방송인데,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경...”

이번에 해고된 정재홍 작가. PD수첩에서만 12년 동안 일해 온 베테랑 작가입니다. 지난 2010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도 그가 집필했습니다.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12년 재직)] “이거는 버릴 수가 없어요. 어디서 뭘 하든 마지막으로 한 번 끝까지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에요.”

“마음을 다스리는 글. 왜, 모든 아이템을 못하게 하니까. 좀 이거 할 만한 거는 무조건 막으니까 그래서 이거를 책상 앞에 딱 붙여놓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았는데 결국은 나가라고 하네요. 이건 가져갈, 제가 더 이상 마음 다스릴 일도 없고.”

PD수첩에서 5년째 일해 온 장형운 작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프로그램을 집필했습니다.

[장형운 작가(2008~2012)] “우리가 하는 얘기가 누군가한테는 잘못 나가면 누군가한테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를 살리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게 이제 저희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런 거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요. 굉장히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정말 고3때처럼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프로그램 내규에서 고3때처럼 공부하고 해야 되거든요. 정말로.”

170일 동안에 MBC 파업이 끝난 직후 PD수첩 작가 6명은 방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MBC 사측은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이들을 모두 해고시켰습니다. 해당 작가들은 물론 담당 PD들도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습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2년 동안 일했던 일터에서 한순간 쫓겨난 것입니다.

작가들의 해고를 결정한 건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그는 지난 2년 최승호 피디를 PD수첩에서 강제로 전출시킬 때 이를 옹호한 전력이 있습니다.

@ 피떡수첩 방송

“김현종 아침방송 팀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PD수첩과 최승호 피디를 거론했다.”

[김현종 아침방송 팀장] “PD수첩 프로그램에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고 정치적 편향성도 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좀 지나치다, 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PD수첩의 과도한 정치색을 탈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의 소견이고 예를 들면 최승호 PD 같은 경우에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작가들은 해고된 이유가 무엇인지 김현종 국장에게 물었습니다.

[장형운 작가 전 PD수첩 작가(5년 재직)] “ ‘할 말이 없다는데 왜 자꾸 만나자고 하지?’ 라고 하면서 처음부터 되게 거칠었죠.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쨌든 저희는 들어가야 하니까 들어갔어요. 이유라도 듣자, 라고 얘기했는데. ‘분위기 쇄신이다’ , ‘분위기를 바꾸는데 작가교체가 필요한 것 같다’ ”

[이소영 작가 전 PD수첩 작가(4년 재직)] “그날 그 국장이라는 사람과 어쨌든 PD수첩이라는 팀을 맡고 있는 팀장의 표정을 저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표정이 어땠는데요?) “그냥 뭐라 할까요... 너희들이 나가는데 지금 여기까지 와서 그 이유를 뭐 들어야겠어? 뭐 복귀투쟁이라도 하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던 김현종 국장은 8월 1일 MBC 사내 게시판에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작가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해고가 아니라 교체다. 해당 작가들이 MBC 파업을 지지했기 때문에 시사프로그램 작가의 중립성을 위반해 교체했다, 라는 겁니다. 노조파업을 지지하는 것이 작가의 업무를 하지 못할 만큼 중립성을 해치는 것일까. 그 중립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뉴스타파 취재팀은 김현종 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김현종 MBC 시사제작국장]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네.” (아 예. 김현종 국장님이세요?) “네. 네.” (예. 안녕하세요. 뉴스타파에 박중석 기자입니다.) “아 예. 제가 지금 인터뷰 할 시간이 없습니다.” (예. 여보세요.. 말씀을 좀... 여보세요. )

그는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PD수첩 작가들도 시민으로서 그리고 또 MBC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파업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명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이것은 당연히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게 일반 사기업, 일반 민간 기업에서 이렇게 개인 직원들의 어떤 의사 표명을 이유로 징계를 하거나 하는 것도 문제인데. 하물며 공영방송 MBC 같은 경우에는 다른 누구보다도 개인 구성원들의 의사표명을 존중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거든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피디수첩은 이른바 피떡수첩이 됐습니다. 최승호, 이유환 피디 등은 현업에서 쫓겨났고 수많은 아이템은 내부 검열에 시달렸습니다.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12년 재직)] “대표적인 게 한미 FTA, 4대강... 하여간에 정부에 누가 될 것 같은 것은 아예 못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은 제주도 세계 7대 경관 같은 것들.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서 쇼를 할 때부터 저희가 아이템을 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못하게 했어요. 4대강에서 노동자들이 급한 공사로 계속 죽어 나갈 때 18명이 죽었을 때 저희가 이 문제를 갖고 4대강 공사 잘못됐다고 아이템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팀장님이 18명 죽은 게 무슨 많이 죽었다고 아이템이 되냐.”

[이소영 작가 전 PD수첩 작가(4년 재직)] “매주가 전쟁이에요. 아이템을 가지고 가면 안 돼요. 무조건. 무조건 안 돼요.”

여기에 MBC 사측은 프로그램의 한 축인 작가들 마저 한꺼번에 내쫓으면서 현재 피디수첩은 정상적인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동료 작가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MBC는 물론 KBS, SBS, EBS 등 방송 4사 소속 시사교양 작가들은 즉각 피디수첩 대체 작가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체작가 참여를 거부한 작가만 770명이 넘습니다.

[박진아 작가(SBS 구성작가협의회 회장)] “778명이 넘는 작가들이 보이콧을 선언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피디수첩 사태의 주인공들은 잘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이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저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요.”

[최미혜 작가(방송4사 구성다큐연구회 회장)] “더 이상 옳지 않은 일 앞에서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저희들 이름 끝에 붙은 작가라는 두 글자의 의미를 얼마나 묵직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 같고요.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유명 드라마 작가들도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송지나 작가(모래시계, 카이스트, 태왕사신기, 신의)] “망나니와 그 졸개들의 칼춤도 똑바로 보고 기록하여 외칠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함께 있겠습니다.”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는 이번 해고는 이른바 망나니 칼춤으로 비유했습니다.

[노희경 작가(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해고된 작가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길고 긴 투쟁이 되더라도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피디수첩 작가들이 제자리에 돌아올 때까지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현 작가(대장금, 히트,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기 바랍니다.”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는 모든 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은숙 작가(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다.”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는 이번 전원 해고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이자 비겁한 보복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라마, 예능, 라디오, 시사 교양 등 모든 장르의 작가 2500여 명이 소속된 한국 방송작가 협회. 이금림 이사장은 긴급 집행부 회의를 열고 작가협회가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직접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우리 작가들의 자존심과 국민들의, 시청자들의 권리 또 방송이 이대로 갈 수 없다, 라고 하는 위기의식 이런 것들을 다 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의견들이 나와서 향후 대책을 세워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분(김재철)의 생각은 어떤 것이며, 작가들이 그분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최승호 MBC 해직 PD(전 피디수첩 PD)] "국민들이 이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그 사람들한테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김재철의 생존을 위해서 피디수첩을 망가뜨릴 수 있는 모든 일을 통해서 망가뜨려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재철을 지킬 수 있는 가치를 느끼도록 하자. “내가 미워하는 피디수첩인데 김재철이란 사람이 저렇게까지 하는구나. 성의 표시를 하는구나. 그러니 내 어찌 김재철을 지키지 않을 수 있어” 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게 최대의 목적일 겁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에서만 피디와 기자 8명이 해고됐습니다. 징계자 수는 200명이 넘습니다.

[김옥영 작가(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MBC 김재철 사장의 방송은 어떤 방송입니까? 그리고 김현종 국장의 방송은 어떤 방송입니까? 그리고 우리 작가들, 피디들이 생각하는 방송은 어떤 방송입니까? 그리고 국민들은 그 어디에 손을 들어 줄 것 같습니까?”

19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여야가 이번 달에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묵시적으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번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는 김재철 사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