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가해자와 피해자...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3년 12월 13일 18시 43분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불법적인 민간인사찰 과정에서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 대표직을 잃고 지분마저 빼앗겨야 했던 김종익 씨.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지난해 갑상선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투병 와중에도 계속되는 법적 공방에 김종익 씨는 힘겨워하고 있다. 그는 지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28일, 대법원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최종 판결이 났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사건이었지만 결론은 그의 유죄 확정. 상관의 불법적인 명령이 복종했다는 이유다. 장 씨는 이날 공무원직을 박탈당했다.

그렇다면 정작 민간인사찰을 직접 지시했거나 수행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뉴스타파가 만났다.

<앵커멘트>

민간인 불법사찰의 대상이 됐던 김종익씨는 여전히 재판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장진수씨는 결국 공무원 자리로 되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불법사찰을 직접 시행하거나 지시한 관계자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했습니다. 징역형을 받고 난 뒤에도 공기업 자회사의 고문으로 갔습니다. 파견이 끝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승진하거나 순조롭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1월 28일, 대법원 판결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과연, 민간인 불법사찰은 끝난 일일까요.

<김새봄 피디> 5년 전, 정부의 불법적인 민간인사찰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던 김종익씨. 그는 고통스러웠던 지난 5년의 시간을 약으로 버텨왔습니다.

[김종익] “항우울증 약은 사건이 일어나고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울증약을 지금 복용하고 있고요.”

그렇게 가까스로 버티던 김종익씨에게 지난해, 결국 병마가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종익] “정신적으로는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몸은 참 정직하다. 몸은 암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지금 김종익씨는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밖의 1심 판결에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판부가 KB한마음의 지분 75%를 갖고 있던 김씨의 대표이사 재임가능기간을 3년만 더 인정했을 뿐, 강압에 의한 주식 헐값 양도나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종익] “원상복귀에 대한 최소한 사법부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고. 오히려 그러한 노력이 아니라. 피해자를 어떻게하면 더 보상액을 줄일까에 주력한 판결이 1심 판결이거든요.”

“여전히 민간인사찰 사건은 진행이 되고 있는거죠. 다만, 피해자들이 형이 끝나고 이런 것일 뿐이지. 민간인사찰 사건은 사회적인 의미에서 해결된 문제가 하나도 없는거죠.”

민간인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씨.

지난 11월 28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났습니다.

[장진수] “그대로 유죄를 확정판결 받았습니다. 지금 안타깝고. 사실 뭐 승복하기 어려운데.”

그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재수사였지만, 그는 결국 유죄였습니다.

이날로 그는 공무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상관의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장진수] ”진경락 과장은 재판에서 파기환송 됐고, 저한테 시킨 분은 파기환송. 나는 유죄가 됐다.” (참담하셨겠네요...)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나왔는지” “국정원 직원들과 너무 차이가 있어요. 국정원 직원은 그걸(댓글이 불법대선개입이라는 걸) 모르고 했다고 할 수 없어요. 쓰는 사람이 내용을 알고 쓰기 때문에. 그럼에도 상관의 지시였기에 처벌도 안하고. 저는 모르고 했지만 그냥 상관의 지시의 불법이라도 따를 의무가 없는데 따랐기 때문에 유죄. 답답하다.”

양심선언 이후, 장진수씨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가 대기발령을 받고 재판에 매달리는 동안, 아내도 생활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공공기관의 도우미 활동을 하며 하루 2만원을 받습니다.

[장진수] “돈이 지금 부족한게 있구나...이야길 해도 직접적으론 안하죠. 다음달에 큰애 학교에서 캠프 가는데 돈 얼마 든데요. 그래, 그렇게 해. 돈이 없어서 이야길 하겠구나..”

장진수씨는 초등학생인 두 딸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될 수 없어 양심선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장진수] “미안하죠. 아빠가 직장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 이야길 안하고는 나중에 길게 보면. 이 이야길 안할 순 없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게 살 수는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꼭 해야만 했죠.”

그렇다면 민간인불법사찰을 수행하고 지시한 관계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김충곤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장. 그는 김종익 전 대표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2011년 4월, 만기출소했습니다.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형까지 살았던 그가 향한 곳은 공기업 계열사의 고문자리였습니다. KT의 계열사인 이곳은 김충곤 전 팀장이 첫 외부 고문이었고, 외부 고문은 전례없는 일이었다고 회사관계자는 말합니다.

[KT계열사 관계자] “(김충곤 고문에 대해)저는 전혀 들은바가 없어요. 그 당시에 이사님에게 연락받아서 바로 채용되시고...” (공무원 출신 인사가 고문으로 오게 되는 경우가 흔한가요?) “아닙니다.”

김충곤 전 팀장은 이 회사에서 월 5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고문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출근을 어디로 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했는지 내부직원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고위관계자에게 김충곤 전 팀장의 고문채용에 대해 물었습니다.

[KT계열사 고위 관계자] “그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우니까요 끊을게요.”

MBC를 집중 사찰하는 등 1팀보다 업무처리현황 건수가 많았던 3팀.

3팀 팀장이었던 이모씨는 서울지방국세청으로 복귀한 후 마포세무서장까지 역임했습니다. 퇴임 후에는 자신이 근무했던 마포세무서 관할 지역에서 대형 세무법인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3팀 전 팀장] “어떻게 오셨어요? 들어오세요.”

그런데 민간인사찰 문제로 취재에 나섰다고 하자 태도가 돌변합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3팀 전 팀장] “나가세요. 대답할게 없어요. 팀장으로서 책임의식이 하나도 없어요, 난.”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 마시고. 다 끝난 사건이에요.”

당시 점검 1팀에 파견됐던 최모 경위. 경찰 복귀 후 1년 만에 심사를 통해 경감으로 승진했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 전 팀원] “나는 그거와 상관도 없고. 나한테 이야기할 필요... 어차피 검찰조사 다 받았잖아요. 조서에 다 있는데 뭐.”

승진에 대해 묻자, 문을 걸어 잠급니다.

“올라오시면 안됩니다...”

당시 점검 2팀에 파견됐던 박모 경감. 그 역시 2년 만에 심사를 통해 경정으로 승진했습니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경찰관은 총 12명. 이 가운데 언론에 불법사찰 혐의로 거론된 인사 3명을 제외한 6명은 모두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민간인불법사찰을 직접 주도하고 실행에 옮겼던 이들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원래 소속으로 돌아가 승진했거나 순조롭게 공직생활을 마쳤습니다.

뉴스타파 김새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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