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4부] 학연, 지연을 이용한 삼성과 ‘그들’의 공생...장충기의 인맥 관리
2018년 05월 03일 18시 48분
장충기 문자에는 삼성 장충기 사장이 산업은행의 인사에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행사하던 STX의 대표 선임 과정에 산업은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장충기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다. 장충기에게 대표 연임을 청탁했고, 실제로 연임이 된 사람은 2017년 6월까지 STX의 대표였던 서충일 씨였다.
2016년 1월, 당시 STX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던 서충일은 장충기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장충기를 “형님”으로 부르며 자신이 연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청탁하는 내용이었다.
STX그룹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때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지만 무리한 확장 경영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2014년, 수천억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STX의 사장 추천 권한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 내의 경영진 추천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강덕수 전 대표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났고 서충일이 2014년부터 2년 임기의 새 대표가 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임기가 끝나갈 무렵, 장충기에게 자신의 연임을 부탁하는 노골적인 문자를 보낸 것이다. 서충일과 장충기는 부산고, 서울대 무역학과 동문이다.
당시 문자를 보면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서충일이 아닌 다른 인물을 새 사장으로 선임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두 사람이 문자를 주고받은 이후인 2월 1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서충일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후 서충일 씨가 장충기에게 보낸 또 한 통의 문자다.
자신의 연임이 결정됐다며 장충기에게 ‘은혜를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산업은행이나 STX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장충기가 서충일의 연임 과정에 개입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서충일의 1년 연임 임기가 끝난 뒤인 2017년 6월, STX의 사장을 교체했다. 산업은행이 밝힌 사장 교체의 이유는 “2016년도 경영평가 등급이 E등급으로 낮아서”였다. 그러나 2016년 2월, 서충일의 연임을 결정하는데 근거가 됐을 2014년과 2015년도의 경영평가 등급이 무엇이었느냐는 뉴스타파의 물음에 산업은행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통한 장충기의 STX 인사 개입 여부에 대해 묻는 뉴스타파의 질의에는 산업은행은 “‘장충기 사장과 서충일 전 사장과의 사적 대화에 대해 알지 못하며, 장충기 사장의 STX 인사 개입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뉴스타파는 STX 사장 연임을 장충기에게 부탁한 문자들에 대한 서충일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질의서를 남겼지만 직접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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