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특별기획 - 미안해요 함께할께요

2012년 09월 17일 08시 39분

이 다큐멘터리는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된 것입니다.

제작 심상정,  연출 태준식,  구성 안지은,  조연출 이수현,  촬영 신임호 자료협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유명희/강석필
<앵커 멘트>

오는 20일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립니다. 불법적인 회계조작에 의한 정리해고의 진실을 밝히고 억울하게 공장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진압 과정에서의 과잉진압 논란과 인권침해 사실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청문회는 그저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어렵게 공론의 장을 마련한 만큼 기대감도 큽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죄스러운 마음을 버리고 더 이상 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

“그 소식을 듣고 갔어요. 네. 그냥 무조건 갔어요. 전 세계에서 지구상 대한민국이 자살률이 제일 높고, 대한민국에서 지금 평택, 쌍용차 한 회사에서 해고된 이 사람들의 자살률이라는 것은 지금 가히 세계 최고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예외적인 일이 한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벌어지는데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것은 이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것이죠. 네.”

“전반적으로 처음에 가서 그 사람들한테 느꼈던 감정은 뭐냐면 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긴장감이 없다. 그런 느낌이 전반적으로 들었어요. ‘죽을까? 말까? 죽어야 되겠다.’ 막 죽음을 준비하고, 뭐 이런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하자면요, 그냥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한 긴장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사는 거나 죽는 거나 그냥 뭐. 언제나 여기서 이쪽으로 언제든지 아주 수월하게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 그 집단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이런 양상.”

“사전에 심리검사를 좀 했었어요. 그랬는데 의학적인 심리검사를 했었는데 제가 심리검사를 했던 집단 중에 가장 끔찍한 결과가 나온 집단이 바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에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살에 대한 충동, 자살사고, 자살에 근접해 있는 사람이 거의 8할을 넘었어요. 이런 집단을 만나본 적은 없어요.”

“진압이 이루어지던 날 그냥 뭐 마구마구 마구마구 짓밟혔죠. 그리고 그런 못브들을 가족이나 아이들이 또 많이 봤고.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벌레만도 못하고 이거는 물건보다 물건짝 보다도 더, 짐짝보다도 더 못하게 취급당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다 그대로 공개가 되면서 겪은 굴욕감, 한 인간으로서의 수치심. 이런 것들도 있었는데 결정적인 것은요. 그 이후에 이웃이나 사회의 반응이에요.”

[조현오] “살상무기까지 거리낌 없이 사용해 가면서 우리 경찰은 물론이고 사측 직원들까지 생명과 신체의 안전까지 위협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밝혀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입니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

“물리적인 고통보다 더 끔찍한 게 관계에서의 극단적인 고립. 내 감정은 극도로 치닫는 억울함이 있는데 이걸 아무도 몰라준다는 느낌, 그 고립감. 옥쇄파업 정말 너무 힘들었고 구속당했고 이때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 하루하루 겪는 생활이 정말 끔찍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의학에서 말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다른 것은 단시간에 끝나는 그런 재앙이 아니라 그 재앙이 일상화 되는 것. 이런 것 때문에 이 사람들이 특별히 더 많이 죽어가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해고자들이 여럿 있는데 한 사람이 자살을 했다, 죽었다, 그러면 멀리 있는 사람이 죽는 것과 내 지역에 같이 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그러면 그 영향, 파장이라는 것은 그 가까운 순서로 이렇게 파급이 되거든요. 그니까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다 말하자면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자살이나 우울증이나 이런 것에 대한 하이리스크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거죠. 가까운데서 그런 일을 접한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영향은 굉장히 커요. 병적인 에너지가 병적인 기운이 지역사회로 번져가는 것. 이런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상당하다고 보는 거죠.”

“법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냥 저는 이런 마음이 이런 소박한 바람이 있어요. 지금 시민들이 뒤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저도 처음에 갔을 때 늦게 와서 미안하다. 알게 되면 다 미안한 마음을 갖는 거 같아요. 그게 인지상정인 거 같아요. 지금 이 영상을 보고 계시는 분들도 지금 알았더라도 지금 깊이 인식을 하더라도 그냥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그러면 이 일이 해결되지 않을까. 우리 시민들이 똑같이 이런 마음을 갖듯이 정치를 하는 분들도 미안함을 가질 수 있으면 이것은 저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이 없어서 해결을 하지 못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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