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응답하라 PD수첩

2012년 09월 28일 06시 45분

<기자>

지난 9월 25일 밤 서울 상수동. 불방 8개월째. PD수첩의 정상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가을방학] “고맙습니다. 떨리지? 저희가 평소에 공연을 하면 주로 2,30대 여자분들이 앉아 계시거든요?그런데 이렇게 칙칙한 공연은 저희가 처음 해봐요. 그래서..”

응답하라 PD수첩. 이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 안철수 대선후보도 응답했습니다. 그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안철수 대선후보] “1년만이죠 순천에서 뵀고.” (네 순천에서 뵀죠.) “그때가 이제 막 서울시장 건 터진 직후라서 저보고 그러셨잖아요 서울시장 나가지 말라고. 그런데 지금 더 큰 사고를 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송일준 전 PD수첩 MC] & [안철수 대선후보]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생각은?) “정말 언론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이야기 해야만 하는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차단하는 정말 어떠한 시도도 용납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MBC 사태를 순리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그 이후에도 MBC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저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여야 간 신의로 합의를 하기로 했다면, 사실 그게 그대로 지켜져야죠.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합의 과정도 지켜보고 다들 알고 있는 마당에 합의가 안 지켜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후보님의 메시지를 대신 전해주실 분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도종환 의원이 대신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입니다. 오늘 꼭..”

[문재인 대선후보 메시지 대독] “피디수첩을 대하는 현 정권의 처사는 과거 엄혹했던 유신시절, 조금이라도 정권을 비판하기만 하면 무조건 잡아가던 긴급조치 9호가 되살아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처사야말로 MBC발 긴급조치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 공영방송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그 본분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초청 받았지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PD수첩 PD들이 만든 PD수첩 잔혹사. 재갈이 물리고 숨통이 조여오는 언론탄압의 상황이지만 곳곳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 PD수첩 잔혹사

[윤길용 당시 시사교양국장] (1년 됐다고 옮겨라, 모두 다 옮기겠다 이런 인사가 지금까지 어디 있었습니까? 항상 프로그램 위주로 하려고 노력해왔었죠, 저희 조직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거예요.) “최승호씨한테도 이번에는 약간 자유로움을 주자, 저 사람 저렇게 되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하하하하”

만감이 교차합니다.

“단언하건대 PD수첩을 망치기 위해서 지금 그러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PD수첩이 입을 닫고, PD수첩이 더 이상 발언하지 못하도록.”

[김영호 전 PD수첩 피디 (현재 타부서 발령)] “(FTA 방송불가 결정 후) 아, 이게 도대체 노태우 때하고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옛날하고..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제가 PD수첩을 노태우 때하고 지금 다시 하는데, 나는 왜 그 중간에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부 때는 안 하고.. 그런데 어쩜 그렇게 (노태우 때와) 똑같은가 싶어서요.“

[김미화] & [최승호 전PD수첩 피디 (현재해직중)] &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 (현재해직중)] (두 분 (최승호 PD, 정재홍 작가)이 PD수첩의 간판 스타들이신데, 결국은 잘리신 거네요.) “잘렸죠.” (요즘 뭐하세요?) “어, 자전거 타고.. 하도 열이 받아가지고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 글로 정리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우리 정작가님은?) “저는 그 로드용 자전거를 사서 시속 30km 정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최승호 피디, 많은 피디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나요?) “예, 그러니까 PD수첩 피디들, 지금 제자리에 있는 사람 거의 없고 다 저기 교육발령 나서 브런치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든지..?” (브런치는 뭐야, 너무 폼나 보인다.)

@ MBC 아카데미 8월 30일

“동영상인가요?” (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강조 말씀 드립니다만 요리는 불입니다. 불조절을 얼마만큼 잘 해서 만드시느냐가. 보세요 제가 이렇게 불조절을 잘 하면서 만들었더니 노릇노릇하게 아주 맛있게 구워졌죠.”

스포츠 중계와 음식 프로그램 진행으로 익숙한 김완태 아나운서. 그는 요즘 마이크 대신 조리기구를 들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MBC 김재철 사장은 파업 종료 이후 PD수첩 피디들을 포함해 파업참가자 80여명에게 엉뚱한 교육발령을 냈습니다. 이들은 MBC 아카데미에서 업무와 상관없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요리 만들기가 대표적입니다.

30년 넘게 MBC에서 근무한 베테랑 기자도, 출발 비디오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박경추 아나운서도, 한창 근무할 시간에 햄버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애소설, 청춘만화 등 따뜻한 사랑영화를 만든 이한감독이 연출을 맡아서 가을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분일까요? 앵커 출신의 12년차인 기자도,

“반발 민심이 작동한 겁니다. 지금 경제사정은 그때보다 더 안 좋죠.”

1997년 입사한 기자도,

“4대강 사업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도 공격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취재할 시간에 닭가슴살을 굽고 있습니다. 요리 취재는 아닐 것입니다. 요리 취재는 아닐 것입니다. 파업이 끝난 뒤 MBC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59명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렇게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지영 소설가] “솔직히 MBC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어요.”

“언론자유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던 동안 너무 나태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 역시도 민주주의라는 게 그냥 아무렇게나 대충 이렇게 시간이 됐으니까 되는 줄 알았고, 언론자유도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거..”

[박상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작가] “지난 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 벌어진 가장 놀라운 일은 사람들이 별로 놀리지 않는다는 거 같아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슬퍼하게 할 그런 프로그램들을 다 침묵시키고, 침묵하지 않으면 이렇게 박살을 내버리고, 이게 가장 큰 놀라운 변화였다고 생각해요.”

“5년 전이나 10년 전 같았으면 정말 경천동지할 일들이 정말 몇 십 개가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것이 어떻게 우리 시민사회에서 용인되고 이해되고 그렇게 그냥 지나갈 수 있는지가 저는 너무나 놀랍습니다.”

“저는 내년에 이제 MBC랑 50부작 드라마를 써야 돼요. 제발 정상적인 방송사와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여러분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PD수첩은 김재철 사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본부장이나 국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무도 PD수첩을, 그리고 그것을 쓰는 작가들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PD수첩은 처음부터 정권이나 권력이나 MBC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응답하라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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