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KBS 간부들에게 없는 것?

2012년 09월 28일 06시 46분

지난해 7월 KBS 본관 앞.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등 독립운동 단체와 4.19혁명 단체 소속 회원들이 KBS 김은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동익 4월 혁명 상임의장] “친일파 백선엽 찬양방송을 한 것에 대해서 KBS 김인규 사장은 사죄를 하고.”

보름 전 친일파 백선엽 특집 방송을 강행한 데 대한 항의였습니다.

KBS는 지난해 6월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친일파 백선엽을 다룬 특집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MB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4대강 가지고 환경만 파괴하는 줄 알았더니 백선엽 살려내고 이승만 살려내고 박정희 살려내고...”

이 같은 친일파 백선엽을 다룬 다큐 방송은 이후 KBS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KBS 새노조는 공정방송 추진위원회를 통해 사측에 정식 항의했습니다.

[KBS 새노조 조합원] “(이 방송은) 백선엽을 통해 본 6.25란 말이죠. 그러면 백선엽이란 사람에 대한 걸 얘기해야하는데 이 사람 자체가 친일파였고, 비리재단의 이사장이었고, 양민학살의 지휘관이 아니었냐, 는 의심을 받고 있는 여러 가지 매우... (특집방송으로) 다루기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데...”

실제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어떤 것일까. 취재팀은 최근 민족문제 연구소가 출시한 친일 인명사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확인했습니다. 백선엽을 검색하자 간도특설대 출신의 장교로 표시돼 있습니다. 간도특설대는 중국의 독립군과 항일 세력을 108차례나 토벌하고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백선엽을 악질 친일파로 분류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KBS 고위 간부들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KBS 고위 간부] “제작진들이 다 (방송에 대해) 검토한 내용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백선엽씨가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갔다가 간도특설대에 발령이 나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간도특설대에 지원을 한 게 아니고 만주군관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 갔을 때인 43년도엔 독립군은 그곳에 없고 독립군을 잡아 죽인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친일의 논란이 있는 백선엽을 왜 굳이 방송을 해야 되느냐’하는 질문이 많은데, 한국 6.25 전쟁에 큰 전투 때마다 백선엽 장군이 백선엽씨가 많이 등장을 하잖아요. 그 백선엽씨가 친일로 분류가 된 건 아시겠지만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나중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한 것 아닙니까. 경향신문이 됐든 노보가 됐든 백선엽의 회고록을 인용을 해서 (백선엽의 행적이) 잔악무도하니까 ‘백선엽은 죽일 사람이다’는 논리로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에 어긋난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백선엽씨에게 물어보니까 ‘자신의 선배들이자기보다 먼저 간 간도토벌대, 특설대에 사람들이 그런 일(학살)을 했다고 하더라고 얘기를 한 것이지 본인이 (학살)했다고는 안 했습니다.”

KBS 간부의 주장과 달리 백선엽은 2009년 국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파로 규정됐습니다.

지난 7월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했던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공개됐습니다. 두개골에 함몰 흔적이 뚜렷이 나타나 타살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이를 다룬 KBS 9시 리포트. 당초 취재기자는 원고에 박정희 독재정권과 반독재투쟁 등 독재라는 단어를 분명히 사용했지만 데스크에 의해 독재라는 단어는 삭제됩니다.

왜 KBS 보도국 간부들은 박정희에 대해 독재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한 것일까. 공정방송추진회에서 그 답이 나옵니다.

[KBS 새노조 조합원] “이게 지금 특정 단어들을 계속 안 쓰게 했잖아요. 그리고 이거를 이거 자체가 지금 리포트도 19번째에 나갔단 말이에요. 굉장히 밀려서 나갔고 그 다음에 정치부에서는 발제를 한다고 했는데 이게 발제가 결국 안 됐어요.”

[KBS 새노조 조합원] “여기 지금 반독재 투쟁이 민주화 운동으로 바뀌었거든요? 데스크 안에 이유가 있어야 되는 건데 팩트가 틀렸다거나.”

[KBS 새노조 조합원] “아니 본부장님! 박정희 정권이 독재라고 생각하세요, 안 하세요?”

[KBS 고위 간부] “저널리즘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특정 정부에 대해서 수식어와 관련해서 어떤 특정 정부가 특징적인 사례가 나타났다 만일 부패했다 그러면... OOO 부패정권, 이렇게 공식적으로 모든 사람이 동의하기에는 힘든 용어를 사용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독재, 민주, 또 부패 이런 거라든지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리포트를 할 때 지양을 해야 한다는 거죠.

[KBS 새노조 조합원] “박정희 정권이 독재정권이다, 라는 것이 객관적인 워딩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그죠?”

[KBS 고위 간부] “그렇습니다.”

2008년부터 격주로 KBS 제1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방송.

@ 이명박 주례연설 2012년 7월 9일

“그 밖에도 우리나라 구석구석에는 숨겨진 좋은 여행지들이 정말 많습니다. 전국 1800km 4대강 자전거 길을 따라서 각 지역의 독특한 멋과 정취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명박 주례연설 2011년 5월 30일

“연봉 7000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거짓 정보와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에도 KBS 간부들은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KBS 새노조 조합원] “이명박 대통령이 66차 주례연설에 나온 내용은 유성기업 조합원들이 7000만 원의 평균 임금을... 연봉 7000만 원, 그 다음에 불법 파업 운운한 부분에 대해서 이게, 이게 대통령이 한 말이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지금?”

[KBS 고위 간부] “아니, 아니라고 하는 근거가 또 있습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리고 다른 의견으로 나와 있는 게 아니고 대통령 의견은 한 너댓 줄 정도의 대통령 연설 방식의 내용이 나갔습니다. 그게 유성기업이란 얘긴 없고.”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방송은 선거기간 동안 편파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는 선관위에 이 문제를 질의합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대통령의 방송연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음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공식 답변합니다. 하지 말라는 공고인 셈입니다.

@ 주례연설 2012년 4월 2일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런데도 KBS는 이런 지적을 무시한 채 선거 열흘 전 4월 2일 주례방송을 내보냈습니다.

[KBS 새노조 조합원] “어떻게 중앙선관위의 해석까지 무시해가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방송을 할 수 있냐는 거죠.”

[KBS 고위 간부] “실제로 대통령이 방송에 TV매체라든가, 라디오 매체라든가, 수없이 많이 노출이 되는데 당시 대통령이 주례연설이라는 큰 틀을 통해서 방송을 했다고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은 과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선거보도는 어떨까. 지난해 치러진 4.27 재보선. 최문순과 엄기영이 맞붙었던 강원지사 선거입니다. 당시 KBS는 엄기영 후보가 펜션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이다 선관위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지만 마치 민주당의 정치공세인 것처럼 다뤘습니다. 보도 프레임을 여야 간 공방으로 바꾼 겁니다.

결국 엄기영 후보 진영의 불법선거운동 혐의가 드러났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 KBS 뉴스9 단신 2011월 4월 24일

“펜션에 사무소를 설치해 두고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지사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37살 김 모씨 등 두 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여당의 불리한 내용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영향력 1위의 막강한 유력을 자랑하는 공영방송 KBS. 그러나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권원유착을 즐기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브래드쇼 BBC 파노라마 기자] “저널리즘이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찾아내 보도하는 것입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홍보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고, BBC는 그 타당성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100일도 앞두지 않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 대선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KBS에 던지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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