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변상욱 칼럼_자원외교

2012년 02월 04일 05시 45분

해외 에너지 자본 개발. 이거 어려운 사업입니다. 돈도 많이 들고 오래 걸립니다. 박정희 정부 때 동력자원부를 그래서 만들었는데 김영삼 정부 때 없앴습니다. 다시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를 만들었는데 이건 이명박 정부 때 또 없앴습니다.

지금 해외 에너지 자본 개발은 국무총리실이 3분의1, 지식경제부가 3분의1, 외교통상부가 3분의1을 가져갔습니다. 청와대에서는 큰 형님을 내세웠고 국무총리실에서는 왕차관이 나섰습니다. 그리고 외교통상부에서는 이들의 측근이 자원 외교대사를 맡아서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CMK 다이아몬드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데도 청와대는 실적만큼은 좋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 가스 에너지 자금율이 노무현 정부 때 42%밖에 안 됐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12%까지 뛰었다는 것입니다. 숫자상으로 대단하죠.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 말 2007년 8월, 산업자원부의 10개년 계획 보고서를 보면 이렇게 돼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투자한 이것들을 그대로 잘만 끌고 가면 2013년에 가면은 에너지 자급률은 22%에 이른다, 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명박 정부는 사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10년의 투자 결실을 그냥 따먹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뭐만 있으면 전부 다 대통령이 해내셨다고 과대 포장을 해서 내놓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밑에 있는 외교관들은 어떻게든 그 비즈니스를 맞추려고 계속 해서 실적을 갖다 대느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공기업들도 실적을 올리려니까 빚을 끌어다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래도 일단 묻지마 투자를 자꾸만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공기업의 부채는 늘어나고 적자는 커지는 거죠. 결국 또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봉이 됩니다.

자, 밑에 보이는 통계 수치가 아마 설명을 또 해줄 겁니다. 이렇게 해외 자원개발이라고 하는 것은 십 수 년에 걸친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피땀이 서려 있는 것이고요. 막대한 국가재원이 쏟아 부어진 것입니다. 거기서 결실이 나오면 다 대통령 것이 아닌 거죠. 그렇게 과대포장해서 홍보하는 게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

그런데 누가 뛰니까 누구도 뛴다고 외교관과 기업주가 짝짝꿍이 돼서 주가를 조작하고 차액을 챙겨갑니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죠. 또 이런 사고가 벌어지니까 국무총리실은 지금에 와서 손을 떼겠답니다. 갑자기 손을 떼면 더 헝클어집니다. 어떤 새로운 컨트롤 시스템을 만들어놓고서 물러나야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해답이 아니듯이 무조건 중단하는 것도 해답이 되지는 않는 겁니다. 그래선 결코 안 되죠.

자, 우리는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얘기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는 것이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될 것은 망가진 이 5년을 어떻게 수리하고 복구할 것인가, 여기에 지금 머리를 짜내야 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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