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관변단체와 지방의회

2014년 01월 28일 22시 04분

지난해 3대 관변단체에 혈세 346억 지원

3대 관변단체로 불리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에 지원된 사회단체 보조금이 2013년에만 모두 34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센터, 최재천의원실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난해 3대 관변단체 보조금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전행정부가 27억 원, 광역자치단체가 23억 원, 기초자치단체가 296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해 3대 관변단체에 안전행정부에서 27억 원, 광역자치단체에서 23억 원, 기초자치단체에서 296억 원이 지원됐다.

이처럼 중앙정부, 광역, 기초단체가 삼중으로 이들 3대 관변단체에 국민의 혈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들은 이들을 지원하는 조례까지 잇달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변단체 지원조례는 이명박 정부 집권 중기인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3대 관변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조례는 전국적으로 모두 240개인데 이 가운데 65%인 158개가 6.2 지방선거 이후 만들어졌다.

단체별로는 새마을운동 지원조례가 119개로 가장 많았고,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22개, 자유총연맹은 17개였다. 새마을운동 지도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조례도 80개나 됐다.

지원조례 만든 지방의회 살펴봤더니...64%에 관변단체 출신 의원 분포

이 같은 관변단체 지원 조례의 급증은 지방의회에 이들 단체 출신 의원들이 진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6.2 지방선거 이후 조례를 제정한 132개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10곳 중 6곳(85개, 64%)에는 해당 단체 출신 의원들이 분포하고 있었다. 3대 단체 출신이라는 사실을 프로필에 명시하지 않았을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관변단체 출신 의원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변단체 출신 의원들이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에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혈세가 해당 관변단체에 지원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것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는 이익을 근거로 모인 집단이 아니다”라며 “관변단체 출신 의원들이 조례 발의를 하거나 동참해 조례를 만든다는 것은 이들 단체가 이익집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갑자기 지원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례를 제정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 조례를 제정하면 지원금을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3대 관변단체를 지원하는 조례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132곳에서 총 158개가 만들어졌다

조례 제정은 곧 본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 마련

김부민 부산 사상구의회 의원은 “지금은 관변단체 예산이 사회단체보조금 예산으로 편성되지만 조례를 만들어 놓으면 본예산으로 편성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점도 있다. 사회단체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은 선거를 앞두고 모임이나 행사에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단체의 예산이 지방자치단체의 본예산에 편성될 경우 이미 해당 사업이 전년도 말에 계획됐고 예산이 편성돼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 선거법 위반 소지를 피해갈 수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지역정치에 관변단체 출신들이 많이 진출했고 지금도 하나의 진출 통로처럼 활용되고 있다”며 “이들 단체들이 지역정치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변단체들이 순수하게 재정적으로 독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앵커멘트>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사회단체보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보조금이 이른바 3대 관변단체로 불리는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 자유총연맹에 쏠리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는데요.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조례가 전국적으로 132개 자치단체에서 158개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조례를 만든 지방의회에는 이들 관변단체 출신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조현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현미 기자>부산 진구에 위치한 한 민간단체.

한 무리의 아이들이 건물을 나서며 마당에 놓인 군용 헬리콥터를 바라봅니다. 건물 안에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구호가 붙어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 부산광역시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부산통일관입니다. 통일관 입구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도 소개돼 있습니다.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과 함께 이른바 3대 관변단체로 불리는 자유총연맹은 1954년 아시아민족 반공연맹을 전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총연맹을 소개한 홈페이지. 스스로를 ‘대한민국 유일의 이념운동단체’, ‘종북 좌파세력의 책동을 분쇄하는 자유 지킴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돼 1980년 육성법이 제정됐습니다.

바르게살기운동은 전두환 정권 초창기 활동한 ‘사회정화위원회’의 후신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센터, 최재천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전국적으로 3대 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집계해봤습니다.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3대 단체에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27억 원. 여기에다 정보공개센터가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내역에서 3대 단체에 지급된 금액만 추려보니 23억 원이 나왔습니다. 또 전국의 기초자치단체가 지원한 사회단체보조금 296억원을 합하니 무려 34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처럼 3대 단체에 사회단체보조금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방의회들이 이 단체들을 지원하는 조례까지 줄줄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가 가장 활발하게 제정된 광역단체는 부산광역시. 동래구, 동구, 연제구, 중구, 진구 등 16개 자치구 가운데 14곳에서 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사상구의 경우 3대 단체를 지원하는 조례가 모두 제정됐는데 전체 32개 사회단체에 지원된 3억1천500만 원 가운데 1억 3천360만원이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에 돌아갔습니다. 3대 단체에 전체 보조금 3분의 1 이상이 쏠린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적으로 3대 관변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례는 총 240개. 이 가운데 3분의 2인 158개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단체별로는 새마을운동 지원조례가 119개로 가장 많았고 바르게살기운동 22개, 자유총연맹은 17개였습니다.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조례도 80개나 됩니다.

뉴스타파는 6.2 지방선거 이후 조례를 제정한 132개 지방의회 소속 의원들의 출신을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10곳 중 6곳에 관련 단체 출신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새마을지도자 회장, 새마을부녀회 회장,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부회장, 자유총연맹 청년회장 등 맡았던 직책도 다양합니다.

[양미숙/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관변단체이기는 하지만 시민단체인데, 시민단체는 이익을 근거로 모인 집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출신의 의원들이 발의를 하거나 동참을 해서 이런 조례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이익집단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갑자기 지원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조례를 제정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조례는 곧 지원금을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김부민/부산 사상구의회 의원] “기초자치단체 예산이 국가예산처럼 큰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올릴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 조례를 만들어 놓으면 아마 조만간에는 자기들이 예산 증액 요청이 있을 때는 사회단체보조금, 지금은 관변단체 예산이 다 사회단체보조금 예산으로 편성되거든요. 그런데 이 예산들은 본예산으로 요구할 수 있겠죠.”

사회단체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각종 모임을 규제받지만 예산이 본예산에 포함될 경우 선거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한 구의원은 취재진에게 “사회단체보조금은 관변단체 지원금”이라며 “부산에서 관변단체는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조직관리비용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승수/변호사]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지역정치에 많이 관변단체 출신들이 진출 해왔고 지금도 하나의 진출 통로처럼 활용되기도 합니다. 사실은 이 관변단체가 순수한 자원봉사단체라든지 아니면 공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자칫하면 지역 정치와도 연결이 될 수 있고 지역정치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정치와 관변단체간의 관계 문제도 우려스럽다고 할 수 있고 어쨋든 관변단체들이 순수하게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자원봉사라든지 공익에 기여하는 단체로 탈바꿈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변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지방의회에 진출하고 다시 자신들이 활동했던 단체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관변단체와 지방의회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돼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조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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