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저조, 배후는 삼성 광고?

2014년 02월 07일 20시 25분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상영관 수가 관객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유독 적은 것은 국내 최대의 극장 광고주인 삼성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상영관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2014년 2월 6일

김수영 / 뉴스타파

▲ 지난 6일, 서울 영등포 롯데시네마 앞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이 열렸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된 삼성과 CJ 그룹간의 재산 분쟁 때문에 올해부터 CJ 계열사인 CGV에서 1년에 100억원 규모의 삼성 광고가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CGV가 더 이상 삼성의 극장 광고 수주를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는 최대의 극장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CJ 재산분쟁 때문에 CGV에서 1년에 백 억원 가량의 삼성 광고가 빠졌다고 말하는 영화업계 관계자.

김수영/뉴스타파                          

                         삼성-CJ 재산분쟁 때문에 CGV에서 1년에 백 억원 가량의 삼성 광고가 빠졌다고 말하는 영화업계 관계자.       

 

실제 <또 하나의 약속>의 초기 상영관 수를 극장 별로 비교해보면 이 같은 설명은 신빙성을 얻는다.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5일, CGV는 전체 상영관 111개 가운데 45개 극장에서 <또 하나의 약속>을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롯데시네마는 99개 상영관 가운데 7개, 메가박스는 60개 가운데 단 3개 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똑같은 영화에 대해 삼성 광고를 받는 두 극장만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상영관 수가 적었던 것이다.

▲ 상영관

김수영 / 뉴스타파

▲ 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삼성.

하지만 롯데시네마 측은 개봉 결정과 광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고, 삼성과의 관계를 의식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또 하나의 약속> 의 개봉 전 예매율은 전체 영화 중 3위였고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중에선 가장 높았다. 하지만 롯데시네마는 예매율이 더 낮은 <프랑켄슈타인>에 81개, <레고무비>에 72개의 상영관을 배정하면서도 <또 하나의 약속>에는 7개관만을 열어줬다.

이처럼 터무니없이 적은 개봉관에 대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롯데시네마는 현재 상영관을 23개, 메가박스는 29개로 늘린 상태다. 그러나 추가된 개봉관 중 상당 수는 본사 직영점이 아닌 위탁점에서 자체적으로 상영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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